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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 멀어져 간다 / 내 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 기억하는 내 가슴 속에 그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90년대를 풍미했던 故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라는 노래의 1절 가사다. 민주화 운동이 거셌던 80년대 말 이후 민주화의 정착 시기로 진통을 겪었던 90년대를 지내온 386세대라면 故김광석의 노래를 기억 할 것이다. 올해로 타계 18년이 된 故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콘서트가 15개 도시를 전국 순회 공연 중이다. 뿐만아니라 김광석의 노래만으로 세 편의 뮤지컬이 제작 됐다. 최근 KBS 2TV '불후의 명곡' 과 JTBC '히든 싱어'에서도 재조명되었고 지금도 인터파크에서 공연 예약 랭킹에 있어서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그는 90년대에 그는 수 많은 히트곡을 쏟아내며 뚜렷한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우리의 스산한 마음들을 쓸어 안아 주었다. 서른 즈음에를 비롯해 '거리에서', '이등병의 편지', '사랑했지만', '바람이 불어 오는 곳', '일어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등. 필자도 20여년전 당시 운전을 하며 카세트 테입으로 듣는 음악 1순위가 바로 김광석의 노래였다. 청춘의 마지막이라 할 서른 즈음에를 따라 부르며 뭔지 모를 아쉬움에 눈시울을 뜨끈하게 적신 적도 있었다. 어찌보면 세상과 화합하기위해 치열하게 전투중였던 20대 말의 시기라 더욱 애잔한 동감으로 와 닿았던 이유였으리라 기억된다. 20여년이 지난뒤 이젠 쉰 즈음에 다시 그의 노래가 기억되고 흥얼거려지는 이유는 뭘까?

 대중 문화와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작년과 재작년까지만 해도 싸이의 '오빤 강남 스타일' '젠틀맨'이라는 노래가 한국과 전 세계를 휩쓸었었다. 지금도 그 인기의 여파는 여전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대중 문화가 지니는 냄비 근성은 시시각각 변화되고 재빠르게 색깔을 달리한다. 그만큼 변화무상한 21세기 대중문화의 홍수 속을 우리는 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대중가요계의 열기를 감지해보면 복고풍이 빠르게 접속되고 있다. 한 예로 80년대의 인기 가수였던 이선희,이은미, 혜은이 등의 신곡 앨범 발표와 콘서트 일정이 이어지고 있다. 다시말해 문화 소비자들의 취향이 복고풍을 지향하는 시대 흐름으로 다시 돌아 섰다는 것이다. 아마도 김광석 다시 부르기도 그 주류에 놓여져 있는 것 같다.

 자살은 이 세상 가장 깊은 고독 가운데 침잠해 오직 홀로만이 깊은 병을 앓다가 마지막으로 결론 짖는 절대 비극이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듣고 가사를 음미해보면 그는 철저히 외로웠던 대중 가수다. 때론 전진도 변화도 없는듯 밑도 끝도없이 반복되는 일상은 청춘들에겐 어쩜 고독한 덫이다. 그는 그 일상을 벗어날 수 없는 예술가가 지닌 절대 고독을 체험한 가수다. 싱어송 라이터였던 그의 노래와 음률들이 화려하고 분주한 일상을 사는 듯 하지만 실상은 홀로일 때는 고독한 현대인의 자아상을 잘 반영하였다. 그래서 그의 노래를 다시 부르는 것은 때로는 세상에 버려진듯한 패닉 상태의 삶을 사는 우리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나름 있다.

 대중가요의 가사에 있어서 다양성은 존중한다. 하지만 인본주의적인 깊은 허무감은 또다시 끊임없는 허무감을 자아내게 한다. 더 나아가 인간 실존의 소중한 의미에 대한 상실감과 정체성의 혼돈을 낳을 수 있기에 심히 염려된다.  90년대에 우리의 스산한 마음을 쓸어 안아주고 위안이 되어줬던 요절 가수, 김광석의 자살이 그래서 더욱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이제는 목마른 갈증을 시원하게 적셔 주었던 단비와도 같은 그의 노래가 천상에서도 다시 부르게 되는 아름다운 노래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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