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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이 가득 찬 두 평 남짓한 쪽방에서 옷을 여덟 겹이나 껴입은 백골이 발견 되었다. 이 외로운 노인의 주검은 밀린 집세를 받으러 온 주인이 아니었다면 더 긴 시간을 사람들 눈에 띄지 못한 채 방치되었을 것이다. 마땅한 벌이도 없고 나라의 지원마저 받지 못한 채 그렇게 쓸쓸히 생을 마감한 할머니는 풍요로움의 그늘 속에 가려진 치부를 들어낸 것 같아 부끄럽고 먼저 살피지 못한 미안함이 가슴을 억누른다. 이런 뉴스는 이제 일상사가 된지 오래다. 한 노인의 죽음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말할 수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복지정책의 사각지대로 인해 외롭고 쓸쓸한 죽음을 맞는 이웃이 늘어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경로효친사상(敬老孝親思想)의 퇴보와 노인빈곤 문제가 원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저 출산과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평균수명의 연장 그리고 복지재원부족에 따른 복지제도의 문제 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와 같은 현상을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출산을 장려하고 고려장(高麗葬)을 부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미 지구는 인구증가로 각종 재앙에 직면해 있고, 오래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억누르는 것은 더 더욱이 어렵다.

 가까운 일본은 장기불황에 주력세대가 늙어가면서 각종 사회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성장 잠재력 약화, 저출산·고령화, 부동산시장 침체, 고용사정 악화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아베정권은 엔저라는 무기를 가지고 지난 2013년 초에 2∼3%의 인플레이션 목표, 무제한 금융완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통해 일본 경제를 장기침체에서 탈피시키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아베노믹스는 전세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성공여부를 떠나서 일본은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와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 고령화의 늪을 어떻게 헤쳐나와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우리국회나 위정자들이 속 시원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주어진 환경을 가장 이상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그 첫 번째는 노인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이다. 어르신들의 사회참여 확대는 경제활동 인구 감소를 해소하는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인구의 경제활동 참여는 단순히 경제적 이득뿐만 아니라 그분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접근으로 복지정책에 투자되는 재원을 아껴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둘째로는 정년의 연장을 통한 고용보장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사회도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검토와 합의가 필요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독일의 경우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근로자들은 55세 전후에 직장을 그만두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고령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커지면서 장년층 고용정책도 전환점을 맞았다. 2006년 11월 독일 연방 노동사회부는 법정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2012년부터 시작돼 1년에 1개월씩, 2024년부터 2029년까지는 매년 2개월씩 늘리는 방안이다. 고령자를 고용하면 보조금을 주고 능력 개발 지원 규모도 대폭 늘렸다. 그 결과 연금지급시기를 연장할 수 있어 복지자금압박을 해소할 수 있었고 또한 경제활동인구의 증가를 도모할 수 있어 경제에 활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우리도 정년연장을 차일피일(此日彼日)미루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한다.

 세 번째로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복지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 시대에 부모의 부양을 자식에게 책임질 것을 강요하기에는 참으로 어려운 형국이다. 부모를 부양해야 될 40∼50대는 자식의 학비, 사교육비 등 뒷바라지에도 턱없이 부족한 월급으로는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 된지 오래인 지금 부모의 부양은 엄두도 낼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국가가 이를 해결 해줘야할 시점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증세와 조세정의를 실현하여 재원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증세는 무엇보다 고소득자 및 초 고소득자들에 대한 세율조정이 시급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세저항(租稅抵抗)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복지정책의 실행을 빈부격차와 관계없이 보편타당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경제의 건전성 확보와 조세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마련된 재원은 복지서비스의 확대로 이어져 누구나 동일한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고 또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복지의 재원이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국민 스스로가 준비하고 마련해야 하는 것이라면 국가 경제의 튼튼한 기반과 합리적인 조세제도가 마련되지 않고서는 어떠한 복지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며, 따라서 국가 경제의 몰락과 조세제도의 불합리성은 어떠한 계층도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국민모두가 인식할 때 진정한 복지국가로 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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