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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부 의원은 "대한민국 근대화의 전진기지였던 울산이 인구 200만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의식구조의 전환이 시급하다"라며 "단순히 잘 사는 도시가 아니라,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펄쩍펄쩍 뛴다. 간절곶부터 옹기 마을 돌아 석유화학단지를 지나 현대중공업까지 그는 두 팔을 흔들며 껑충껑충 뛴다. 강길부 국회의원의 홈페이지를 열면 그렇게 그를 만난다. 지난 9월이다. 영천~언양 및 함양~울산 고속도로 건설 예산을 두고 613억 원 증액된 1,100억 원을 확보해 국무회의 의결을 이뤄냈다.

 세부적으로 보면 영천~언양 고속도로가 애초 273억 원에서 329억 원 증액된 602억 원, 함양~울산 고속도로가 애초 216억 원에서 284억 원 늘어난 500억 원이다. 고속도로의 경우 한국도로공사에서 국비에 상응하는 만큼 대응투자로 예산을 책정하기 때문에 국비 및 도공 대응투자를 합하면 영천~언양 고속도로 총사업비 최대 1,209억 원, 함양~울산 고속도로 최대 85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들과 예산 심의를 다루면서 난색을 보이는 공무원들을 향해 강 의원이 소리를 높였다.

 강 의원은 "울산시가 2009년 국가에 낸 세금이 15조 원이 넘는다. 국가에서 지원받은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은 5,800억 원에 불과하다"라며 "대한민국의 최대 국가공단이 밀집해 있는 울산의 성장이 대한민국의 성장과 직결되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도시"이라며 예산 배정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예산 제조기'라는 별칭은 그냥 붙은 게 아니다. 스스로 '촌놈'임을 자처하는 그는 언양 상북 출신이다. 서울 청량리 우체국 행정주사보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밑바닥부터 잔뼈가 굵은 건설행정 통이다. 정기국회가 열리면 정치 1번지인 여의도엔 출신지역의 예산을 챙기려는 '선수'들이 뛴다. 행정실무를 너무나 잘 아는 그가 이른바 '선수'로 불리는 것은 그만큼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잘하기 때문이다.

 강 의원은 각 부처 공무원들을 집중적으로 설득하는 스타일이다. 그가 확보한 울산관련 예산은 울산과기대(UNIST) 예산, 연구·개발(R&D) 예산, 동해남부선(부산~울산~포항) 복선 전철화 사업 예산, 함양~울산 간 고속도로 등 도로 관련 예산이 포함돼 있다.

 대부분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정부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한 뒤 국회 심의과정에서 지역 예산을 증액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강 의원은 좀 다르다.

 그는 정부 각 부처가 내년도 예산안의 밑그림을 그리는 3~4월 초부터 정부 각 부처 공무원들을 만나 지역 사업의 중요성을 집중적으로 설득한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자존심 때문에 각 부처 장·차관이나 실·국장에게 부탁하지만, 강 의원은 사무관이나 주무관 등 일선 실무자를 먼저 만난다. 길목을 아는 셈이다.

 그런 그는 울산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정치에 첫발을 들여놓은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울산시장을 노린 그는 지난 10여 년 동안 울산의 미래를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지난달 25일 핵심당원 교육에서 그 밑그림의 일단을 밝혔다. '울산이 대한민국의 미래다'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그는 "울산은 1962년 공업센터 지정 이후 50년간 조국 근대화의 주역이었다"라며 "제2의 도약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나가자"라고 역설했다.
 그는 "울산이 국제경쟁력을 가진 도시가 되려면 현재 117만 명 수준의 인구를 200만 명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도시행정, SOC 인프라, R&D, 외국 투자유치, 서비스산업 확대 등 모든 분야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의 디트로이트 인구가 1950년 170만 명에서 올해 70만 명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도시가 몰락한 사례를 잊으면 안 된다"며 "상하이(2,300만 명), 홍콩(700만 명) 등지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도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인구 200만 시대의 기초를 다지는 시장이 되려고 하는 그를 늦가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주말 오후 '단도직입'에서 만났다.

 

 

 

   
 

◆별칭은 예산 제조기
울산발전 위한 일 자존심 필요 있나
최전방 실무자 직접 만나 집중 설득

◆밑바닥부터 잔뼈굵은 행정통
정부와 소통 잘돼야 지역발전 도움
지역인재 중앙 진출 적극적 지원을

◆10년 전부터 꿈꿔온 울산시장
정체된 울산, 의식구조 전환 시급
빅딜설 말안돼…후보 선택 시민 몫


 
▲ 강길부 의원을 두고 '예산 제조기'라고 부른다. 그만큼 울산을 위해 가장 많은 예산을 많이 확보해 오신 분이라는 이야기인데 올해 울산 관련 예산은 어떻게 되나.
- 무엇보다 동해남부선 철도 관련 예산의 확보다 이 철도는 광역철도로 출발했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경부고속도로 6차선 확장, 울산~함양 간 고속도로 예산 등 기반시설 예산 확보에 주력했다.

