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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이순원 작가

1957년 강원도 강릉 출생. 강릉상업고등학교와 강원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문학사상' 신춘문예에 단편 '낮달'이 당선되어 문단에 올랐다. 창작집으로 <그 여름의 꽃게> <얼굴> <말을 찾아서> 등이 있고, 장편소설에 <우리들의 석기시대>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에덴에 그를 보낸다> <미혼에게 바친다> <수색, 그 물빛무늬> <아들과 함께 걷는 길> <독약 같은 사랑> 등이 있다.
 

 최근 펴낸 청소년 성장소설 <19세>가 대표적이다. <19세>는 그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중 2년 동안 학교를 그만두고 대관령에 올라가 고랭지 채소농사를 지었던 일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중고생 성장 필독서로 읽히고 있다.
 

 그의 글은 어떤 주제와 소재를 다루더라도 물 흐르듯 쉽게 읽히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1996년 단편 '수색, 어머니 가슴속으로 흐르는 무늬'로 제27회 동인문학상을, 1997년 중편 '은비령'으로 제42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에피소드
"부모님 눈치 보지 말고 씩씩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거침없이 놀고, 문도 쾅쾅 세게 닫고, 물도 벌컥벌컥 마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필요한 것들이 나에게 온다."
 소설가 이순원은 지난 8월 29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대강당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청년에게 하고 싶은 말로 "어른들은 청춘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만 실제론 가장 불투명하고 두렵고 불안한 게 20대"라며 이렇게 답했다.
 

 이순원은 토크콘서트에 참가한 700여 명의 20대 젊은이들에게 '턱없는 자신감'을 강조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 백일장에 나가면 늘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중고등학생이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의기소침했지만, 나중엔 괜찮았다. 그때마다 초교 때 은사의 격려를 떠올렸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의기소침해 하는 나에게 '너는 늦게 피는 꽃'이라며 '똑같은 꽃도 일찍 피기도 하고 늦게 피기도 하는데, 늦게 피는 꽃이 더 큰 열매를 맺는 단단한 꽃이더라'고 해 주셨다. 그 말이 깊게 남아 늘 '나도 대기만성형의 문학을 이룰 사람인가 보다'생각했다."
 

 꿈을 이룬 원동력에 대해서도 답했다. "누가 물으면 '글은 허리와 엉덩이로 씁니다'라고 한다. 어느 직종이나 인내와 끈기로 끝까지 정면승부 하는 게 필요하다"고 답했다. "작가도 운동선수처럼 슬럼프가 있지만, 그때도 책상에 앉아 글을 써야 한다. 잘 써질 때만 쓰는 건 아마추어다."
 그는 작품 80편을 쓰며 단 한 번도 중간에 접은 적이 없다. 한번 시작하면 일단 끝을 본다.
 

 그는 이어 "30~40대에 새로운 걸 시작하는 건 힘들다. 20대에 내가 하고 싶은 것, 이걸 하는 나 자신이 좋을 만한 일을 찾아서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행복과 불행도 결국 자신의 '일'에서 찾았다. "가장 행복할 땐 작품을 끝내고 '끝'이라고 적는 순간이다. 그러나 '끝'을 쓰면서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불행하다. 작품으로 행복하고 작품으로 불행하다."


#최근인기작

   
▲19세

이순원의 <19세>는 주인공 '나'가 13살부터 19살까지 경험하는 이야기를 다룬 성장기 소설로 어른 세계로 다가가는 소년의 욕망과 사랑에 대한 아슬아슬한 체험을 들려주는 작품이다.
 

 소설은 청소년 시절의 아련한 기억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시절의 기억은 문교부장관의 이름을 아느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주인공 '나'가 '문교부장관 검정필'이라고 찍힌 교과서를 보고 '검정필'이라고 대답해 '검정필'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사건으로 시작된다.
 죽고 싶을 만큼 싫고 창피했던 그 순간들이 이제 와 생각해보면 유쾌하고, 가끔은 그 엉뚱한 호기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작가는 지금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화자의 눈으로 넉넉하게 그 시절을 돌아본다. 찬란했던 축제의 기억을 회상한다는 것은 얼마나 달콤하고 즐거운 일인가. 그것은 겨우내 곳간에 말려둔 곶감을 하나씩 빼먹는 재미와 같다.
 물론 거기에는 가슴 저릿한 추억도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 모든 것들을 상실의 강 저 너머로 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렇기에 그 시절의 것이라면 아픔까지도 아름다울 수 있다.
 

 이처럼 <19세>는 한 소년의 열세 살에서 열아홉 살까지의 삶의 기억을 담은 성장소설이며, 어른세계로의 입사식을 무사히 치러내기 위한 통과제의로서의 교육과정이며, 우리들의 푸르른 그 시절의 꿈에 바치는 소중한 앨범이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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