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3월 9일 늦은 밤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최단 시간에 가장 넓은 산림이 타버렸다. 지금까지 관례라면 당장 나무를 베어내고 나무를 심을 수도 있었다.

 울주군은 큰 결심을 했다. '복원을 위한 연구용역'을 하기로 했다. 이처럼 기초자치단체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역을 1년을 지켜보고 얼마나 자연복원력이 있는가를 살피겠다는 용역사업을 한 사례는 거의 찾기 어렵다. 아주 모범적인 행정으로 꼽힌다. 용역을 하겠다고 할 때 만 해도 기대가 높았다.

 산불이 나더라도 산불유형에 따라서 타는 정도가 다르고 나무에 따라서도 불에 견디는 힘이 강한 나무와 약한 나무가 있다. 소나무는 불 가까이에 만 가도 익어버리고 생가지나 나무도 잘 탄다. 그런데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류는 300℃에서 400℃가 되어도 견디는 녀석들이 많다. 아울러 나무 위는 타더라도 뿌리가 살아있으면 다시 가지를 내는 경우가 많다. 소나무는 잎이 마르면 죽고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지나면서 우리 산의 나무들이 거의 사라지고 없는 민둥산이었다. 이에 지난 6,70년대 대대적으로 나무를 심어 푸르게 만들었다. 난방, 취사연료가 나무에서 석탄으로 석유에서 천연가스로 바뀌었다.

 그러는 사이 숲은 소나무숲에서 다람쥐나 어치 등이 도토리를 소나무숲 아래 숨기면서 참나무종류들이 많이 자리 잡은 상태가 됐다.

 소나무보다 참나무류의 나무가 더 크게 자란 곳도 있다. 어떤 숲은 소나무 숲 아래에 참나무종류의 어린 나무들이 콩나물처럼 자라고 있는 모습들을 우리는 보게 된다. 소나무숲 아래의 모습이다.

 언양, 상북일대 산불 난 지역들도 겉으로는 소나무숲으로 보였는데 막상 들어 가보니 참나무어린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숲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수가 많은 곳과 적은 곳이 있을 뿐이다.

 숲 상태가 이러하니 울주군에서도 산불이 발생하여 불탄 나무 아래에서 돋아난 참나무맹아나 어린나무가 얼마나 있는가를 조사하도록 용역을 진행했다. 그에 따라 조사를 했다. 그런데 조사 결과는 없었다. 다만 나무들이 많이 불탄 곳과 부분적으로 탄 곳, 경미하게 탄 곳으로 나눠서 많이 탔으니 베어내고 나무를 심자, 덜 탔으니 나무를 베어내고 부분적으로 심자, 경미하게 탔더라도 나무를 잘라내고 복원시키자. 이렇게 중간보고, 최종보고를 했다.

 많이 탔더라도 참나무어린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면 그 곳에 나무를 심으면 기존에 있던 참나무보다 자라는 속도가 빠를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옮겨 심은 나무는 햇볕을 못 받아서 살기 어렵게 된다. 나무는 세금으로 심는다. 세금이 잘 사용되기 위해서는 조사를 통해서 나온 결과에 따라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자연복원면적을 무조건 많이 넓혀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표준지를 어디 어디에 조사를 해보니 참나무어린개체 수나 토양조건과 주민들의 수익, 공원의 경관 및 이용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았을 때 어떻게 복원하는 것이 좋겠다. 여기에도 참나무어린나무가 많으면 그 만큼 관리를 계속 해주지 않으면 심은 나무들보다 더 빨리 왕성하게 자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산불피해지를 복원 한다고 심은 나무들보다 기존의 나무들이 빨리 자라는 숲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연복원을 위해 나무를 베어내지 않으면 보기 흉하다는 민원이 생겨서 베어내야 한다고 한다. 입간판이나 현수막을 내거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불타 죽은 나무는 어린나무가 자라는데 바람막이, 물막이와 토양유실을 막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자연복원은 예산투입 없이 그냥 그대로 두는 것이다. 나무를 잘라내고 굴삭기가 들어가서 나무를 모아 내면 어린나무들은 다치게 된다. 자연복원지역은 숲 가꾸기 차원에서라도 나무를 베지 말아야 한다.

 모범적으로 시작된 용역을 처음 하게 된 깊은 뜻이 무엇인가를 다시 새겨봤으면 한다. 따라서 산불피해지 복원의 교과서적인 행정이 되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