 

 

 

▲ 울산의 가장 큰 문제는 중앙 정부와의 인적 네트워크 강화에 있는데 이를 타개하려는 방안은 어떤가.
- 같은 생각이다. 서울에 울산 출신 공무원 친목단체인 '울목회'가 있는데 요즘은 현직이 별로 없을 정도로 문제다. 다른 시·도는 공무원이 너무 많아 문제인데 울산은 너무 부족하다. 울산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울산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울산의 젊은 인재들이 공직에 나가는 길을 지원해주는 일이 필요하다. 울산대학교 내에 고시반을 지원하는 문제 등을 대학 측과 상의한 바 있다. 대학에서도 이를 중요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울산을 거쳐 간 기관 단체장들을 울산의 자산으로 삼는 문제도 더욱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산 문제만 해도 실무 공무원의 자질과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울산의 현실을 알고 있어야 모든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다. 세밀한 문제를 제대로 설명하고 이를 설득하는 일부터 제대로 해야 국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나 자신도 일선에서 일할 때 이런 문제를 제대로 느꼈고 이를 바탕으로 국회에서 예산 확보를 하는 데 집중해 왔다. 중앙에 있어보면 지방 정부의 움직임을 거시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미시적인 부분은 역시 지역에서 논리적 근거로 대응해 나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인적 네트워크의 확보가 중요하다. 울산은 광역시 출범 이후 경상남도를 상대하다 곧바로 중앙 정부를 상대하게 됐다. 경험이 없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 시장 선거 이야기를 해보자. 시장직에 도전하려는 생각은 언제 했나.
- 처음부터 시장직을 염두에 두고 출발했다. 첫 출발은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시작해 꿈을 접고 대학으로 들어갔다. 대학에 있을 때 울산의 지인들이 시장 출마를 권유했다. 당시 상공인들을 중심으로 국회의원 출마 권유가 지속해서 있었다. 결국, 출마했고 국회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 지방 선거에서 다시 울산시장에 도전했다. 그 당시 내 생각은 민선 시장은 3선까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울산이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의식구조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생각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울산은 특별한 도시다. 여러 여건상 최고의 조건을 갖춘 울산이 왜 이렇게 정체돼 있는가를 생각하게 됐다.

▲ 여러 빅딜 이야기들이 나왔다. 박맹우 시장과 빅딜설, 김기현 의원과의 협력설 등이 나온 것으로 아는데 알고 있었나.
- 여러 가지 빅딜설이 있었지만, 전혀 사실무근이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 시장 후보는 시민이 결정하는 것이지 구시대적인 빅딜 같은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 시장 선거와 관련해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조기 과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나.
- 울산의 경우 다른 도시에 비해 조기 과열된 감이 있어 보인다. 다른 시·도에는 아직 지방 선거와 관련한 과열 조짐이 없다. 울산을 위해서도 이 같은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 여권에서 후보들이 여러 명 출마 의지를 밝히고 실제로 저인망식 홍보전을 하고 있는데, 여권 후보의 정면대결보다는 중앙당 차원에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조정될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가.
- 중앙당에서 후보를 조정을 하려 해도 지역의 실정을 제대로 모르는 상황이다. 실정을 모르고 조정한다는 것은 오늘의 관점에서 매우 구태적인 정치행태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여론조사로 갈 수밖에 없다. 표본 수를 많이 하는 신뢰할 수 있는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 경쟁 상대에 있는 후보들에 대한 생각을 말해 달라.
- 정갑윤 의원은 친박의 대표주자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이다. 울산을 위해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고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실 것으로 본다. 김두겸 남구청장은 특유의 돌파력을 가진 장점이 있는 인물이다. 특히 고래를 울산의 브랜드로 만든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 강길부가 꿈꾸는 울산의 미래는?
- 잘 사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잘 사는 게 아니라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말한다. 울산의 출발은 조국 근대화의 전진기지였다. 이 때문에 체계적인 개발이 아닌 난개발로 출발했다. 이에 따라 공해·교통 등 문제들이 산재해 왔다. 이제 50년이 지난 울산을 제대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태를 바탕으로 새로운 울산을 그려가야 한다.

    현대자동차의 기술 핵심단지가 경기도로 간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노사문화의 안정화가 필요하다.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기술중심의 도시를 만들어가야 한다. 기술력이 울산의 미래다.                                  대담=편집국장·사진=유은경기자 usy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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