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우도봉과 검멀레해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검은해변과 부서지는 하얀파도, 그 넘어로 펼쳐진 기암절벽이 웅장하다.
개인적으로 '제주'는 우리나라의 대표 여행지로 친근하지만서도 먼 존재였다. 제대로 둘러보려면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함은 물론 여행비용까지 부담이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행으로 딱 한 번밖에 못 가봤다. 그래서인지 늘 제주는 이상적인 여행지이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 그런 곳이었다. 2년전 여름 휴가로 제주를 다녀온 뒤, 언젠가 다른 계절에 다시 한 번 가봐야겠다는 다짐을 해왔다. 여행의 기회는 순간의 찰나에 온다. 늘 그렇듯 친구와 함께 일상을 얘기해오다  큰 의미없이 "제주도 갈래?" 라며 툭 던진 말이 이번 여행의 계기가 됐다. 그렇다고 장기간 자리를 비울수도 없어서 주말을 이용해 2박 3일간 반짝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힐링이 필요했던 20대 청춘 둘은 주말을 앞둔 마지막 평일날, 근무를 끝내자 마자 바로 공항으로 날아갔다.


#우도에서 만끽하는 겨울 제주 바람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제주. 그 중 '우도'였다. 하루의 절반은 우도에서 보내기로 했다. 제주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볼 때 소가 누워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하여 우도라 불리는 섬.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된 아름다운 자연과 걷기 좋은 돌담길, 시원하게 부는 바람,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우도를 다녀간 사람들은 쉬이 이곳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설레였던 이유는 스쿠터나 ATV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이용해 우도를 둘러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에게 당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당당히 맞서보기로 했다.


▲ 우도를 알리는 로터리.
 우리는 성산항에서 오전 8시 배로 출발했다. 제법 이른 시간인데도 우도로 향하는 관광객이 꽤나 보였다. 제주 성산항에서 우도까지는 배를 타고 15분이면 도착한다. 평소 배 멀미가 있는 사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배를 타면 펼쳐지는 제주 바다의 진풍경을 구경하다보면 멀미를 느낄 시간도 없다. 또 배를 따라 '끼룩끼룩' 날아다니는 갈매기떼들의 재롱을 보고 있노라면 15분이란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배에서 하차해 섬에 다리를 한 발짝 내딛으면 타원형 안내판이 우도 방문을 환영한다.
 작은 로터리의 양쪽에는 스쿠터와 자전거, 자동차 등 각종 교통수단을 대여할 수 있는 가게가 있다. 취향에 따라  어디든 선택하면 친절히 안내를 받고 대여할 수 있다. 우리가 갔던 가게에서는 인터넷 등에서 검색하고 찾아왔다고 하니 5,000원을 할인해줬다. 2시간 대여에 스쿠터는 2만원, 자전거 5,000원, ATV 오토바이는 1인당 2만원에 빌릴 수 있다.


 스쿠터에 도전하고 싶었으나, 친절한 주인아저씨가 경험이 없는 분은 위험하니 ATV를 추천해줬다.
 처음에는 여자가 타기에 다소 '강한' 느낌이 들어서 꺼려졌지만 막상 타보니 스쿠터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마치 놀이동산에서 범버카를 타는 기분이랄까. 헬멧을 머리에 쓰고 겉옷 지퍼도 단단히 잠그고, 마지막으로 장갑까지 완벽 무장했다. 겨울 제주 바람을 마음껏 즐겨보기로 했다.
 스쿠터를 타고 우도를 한 바퀴 돌아보는데는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총 길이 16.1㎢로 그리 긴 거리는 아니다.

▲ 산호해변은 산호로 된 모래로 만들었다해서 이름 붙여졌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호해변
우도 입구에서 ATV를 타고 5분만 이동하면 우도의 첫번째 명소 홍조단괴해빈해수욕장(산호해변) 을 만날 수 있다. 제주의 바다는 어느 계절에나 와도 늘 동남아 해변을 보는 듯 이국적이며 황홀하다. 에매랄드빛 바다를 눈 앞에두고 어찌 가만히 서있으랴. 우리는 있는대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이른 아침시간이라 관광객도 없어서 해변의 분위기를 더욱 깊게 느낄 수 있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곳은 홍조류라는 해양식물에 의해 형성된 홍조단괴라는 덩어리로만 구성된 해빈(해파와 연안류가 모래나 자갈 등을 쌓아 올려서 만들어 놓은 퇴적 지대)이다. 지역에서는 산호사해수욕장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산호로 된 모래로 만들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해양동물인 산호와 해양식물인 홍조단괴는 엄연히 다르므로 홍조단괴해빈이라는 표현이 맞다. 이 해수욕장의 모래를 잘 살펴보면 알갱이가 굵은 편이다. 그럼에도 까칠한 느낌은 적고 부드러워 해수욕을 즐기기에 딱 좋다.


