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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 100리길 4구간에서 펼쳐지는 걷기대회의 백미인 복안저수지 둘레길 들머리. 최근 울산시가 태화강 생태복원을 상징하는 백로 한쌍을 길바닥에 그려 사진 배경이 될 수 있도록 했다.
#47.54㎞ 한 길로 이어지다
태화강 100리길이 완성됐다. 바다와 만나는 명촌교에서부터 태화강의 최장 발원지 백운산 탑골샘까지 47.54km가 한 길로 이어진 것이다. 걸어서 17시간 걸린다는 태화강 100리길은 4개 구간으로 구분해 조성됐다. 1구간(13㎞)은 명촌교~태화교~선바위~망성교, 2구간(12㎞)은 망성교~한실마을~반구대암각화~대곡박물관, 3구간(10㎞)은 대곡박물관~두광중학교~유촌마을, 4구간(13㎞)은 유촌마을~복안저수지~탑골샘으로 이어진다.


 울산신문이 내달 12일 개최하는 4번째 '태화강 100리길 걷기대회 - 탑골샘, 그 첫길에 오르다'는 이중 제4구간 일원에서 열린다.
 

제4구간 신우목장에서 스타트
백로 포토존 펼쳐진 복안저수지

수풀 우거진 좁은 오솔길 지나
탑골샘 아래 내와마을서 마무리


 울산시의 태화강 100리길 조성 준공식과 함께 열리는 걷기대회의 들머리는 준공식이 열리는 울주군 두서면 미호리에 있는 아미산 자락 신우목장 주차장이다.  행사장에서 내려다보는 미호들의 가을 풍광이 그만이다. 주차장 뒤 산자락에는 넓은 초지에서 젖소 및 한우들도 볼 수 있다. 목장과 치즈등 유제품을 만드는 체험장도 갖춰져있어 체험학습장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잘 닦인 복안저수지 둑길
신우목장에서 출발해 처음 만나는 마을이 상동마을이다. 마을 초입 상동교 아래에서 태화강물줄기 미호못길을 대면할 수 있다. 여느 시골 마을의 개울에 불과하지만 이 물줄기가 흐르면서 다른 물줄기를 품어 태화강을 만든다. 미호못길에 들어서면 길바닥에 '태화강 100리길'을 알리는 표지가 있다. 하얀색 표지를 따라 길을 가면 '복안저수지'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미호못(저수지)으로 알고 있지만, 수자원공사가 저수지를 확장하면서 복안저수지로 명명했다고 한다. 백운산에서 발원한 물길은 이곳 미호천(嵋湖川) 등 태화강의 지류로 흐르고, 북쪽으로는 형산강 지류인 복안천(伏安川)이 흐른다. 복안천과 미호천 물길의 종착점이 다른데 왜 복안저수지가 됐는지 알 수가 없다.

#가뭄에 메마른 저수지 씁쓸
오르막길을 따라 복안저수지 둑에 오르면 태화강 백리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최근에 설치된 듯 태화강 100리길을 구간별로 안내하고 있다. 그 앞 길바닥에 태화강을 상징하는 백로를 그려놓은 포토존을 만들어 놓았다. 포토존 뒤로 복안저수지와 고헌산에서 뻗어나온 백운산, 아미산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모두가 청청하지만, 풍광은 곧 가을의 알록달록한 문양으로 불쑥 얼굴을 내밀 것이다.


   
▲ 복안저수지에 설치된 태화강100리길 안내판.
복안저수지는 예년에 없었던 여름 가뭄 때문에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물이 줄면서 제방에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들이 또 다른 풍광을 만들어 주고 있지만, 긴 가뭄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저수지 둑길은 태화강의 시원을 찾아가는 길 답다. 세상과 단절된 길 위에서 들리는 것은 바람과 산짐승들이 만들어내는 소박한 소리 뿐이다. '후다닥' 다람쥐 달음질 소리에도 기겁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길은 저수지가 끝나는 지점까지 편안하다. 아이들의 손을 놓고도 쉽게 갈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 가을옷 단장 준비 한창
저수지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오솔길이다. 그동안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탓에 길이 좁아 우거진 수풀을 걷어내며 걸어야 한다. 걷기 행사를 준비하면서 정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조심조심 걸어야 할 구간이다. 다행히 위험한 곳에 돌다리를 놓고, 나무 데크 길도 만들어 놓아 안전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아마도 걷기대회가 열릴 때면 성질 급한 단풍이 붉게 물들지도 모르겠다. 단풍나무와 어우러진 숲길을 상상해 본다. 잠시 헤엄쳐 보고 싶도록 맑게 갠 하늘이 얼굴을 내밀고, 가을 옷을 입은 산은 더욱 눈부실 것이다. 숲 너머 언뜻언뜻 보이는 풍경은 튀어 나올 듯 윤곽이 또렷해질 것이다. 오솔길에 떨어진 나뭇잎을 밟으면 '타다닥'하고 소리가 날 것이다.

   
▲ 복안저수지 전경.
#저 멀리 보이는 백운산
계곡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기를 30여분. 계곡을 조금 벗어났나 싶었는데 논이 보이고 멀리 백운산이 눈에 들어 온다. 지도를 보니 벌써 가막골이다. 오르막을 한번 더 오르면 영남알프스 둘레길 구간인 '내와길'과 만난다. 이곳에서 태화강100리길 표지를 따라 백운산 쪽으로 올라가면 탑골이다. 탑골샘까지는 2km 남짓이다.


 백운산 탑골샘이 위치한 울주군 두서면 내와 마을은 조선시대때 천주교 박해를 피해 천주교인들이 숨어살았고 해방후에는 빨치산이 활동하기도 했다. 태화강의 발원지인 탑골샘은 백운산의 해발 550m 절터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 계곡 절터에 홍수로 탑이 굴러 내려와 아랫마을을 탑골이라 부르게 됐다는데서 유래됐다. 탑골샘은 반경 3m 주위에서 물이 흘러나오고 수량은 하루 약 16곘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발원하는 물은 복안저수지를거쳐 대곡천으로 흐르고, 천전리각석과 반구대암각화를 거친 대곡천은 사연댐을 넘어 태화강의 본류와 만난다.


 '태화강 100리길 걷기대회'는 탑골삼거리에서 내와길을 통해 내와마을에서 마무리를 한다. 신우목장에서 시작해 2시간 남짓한 거리다. 비록 탑골샘까지 이르지 못했지만,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 각석 등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문화유산을 품은 태화강, 우리나라 근대화의 역사를 함께한 태화강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의미있는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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