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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밤을 지새워 본 사람은 압니다. 잠기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누르고 돌아누운 밤. 잠은 저 멀리 달아나 돌아오지 않고, 생각만이 홀로 영덕 푸른 바다를 만나고 서산 간월사를 떠돌다 더 또렷해지는 난감함을.
꼬리를 물고 일어서는 상념들이 환하게 머릿속을 밝히면서 파리 몽마르트르언덕 카페의 젊은 여종업원을 데려오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늙은 신부의 인자한 눈길마저 만나면 이 밤은 더는 잠을 청할 시간이 아님을 압니다.
창가에 새벽이 벌써 흥건히 젖은 시간. 집 나온 고양이들의 쓰레기 봉투 뜯는 소리, 신문 떨어지는 소리, 심지어 짓눌린 머리카락이 사르르 일어나는 소리까지 증폭돼 들려오는 비몽사몽의 공간. 벽시계만이 제식훈련 잘 받은 군인들의 발자국처럼 스타카토로 방안을 가로질러 갑니다.
 
깨어있어도 깨어있지 않는 몽롱한 영혼으로 헐거워진 출근길. 상가 유리창에 비친 꼴이란. 쩝! 
글·사진=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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