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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박물관이 연이어 큰 일을 하고 있다. 찬사를 보낸다. 울산을 알리는 일련의 특별전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시립박물관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데, 구태여 감사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부족한 인력과 예산으로 특별전을 여는 일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대곡박물관은 대곡댐의 건설과정에서 수습된 토기류와 철기류, 기와류 등 1만 3,000여점의 유물을 전시·보관하기 위해 2009년 6월 문을 열었다.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대곡댐 아래에 지하 1층·지상 2층의 건물을 갖춘 고고전문 박물관으로, 청동기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대곡권역 일대의 역사를 보여준다.

 개관 특별전이 남달랐다. 돈만 있으면 마련할 수 있는 거창한 작품에 매달리지 않았다. 지역민과 관련된 소박한 사진작품으로 구성된 '나의 살던 고향은--' 특별전을 열었다. 댐이 만들어지면서 삶터를 떠난 주민의 삶의 애환이 펼쳐졌다. 실향민은 환호했고, 다른 시민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 작은 전시회에 불과했지만, 지역 박물관이 어째야 하는지를 보여준 의미심장한 특별전이었다.

 울산의 역사문화를 시민에게 제대로 알리는 일에 온힘을 쏟기로 했다. 옛 유물과 자료가 외지로 반출된 터에 근·현대의 귀한 자료 또한 급격한 산업화의 물결에 휩쓸려 멸실되고 있자, 서부권역을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의 체계화에 힘쓰는 한편 자료수집과 연구에 힘썼다. 2010년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대곡천변의 구곡문화에 착안하여 우리 나라 구곡문화의 진면모를 보여준 '자연에서 찾은 이상향 구곡문화(九曲文化)' 특별전을 2010년 7월 2일부터 8월 15일까지 열었다. 동시에 학자들이 참가한 학술심포지엄도 개최했다. '조선에 구현된 주자의 무이구곡(한양대학교 최종현 교수)'과 '울산의 구곡과 구곡시(울산대학교 성범중 교수)' 등 4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전국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일으켰다. 

 올들어 더욱 탄력이 붙었다. 대곡박물관이 자리잡은 서부권역 일대의 역사문화 정리에 나섰다. 선비문화와 천주교와 불교문화, 천혜의 자연경관자원에 대한 특별전을 마련하는 일에 매진하기로 했다. 1월 말부터 특별전을 잇따라 열고 있다. 지역학에 대해 끊임 없이 연구하여 지식을 온축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나라 천주교의 큰 발자취를 간직한 언양 일대를 재조명한 '천주교의 큰 빛 언양(彦陽), 구원을 찾아온 길' 특별전을 1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 열었다. '언양, 영남 천주교의 큰빛' 등 다섯 가지 주제로 꾸몄다. 최초의 순교자 김범우 문중과 창녕 성씨 문중이 간직한 자료 등 희귀 자료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천주교도와 함께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힘에 벅찬 사업이었지만, 역량을 유감 없이 보여줬다. 

 6월 25일부터 9월 29일까지 언양 일대 선비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작천정을 배경으로 태어난 '울산 작천정에 꽃핀 문학' 특별전을 가졌다. 비록 '작은 전시'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전시내용은 풍성했다. 작괘천 주변의 경관과 암각 시문과 작천정 편액의 시문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문풍이 빈약한 것으로 평가된 울산에도 결코 허투루 볼 수 없는 선비문화가 있었음을 알렸다. 

 지치지도 않은 듯 10월 22일부터는 언양 일대의 융성한 불교문화를 보여주는 '울산 태화강과 만난 불교(佛敎)' 특별전을 내년 2월 6일까지 열고 있다. 울산 불교문화의 개요와 간월사, 장천사, 백련사, 석남사 등 다섯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방리의 폐사지가 백련사(白蓮寺)였으며, 석남사 승탑의 하대석에 코끼리상이 새겨져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확인됐다.

 물론 대곡박물관의 연이은 특별전은 아쉬운 점도 없진 않다. 그럼에도 주목을 받는 이유는 울산의 다른 박물관이 지역 관련 기획특별전을 제대로 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울산의 모든 공립 박물관이 그 존재이유를 확실히 정립했으면 한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본관인 울산박물관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체계가 잡힌 참다운 풍성한 울산 관련 특별전을 만날 수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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