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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문화제가 늘 뜨거운 감자다. 한동안 숙지근하다가도 논란이 되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 뒤에 영광의 반세기를 맞는데도 말이다. 논란의 거의가 정체성을 충족시키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해의 마지막 추진위원 회의에서도 한 수뇌부 인사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향후 일부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생뚱맞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발언 당사자가 축제 전문가라는 이유로 지난해 제47회 처용문화제를 앞두고 보수를 받는 상근직으로 일했으면서도 전년도 행사에 비해 새롭거나 변화된 프로그램을 별로 찾아 볼 수 없었다는 데에 있었다.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유사한 기구 또한 이전에도 있었지만, 콘텐츠 개발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시큰둥한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특정인을 염두에 둔 새로운 자리 만들기라는 의혹까지 낳고 있다는 것이다. 

 처용문화제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해법은 오래 전에 나와 있다. 그것은 예산과 프로그램 등 처용문화제 업무 전반에 대한 의결권을 가진 처용문화제 추진위원회 34명 위원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무엇보다 시대흐름에 맞는 콘텐츠를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에 온힘을 쏟아야 한다. 추진위원의 사명과 책임이 막중하다 하겠다. 

 그래서 추진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돼야 한다. 그러나 울산광역시가 2년 임기의 추진위원을 일방적으로 임명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 위주가 아니라, 사회단체 대표를 구색맞추기식으로 짜맞추고 있다. 배분에도 문제가 많다. 문화원장은 5명 모두가 뽑혔다. 신문·방송은 무려 7곳이나 배정됐다. 공공 문화단체가 아닌 사설 문화단체 대표도 임명됐다. 십수 년을 훌쩍 넘긴 위원도 상당수에 달한다. 40대 위원은 4명에 불과하다. 위원장은 울산광역시가 사전에 점 찍은 인사가 뽑힌다고 한다. 

 처용문화제 50년을 앞두고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전문성이 뒤떨어지는데다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 현재의 추진위원회로는 처용문화제의 발전을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일 뿐이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현 추진위원의 임기가 이달 24일로 끝난다. 임명권자인 현 광역시장이 3선으로 더 이상 재직할 수 없으므로 지연과 혈연, 학연 등에서 자유롭다. 전문성을 갖춘 참신한 젊은 인사들을 추진위원으로 임명할 수가 있다. 중립적인 결연한 실천의지를 보여야 한다.    

 처용문화제의 운영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도 시급히 필요하다. 축제의 생명력은 시대정신의 반영에 있다. 갖가지 상품을 펼쳐놓는 백화점 나열식의 축제는 집객도 어렵고, 관객의 흥미도 유발시킬 수가 없다. 우리나라 축제의 효시 개천예술제와 신라문화제의 쇠락이 증명하고 있다. 처용문화제도 마찬가지다. 볼거리가 넘쳐나는 오늘날 관객의 외면을 받기가 십상이다. 단일 테마에 충실한 축제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통상 축제를 열지 않는다는 겨울철에 개최하여 성공한 강원도 화천군의 산천어축제를 보자. 일반의 인식을 뒤집어 모든 계층의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극대화한 점이 큰 효과를 봤다. 세계 겨울철 7대 불가사의이자, 세계 4대 겨울 축제로 선정됐다. 인구 2만5천의 화천군에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줬다. 전문가로 구성된 재단법인체를 만들어 축제를 맡긴 점이 성공 요인이었다. 

 처용문화제에 월드뮤직페스티벌[움프(UWMF)]이 생기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2007년 생길 당시 정체성에 합당하지 않다며 논란을 빚었다. 독립축제로 열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질감을 극복하고 처용문화제의 가장 중요한 핵심행사로 자리잡았다. 2년 전에는 에이팜(APaMM)도 만들어졌다. 문화관광부의 지원사업으로 선정됐다. 국내 유수의 축제 전문가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움프와 에이팜이 울산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행사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처용문화제에서 벗어나 독립축제가 돼야 한다. 

 물론 두 행사가 독립축제가 된다면 처용문화제는 위기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불안한 동거를 계속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새로 구성될 추진위원회가 처용문화제와 움프와 에이팜의 발전과 다양한 콘텐츠 확보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 그 전제는 전문성과 참신성을 갖춘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는 데에 있다. 바로 요즘 시대의 화두 비정상화를 정상화하는 일이다. 울산광역시가 꼭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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