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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요 장관'이 결국 경질됐다. 임명 당시부터 자질문제로 입방아에 오르던 '몰라요 장관'의 퇴진을 두고 해수부 직원들마저 앓던 이가 빠졌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통치자의 인사는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윤진숙 장관의 경질은 단순한 장관 한자리의 경질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시기는 다소 늦어질 수 있지만 지금 박근혜 정부의 참모진은 '몰라요 장관'급 인사가 수두룩하다. 오죽했으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참모진의 입단속까지 하는 볼썽사나운 모양새가 연출되었겠느냐는 자괴감도 정부 인사들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시점이다. 문제는 이번 경질이 박근혜 정부의 인적 쇄신을 예고하는 신호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수첩 인사'로 비아냥 거리가 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도 이번 기회에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어야 마땅하다.

돌이켜보면 윤진숙 장관의 임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스런 자기스타일이 만든 사생아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윤 장관에 대한 자질 시비가 나오자 그를 두고 '모래 속 진주'라며 두고봐라는 식으로 감쌌다. 하지만 윤 장관은 '모래 속 진주'가 아니라 그냥 모래였다. 히죽거리거나 표정관리가 안 되는 것쯤이야 관료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연구원 출신이라 애교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지만 전문분야에서조차 농담으로 일관하고 초유의 오염사고 현장에서까지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늘어놓는 장면은 그야말로 뜨악할 일이었다.  

혹자는 윤 장관의 경질을 두고 박근혜 정부에서 인사 실패 사례가 하나 더 늘었다고 하지만 문제는 그런류의 비판이 아니다. 이제는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일대 방향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가장 최근의 인사였던 청와대 대변인 인사만 해도 여전히 구설수에 휘말려 있다. 오전까지 보도국에서 편집회의에 참석한 언론인이 오후에는 청와대에서 출입기자를 상대로 브리핑을 하는 정부를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후배들이 들고 일어나 선배의 권력지향성에 삿대질을 해대지만 문제의 핵심은 당사자보다 임명권자에 있다. 쓰고 싶은 인재를 중용하는 것이야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절차와 과정이 생략된 결과는 보는 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아침에 들은 것을 오후에 생각하고 밤을 도와 반추한 뒤 다음 날 아침에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굳이 학문하는 이만이 가져야할 자세는 아니다. 사람을 쓰는 일도 그와 같아서 곱씹고 두루 알아본 뒤에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결정해야 마땅하다. 그 뿐이 아니다. 결정을 했어도 데려올 때는 그가 있던 자리를 깨끗이 하고 아름답게 떠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도리다.

박 대통령은 올해 초 개각문제가 불거지자 대통령 실장을 통해 45초 브리핑으로 입장을 밝혔다. 개각과 인적 쇄신 주장이 봇물처럼 터지자 '개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단호한 입장 정리는 집권 2년 차 초반부터 '인사 문제'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불과 한 달도 못돼 '몰라요 장관'이 발목을 잡았다. 박근혜 정부 1기 내각은 대부분 박 대통령의 수첩에서 나왔다는 것이 청와대를 잘 아는 사람들의 전언이다. 인수위원회 대변인 임명 때부터 논란이 일었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결국 성추행 의혹으로 추락한 것도 박 대통령의 '불통 스타일'과 '수첩 인사'의 실패 사례다. 시스템에 의한 폭넓은 추천과 치열한 능력 검증 없이 대통령이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만 바탕으로 인사를 하다 보면 임명 뒤 문제가 드러나도 대통령에게 미칠 타격 때문에 교체가 쉽지 않아 이 지경까지 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몰라요 장관'의 경질이 박근혜식 인사의 실패를 인정하는 마침표가 되어야 한다.

참모진이 자주 바뀌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이제는 박 대통령 스스로가 비정상적인 것의 정상화를 위한 '혁신'을 해야 할 시점이다. 천하를 통일한 한 고조는 "비범한 전략과 천하를 다루는 재주는 장량(張良)만 못하고, 백만 군졸을 장중에 넣은 것처럼 지휘하여 전투할 때마다 승리를 거둔 통솔의 재주는 한신(韓信)만 못하고, 군사들을 배불리 먹이고 입히며 후방의 군수를 튼튼히 한 행정수완은 소하(蕭何)만 못하다. 그러나 그들은 유능한 병지장(兵之將)이라면 나는 그들을 다스릴 줄 아는 장지장(將之將)이다" 고 밝혔다. 고조의 이 한마디는  국가지도자가 가져야 할 중요한 인사지침과 같다. 유능한 장수나 참모를 쓰면 되지, 직접 일선에서 뛸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인재를 쓸 줄 아는 '용인(用人)'이 중요하다. 다행히 박 대통령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흡인력과 친화력을 갖춘 사람이다. 한번 박근혜 사람이 되면 영원히 박근혜 사람으로 남는다는 말도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문제는 '수첩'이 아닌 전방위적인 인재풀을 가동해 뜻이 다르거나 내 사람이 아닌 자도 품어서 제대로 쓸 줄 아는 인사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몰라요 장관'같은 모래 속의 그냥 모래를 진주로 보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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