▲ 화고수동해수욕장.
화고수동해수욕장과 마찬가지로 바다의 색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홍조단괴해빈해수욕장은 그 자체로 우도팔경에 속한다. 홍조단괴로만 이루어진 해변이 눈이 부실 정도라 하얗게 빛나 그 경치를 서빈백사(西濱白沙)라 부른다.
 이곳에서 또 20여분을 달리다보면 우도의 또 다른 명소. 화고수동해수욕장에 도착한다. 이 곳은 움푹 들어간 만에 위치해 있는데, 앞바다의 수심이 얕아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 찾아 즐기기 좋다. 해변에는 인어공주와 제주해녀 석상과 의자가 덩그러니 놓여있는데 푸른 바다와 이들의 조화가 하나의 작품을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누구든지 사진을 찍어도 멋진 장면을 담아낼 수 있다.


 해변을 걷다보면 아주 친근한 진돗개 한 마리를 만날 수 있다. 인터넷 블로그 등을 돌아보니 이곳을 늘 돌아다니는 지킴이란다. 낯선 사람을 피하지도 하고 오히려 반기며, 지루할 땐 하품도 늘어지게 할 줄 아는 우도의 주민 중 한 명이었다. 
 겨울철에는 볼 수 없지만 여름밤에는 수많은 멸치잡이 어선들이 만드는 불빛이 가득한 바다를 볼 수 있다. 우도 8경 중 하나인 야항어범(夜航漁帆 밤바다에 뜬 고기잡이 배)이다. 밤하늘을 밝힐 정도로 화려하고 현란해 바다 위의 불꽃놀이라 부르기도 한다. 아쉬운 것은 여름에 우도에서 1박을 해야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점이다.
 
#'우도봉'에서 내려다보는 멋진 풍광
해변도로 사이사이에는 이미 인터넷 등에서 잘 알려진 맛집과 이색카페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제주도를 형상화해서 만든 한라산볶음밥을 판매하는 음식점도 있고(사이드메뉴이며, 기본 음식은 한치주물럭이다), 우도의 명물 땅콩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아기자기한 카페도 종종 보인다. 개인이 운영하는 음식점들이어서 인테리어도 다양하다. 개인의 취향대로 끌리는대로 들어가서 음식을 즐기면 된다.


 그런데 해변에서 너무 여유있게 시간을 보낸걸까. 우리에게 한정 돼 있는 시간이 벌써 끝나려했다. 서둘러 ATV를 타고 속도를 냈다. 처음에는 속도 30km만 넘어도 겁이 나더니 40km가 훌쩍 넘었는데도 무섭지 않고 오히려 흥이난다. 차가운 겨울바람이지만 품에 안은듯 포근하다. 
 계획으로는 우도봉까지 들릴 예정이었지만, 배 시간도 있어 입구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우도봉은 소머리를 닮았다 해서 우두봉(牛頭峰) 혹은 소머리오름이라고도 불린다. 우도봉은 주변에 높이를 견줄 산이 없어 전망이 탁월하다. 정상에서 굽어보는 풍광이 지두청사(地頭靑莎)다. 곱디고운 잔디 너머로 우도의 들녘과 원색의 지붕을 인 집들이 그려지고 바다 건너 성산일출봉이 두 눈에 꽉 찬다.


▲ 성산일출봉 앞 유채꽃밭.
 정상에는 구등대와 신등대 2개가 있고 주변으로 등대공원이 조성돼 있다. 고전적인 창문이 돋보이는 우도 등대는 1906년 무인등대로 출발해 97년간 불을 밝혀오다 2003년 새로운 등대에 그 자리를 넘겨줬다. 
 검멀레해변은 우도봉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우도의 또 다른 명소다. 배를 타고 동굴을 둘러볼 수 있는데,  동굴 속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검은해변과 부서지는 하얀파도, 그 너머로 펼쳐진 기암절벽은 웅장하다.
 서둘러 우도봉과 함께했다는 인증샷을 찍고 다시 오토바이에 올랐다.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와보리라 다짐했다.


 오후 2시가 돼서야 우리는 성산항으로 돌아가는 배를 탔다. 미처 우도를 다 돌아보지 못해 성산항으로 돌아가는 길은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서운한 감정은 성산일출봉 앞에 있는 유채꽃밭 앞에서 달랠 수 있다. 날씨가 워낙 포근해서 그런지 제주에서는 한 겨울인데도 유채꽃을 볼 수 있다. 비록 사유지라 꽃밭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1,000원을 내야하지만 노란 꽃밭 앞에서 이정도 투자 쯤은 할 수 있지 않을까. 꽃밭을 관리하는 아주머니의 말투가 투박해 상처를 받을 법 했지만, 부탁하지 않아도 먼저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나서는 친절한 분이었다. 우도 여행의 마무리는 제주 사람 덕분에 유쾌하게 끝낼 수 있었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