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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대숲의 백로가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을 보내기 위해 서서히 떠나고 있다. 울산을 찾은 백로류가 올해도 약 5,000여마리의 성조 및 미성숙조가 5월말까지 도래하였다. 그중 약 2,000마리가 짝을 지어 천 쌍의 부부가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천쌍이 기른 유조가 모두 이소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같이 무더위 마른장마속에서도 포란과 부화 그리고 육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7월 중순께 최고의 개체수를 기록했다. 삼호대숲에서 번식하는 여름철새 백로류는 몸빛의 색에 따라 창로(蒼鷺), 흑로(黑鷺), 백로(白鷺), 황로(黃鷺) 등으로 부른다. 또한 몸집의 크기에 따라 쇠백로, 중백로, 중대백로, 대백로 등으로 구분한다. 백로는 강, 하천, 여울 등에서 관찰되는 물새를 말하는 '로(鷺)'가 중심어이다. 로에 몸빛전체 혹은 깃의 일부분의 색깔에 따라 창, 흑, 백, 황 등을 붙여 부르게 됐다.

 백로 생태계 해설에서 때로는 한자 백로(白鷺) 이름을 풀이하기도 한다. 백로 생태계 해설에서 객관적 이름의 해석은 백로에 대한 이해의 증가와 관심의 증대로 확대될 수 있다. 그중 반복되는 해석은 길에서 자주 관찰되는 새이기에 백로라 고했다. 아마도 로에 길 로자가있기에 그러한  해석이 가능한 것 같다.

 백로의 한자풀이는 쉽게 접근되지 않는다. '백(白)'은 깃이 흰 것으로 접근하겠지만 , 길 로(路)와 새 조(鳥)로 합성된 해오라기 '로(鷺)'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점에 대해서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하필이면 왜 로자와 합성했을까. 고민하다가 지명에 사용되는 로자로 마중물 해본다.

 지명에서 로(路)는 노(盧), 사(邪), 노(奴), 양(襄)과 함께 물이 흐르는 천(川)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한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백로(白鷺)라는 이름을 해석해보면, '하얀 깃털을 갖인 새가 얕은 여울에서 이리저리 먹이 찾는 모습'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창로(蒼鷺), 흑로(黑鷺), 황로(黃鷺) 등 이름의 해석도 앞의 활용에서 벗어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한편 1954년 이용우가 편집한 울산승람(울산문화원, 1997)에 울산의 새를 소개하면서 '五位로'라고 하였다. 오위로가 무슨 새의 이름인지 알 수 없어 그대로 인용한 일이 있다. 궁금증은 오래갔다. 드디어 확신을 주는 기록자료를 찾았다. 오위로(五位鷺)는 일본어 ごいさぎ의 한자표현인 해오라기였다.

 백로를 설객(雪客)으로 부른다. 흰 눈과 같이 희다하여 그렇게 부르는 말이다. 백로는 번식기에 화려하고 신비스러운 혼인 깃이라는 깃털이 돋는다. 혼인 깃은 번식기에만 나타는 현상으로 짝을 이루어 번식하는 동안 자연히 빠진다.

 백로를 영어로 egret라고 부른다. egret에는 관우(冠羽)라는 말이 내포되어있다. 관우의 다른 명칭은 혼인깃〔婚姻羽〕이다. 혼인 깃은 번식기에 생기는 장식깃으로 아름답고 신비스럽다. 번식기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빠지는 혼인 깃을 사람들은 몸 치장용으로 활용했다. 한 때 중세 유럽여성들은 사교모임에 앞서 몸치장으로 백로의 혼인깃을 많이 사용하여 백로가 멸종위기에 도달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빠지는 혼인 깃을 기다리지 못하고  성질급하게 살아있는 백로를 잡아 혼인 깃을 뽑았기 때문이다. 백로의 혼인 깃은 일산의 장식 혹은 춤출 때 무구(舞具)로 손에 들고 흔들면서 추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사례에도 확인된다. 우리나라 농악의 리더 상쇠의 상모(象毛)에만 장식으로 백로의 혼인깃을 사용했다. 중국에서는 백로 깃을 손에 들고 춤추었는데 이름을 노도라 했다.

 지역 조류생태자원인 백로와 떼까마귀를 활용한 조류생태춤이 우리나라 최초로 울산시립무용단에의해 현실화될 것 같다. 오는 11월 울산시립무용단의 정기공연에 세계최초, 우리나라 최초의  생태자원을 기초한 공연이 펼쳐진다고한다. 이름하여 '흑백깃의 사랑'이다. 흑백깃의 사랑이라는 이름은 바로 우리 울산 삼호대숲에 찾아오는 지역 조류생태자원인 백로와 떼까마귀의 검은 깃과 흰 깃에서 비롯됐다. 백로와 떼까마귀 생태와 춤이 융화된 생태춤공연은 다른 도시에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지역 독창적 공연일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도시에는 백로와 떼까마귀 등 조류생태자원의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혹 자연생태의 소재가 있다한들 그 가치를 모르고, 그 가치를 안다한들 실천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창적 공연을 준비할 수 있는것은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시 정책과 자원을 무용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예술감독의 심미안 그리고 찾아오는 자연 생태 조류와 공존의 가치를 인식하는 정주민 등 3박자가 톱니바퀴같이 맞아야 탄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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