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주 주일본 한국대사관에서 발견된 일제 학살 피해자 명부들에 대한 관계기관의 분석이 진행되면서 차마 인간이 저질렀다고 믿어지지 않는 참상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가기록원, 독립기념관 등에 따르면,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희생자들을 기록한 '일본 진재시 피살자 명부'에는 '쇠갈쿠리(쇠갈퀴)로 개 잡듯이 학살' '죽창으로 복부를 찔렀음' '곡갱이(곡괭이)로 학살' '군중이 피습해 살해' 등 상세한 학살 방식까지 나와있다.

   일가족을 몰살하면서 두 살배기를 죽인 기록도 발견된다. 자경단원뿐 아니라 일본 헌병까지 나서서 한국인들을 참혹하게 살해했다. '일제 시 징용자 명부'에는 징용자의 생년월일과 주소, 귀환·미귀환 여부, 어디로 동원됐는지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일본 정부는 3·1운동과 관련해 몇 명이 시위에 참가해 몇 명이 죽었다는 식으로 숫자만을 기록했으나 이번에 발견된 '3·1운동 시 피살자 명부'에는 피살자들의 이름, 연령, 피살된 장소, 시위 과정 등이 그대로 나와있다.

    이 명부에는 천안 아우내장터에서 일어났던 시위의 주요 인물인 유관순 열사와 그 부모, 시위 주동자 조인원 씨가 희생당한 상황이 그려져 있다. 관동대지진 희생자 명부와 3·1운동 희생자 명부는 처음 발견된 것이다. 지난 2005년 우리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원폭 피해자, 사할린 교포 등 3개 항목의 문제는 1965년 일제강점기 피해배상 문제를 규정한 한일협정과는 별도로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결정한 바 있다.

    관동대지진 희생자 명부와 3·1운동 희생자 명부는 여기에도 포함되지 않을 정도로 새로운 사안이다. 이에 따라 일본을 상대로 한 배상 요구와 국내 보상 문제를 새롭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일본은 한일협정 당시 우리 측에 제공한 8억 달러로 법적 책임이 포괄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3·1운동 희생자와 관동대지진 희생자에 대한 배상문제를 어떻게 끌고나가야 할지 연구해야 한다. 이번 희생자명부의 발견을 계기로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기울이고 일본 정부에 사과와 보상을 당당히 요구해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기록물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부가 국내외 각 기관에 보관된 과거사 기록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선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