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희망찬 새해를 시작한 지 벌써 한달이 지났다. 필자가 출근을 위해 태화강을 건널 때면 멀리 무룡산 위의 햇살이 봄날의 기운을 조금씩 자아내고 강가의 철새들이 햇살을 받아 여유로운 물짓을 하고 있다. 겨울은 그렇게 또 봄날을 위해 기다림을 주고 있음이다.

 지난 설명절 우리는 나고 자란 저마다의 고향을 찾아 고단한 일상의 짐을 잠시 벗어 두고 정다운 가족들을 만났다.

 고향집 대문 밖에서 환하게 반겨 주시는 우리의 부모님, 한때는 지금의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건강하고 멋진 청년, 새침하면서도 화사한 숙녀였고, 우리를 나아 기르면서는 항상 든든한 산이었고, 언덕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부모님의 얼굴에서 봄날의 햇살 대신 움츠려 드는 겨울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전쟁 무렵에 태어나 극심한 가난을 경험하셨고, 산업화의 과정에서는 허리 한번 마음 편히 펴지 못한 채 밤낮없이 열심히 일만 하셨다. 한층 살기가 나아진 70년대와 80년대에는 못 배운 서러움을 자식들에게 물리지 않겠다는 마음 하나로 더 열심히 사셨고, 더 아끼며 사셨다. 시간이 지나 지금 자녀들은 모두들 훌륭히 잘 자라 주었고, 이제 그것이 유일한 자랑이자 삶의 낙이 되었다.

 하지만 축 처진 어깨와 거칠어진 손, 불편한 무릎,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우리에게 보여 주는 모습대로 마냥 편치만은 않으시다.

 한겨울에도 맘 편히 보일러 한번 안 돌리시고, 여유롭게 외식도 못하신다. 그렇게 아끼신 돈으로 설 명절에 손녀, 손자들 용돈을 주셨을 것이다. 그것이 평생을 그리해 왔듯이 당신들의 기쁨이고 사랑인 것이다.

 그러나 명절이 끝나고 노부부 둘만이 남은 고향집 안방은 다시 보일러의 온도를 낮추고 영양 없는 식사로 끼니를 해결할 것이다. 순간의 봄이 지나고 겨울이 다시 오는 것이다.

 지난해 어느 신문의 노인빈곤층에 대한 보도에 의하면 노인 100명중 77명이 가난하다고 느끼고 있고 정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2011년 현재 48.6%로 OECD 가입국가의 평균빈곤율 대비 4배 이상 높아 가히 세계 1위 수준이라는 점은 어쩌면 우리 부모님들이 얼마나 자식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고 계시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부모님들의 노후는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 평생을 일하면서 알뜰살뜰 모아둔 재산은 우리를 키우고 가르치고 살림을 내어 주면서 거의 다 써 버렸고 이제 남은 건 두 부부의 보금자리인 집 한 채가 전부가 되었다.

 하지만, 이 집 마저 자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애지중지 지키고 계신다. 하지만 그 집은 한 겨울이다.

 나이 드신 부모님의 경제적 겨울을 봄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노후복지 제도가 있다. 바로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두 분 모두 돌아가실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은 노후보장대책의 일환으로 2007년 정부가 도입한 공적 보증제도이다. 도입 후 6년 만에 가입자수가 1만5,000명을 넘었으며 우리 울산지역에도 해마다 가입자 수가 증가하고 있고 필자의 사무실에는 하루 종일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부모님의 대다수가 주택연금을 역모기지론으로 이해하시면서 대략적인 내용과 장점을 알고 계신다.

 하지만, 우리들 눈치와 걱정으로 망설이신다.
 우리가 이제는 부모님께 직접 말씀 드려야겠다.
 "아버지, 어머니, 이제 편히 따뜻하게 그리고 당당히 사세요"
 자식들 눈치, 걱정 하나 없이 두 분 행복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는 노후의 보장 바로 주택연금이다. 수년전 어느 광고 카피에서 "여보, 아버님댁에 보일러 넣어드려야겠어요"라는 것이 있었다. 이제는 "여보, 부모님 댁에 연금 넣어 드려야겠어요" 라고 말할 수 있길 기대한다.

 그것이 겨울 속에 멈춰버린 부모님의 달력을 따뜻한 춘삼월로 넘길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효도임을 생각해 본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