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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갤럽조사 결과, 한국인들의 행복지수는 조사대상국 148개국 중 97위로 나타났다고 한다. 우리 농민들의 행복지수는 어떨까? 치솟는 생산비 제값을 받지 못하는 농산물 가격, 열악한 농촌 생활환경 등 열악한 조건으로 인해 행복하다고 느끼긴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하며 "행복농업 5대 약속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감안할 때 농민이 행복하면 국민행복시대로 가는 길이 더 쉬워질 수 있다.

 그동안 생산비는 올랐지만 농민들은 충분한 가격을 보장받지 못했다. 정부가 농산물을 물가상승 주범으로 인식해 무분별하게 할당관세를 적용해 농축산물을 수입했기 때문이다.
 농민을 위한 정책을 펴달라는 농민들의 바람과 달리 정부는 무분별하게 농산물을 수입했고 대기업 중심의 농정을 펼쳤다. 이 같은 정부 정책으로 농가들의 농업소득은 추락했다. 농업소득은 2007년 1,040만원에서 2009년 969만원, 2010년 1,009만원, 2011년 875만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농업계 전문가들은 식량공급 기능, 수자원 함양기능, 국민 정서의 순화기능, 환경 교육의 장, 아름다운 경관 제공, 대기 정화 기능, 생태계 유지 기능, 토양 유실 및 홍수방지 기능 등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농업과 농민이 정당하게 대접받는 것이 진정한 국민행복시대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을 지양하고 농가들의 소득을 안정하기 위해 직불제 및 농작물재해보험 개선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사람 중심의 협동과 연대를 통해 해결하자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히말라야 서쪽 귀퉁이에 인구 70여만 명의 작은 불교 국가인 부탄이 있다. 이 나라는 국토의 대부분이 농사를 짓기에 척박한 고산지대인 데다가 이렇다 할 주력 산업이나 지하자원도 신통치 않아 국민의 대부분이 목축업이나 산간농업 등 1차 산업에 종사하며 근근하게 살아가는 소박하고 가난한 나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복지나 행복을 논할 때 종종 이 나라의 이름이 거론되어 나의 관심 영역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GNP(국민총생산)보다 GNH(국민총행복지수)를 더 중요시 여기는 나라.
 국가 1년 예산의 27% 가까이를 온 국민을 위한 무상교육과 무상복지에 들이는 이 멋진 나라는 특히 무상의료가 '헌법적 권리' 로 법전에 명시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작고 가난한 나라가 아시아의 더 잘 사는 수많은 나라들보다도 앞서 보편적 복지를 시행해올 수 있었을까?

 1976년 17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직메 싱게 왕축 국왕은 GNH(국민행복지수)의 입법화를 강력히 밀어붙여 정부 산하기관으로서 부탄 국민의 행복을 측정하는 '부탄연구센터'를 두고 자국민의 행복을 꼼꼼히 연구해 왔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부탄은 세계 유일의 금연 국가가 되었으며, 산업 국가 중 녹지율이 상승하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일례로 이웃 나라인 네팔이 히말라야 관광객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전 국토가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민심은 점점 상업화되어 공동체 의식을 잃어가는 반면, 부탄은 연간 외국인 관광객 수의 입국을 제한하고 녹지보존 지역을 철저히 관리하여 왔기에 국토의 오염 방지는 물론이고 급속한 산업화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더 잘사는 것 보다는 더 행복한 것을 추구하는 나라.
 이들의 새 헌법에는 국민행복지수(GNH)의 유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크게 네 가지로 명시해 놓고 있다. 1 지속 가능하고 공평한 사회 경제의 발전, 2 히말라야의 자연환경 보호, 3 유형·무형문화재의 보호와 추진, 4 좋은 통치가 그것이다.

 자연환경 보호는 곧 농업과 문화의 보존으로 연결된다.
 '행복은 그가 무엇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으로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 있다' 라던가. 바꿔 말하면 '국민행복은 그 나라가 무엇을 얼마나 이루었느냐가 아니라 국가가 지금 가진 것으로 어떻게 그것을 균형 있게 분배하며 이끄느냐에 달려있다'라고도 할 수 있다.

 행복지수에 대해 정답은 없지만 어떻게 하면 행복지수를 끌어올릴지는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보고 실천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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