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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공동체 구성원의 삶이 녹아 있는 정체성의 산물이다. 그 정체성이 한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노력과 계승의지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 문화의 속성이기도 하다. 반대로 이야기 하면 과거 빛나는 문화유산을 가진 한 고장의 정체성이 후대의 무지로 인해 매몰되고 사장화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전국의 지자체가 문화에 열을 올리고 문화를 자기 고장의 자랑으로 선전하는 일은 그래서 의미 있는 일이다. 울산은 신라문화권의 배후에 가려 그동안 상대적으로 울산만이 가진 독특하고 차별화된 문화적 정체성이 가려져 왔다.


최근들어 울산문화권을 독립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토대로 울산의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울산이 가진 차별화된 문화적 산물은 여기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그 문화가 낳은 인물은 울산정신을 태동한 중요한 근거가 된다. 그 출발이 바로 울주 출신의 박제상이다. 신라 충신 박제상의 충절의 혼이 현대에 이르러 독립군 총사령관 고헌 박상진 선생으로 이어졌다. 어디 그 뿐인가. 우리말을 다듬고 오늘의 어문체계를 완성한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도 우리고장의 자랑이다.

울주군과 울주문화원이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한 박제상(朴堤上) 문화제가 벌써 4회째를 맞았다. 이번 주말 울주군 두동면 만화리 치산서원 일원에서 열리는 박제상 문화제는 우리 고장의 대표적 역사 인물인 박제상을 기리는 행사일 뿐만 아니라 우리민족의 내면에 스며들어 있는 충과 효의 의미를 되새기는 새로운 문화축제가 될 것으로 믿는다.

충렬공 박제상 문화제의 주된 정신은 충과 열, 효와 예의 정신이다. 이는 박제상 선생의 충절과 부인의 열(烈), 자녀들의 효(孝)와 예(禮)를 체험하며 느낄 수 있는 정신문화를 오늘의 우리에게 계승 발전 시키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박제상 기념관과 치산서원 등 박제상 유적지에서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시간을 갖고, 울주의 문화적 가치와 역사문화 도시의 위상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올해 행사에서는 특히 체험행사가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놀이마당과 배움마당, 연희마당과 경연마당 등으로 나눠 열리는 체험행사는 무엇보다 박제상 문화제가 가진 충열효예의 정신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전국민속풍물대회도 열려 전국에서 80여 팀의 풍물꾼들이 열띤 경연을 펼치고 수상자에게는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김덕수씨가 직접 '신명 김덕수상'을 수여하는 것도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울주문화원은 이번 문화제를 기획하면서 우리는 오늘의 사람들이 과거의 역사인물과 만나 그분이 남긴 정신의 면면을 짚어보고 이를 가슴 한켠에 소중하게 간직하는 기회가 되도록 모든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신라의 충신 박제상은 신라의 시조 혁거세의 후손이며, 파사 이사금의 5세손이다. 아도(阿道) 갈문왕(葛文王)을 조부로 두고 파진찬 물품(勿品)에 있던 부친의 슬하에 자란 박제상은 벼슬길에 나가 삽량주간(良州干)에 올랐다.

박제상은 신라 눌지왕 때 왜에 볼모로 잡혀간 왕의 동생 미사흔을 구하기 위해 왜로 건너 갔다가 그를 구출하고 붙잡혀, 죽임을 당했다. 왜의 온갖 회유와 고문을 뿌리친 그의 정신은 신라 백성을 감동시켰고 후대로 이어져 조선조 세종과 정조의 추모사로 남아 있다. 바로 그 정신이 서려 있는 현장이 치술령이다. 박제상의 그림자라도 만나기 위해 뒤따라 온 부인은 날마다 치술령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며 남편을 기다렸지만 결국 순국한 비보만 듣게 된다. 애통한 마음이 죽음으로 승화한 자리엔 망부석(望夫石)이 남고 죽은 부인은 새가 되어 은월암에 자리를 잡았다니 절절한 사연이 길섶마다 사무쳐 있는 곳이다.

바로 이 역사의 현장에서 펼쳐지는 박제상 문화제는 나라와 가족, 나와 우리의 관계를 되짚어보는 의미 있는 문화축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박제상 문화제가 가지는 정신문화 계승의 의미다. 전국의 지자체가 벌이는 그저그런 흔해빠진 축제가 아니라 과거의 실증적 역사를 바탕으로 이를 오늘의 가치관과 접목시켜 새로운 의미를 찾는 작업이 박제상 문화제의 가치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울산에서는 우리 고장의 자랑이자 과거 수많은 애국충절의 인물들을 기리는 다양한 정신문화의 축제가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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