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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봄은 태화강 둔치에 돋아나는 쑥과 태화강의 전령사 황어의 회귀로부터 시작된다. 올해는 작년 3월 중순에 비해 봄비가 잦았다. 잦은 봄비는 배부른 강담(돌담)같이 그리 반갑지는 않지만 쑥의 성장과 황어의 회귀를 앞당긴다.

 울산에서 쑥과 황어는 짝이 되어 봄 한철 구황음식으로 오랜세월 활용되었다. 지천의 쑥은 쉽게 구할 수 있고 쑥떡, 쑥 털털이, 쑥국 등 용도가 다양해 서민들이 즐겨 먹었다. 황어 또한 봄 한철 맛볼 수 있는 별미이다. 올해는 잦은 봄비의 강수량이 태화강에 보태니 울산만에 머물러있던 황어가 기회를 놓칠세라 선바위 부근까지 올라왔다. 황어의 회귀는 작년에 비해 10일가량 빨랐다. 선바위주위에는 혼인색을 강하게 드러낸 울긋불긋 황어가 마치 붉은 단풍을 보는듯 장관을 이루고 있다.

 태화강을 찾는 어류는 봄철의 황어, 여름철의 은어, 가을철의 연어 등이 대표적이며 모두 맑은 물을 선호한다. 태화강이 맑아졌다는 것을 회귀성 어류가 증명한다.
 황어는 봄철이 되면 맑은 물을 찾아 발달된 여울, 바닥의 깨끗한 자갈밭을 골라 산란한다. 목적은 대를 이으려는 생존의 전략인 셈이다.

 "가사어는 지리산 서북쪽 달공사(達空寺) 옆 돝못(猪淵)에 살다가, 가을에 물길 따라 용유담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봄에 다시 돝못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고기가 오르내릴 때를 기다려 바위 폭포 사이에 그물을 쳐놓으면 고기가 뛰어오르다가 그물 속에 떨어진다고 잡는 방법까지 적어 놓았다. 달공사는 전북 운봉 지역에 있던 절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 함양군 조 용유담(龍遊潭) 내용이다.

 유몽인(柳夢寅, 1559~1623)도 '유두류산록(遊頭流山錄)'에서 가사어가 오직 용유담에서만 난다고 언급했다.
 "가사어는 지리산 골짜기 물속에서 산다. 길이는 한 자도 채 되지 않고 색상은 붉어 송어(松魚)와 같다. 맛은 매우 좋은데 생김새가 가사를 입은 중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산 밑에 사는 사람들도 몇 년이 지나야 가까스로 한 번 본다고 하니 이상한 물고기임이 분명하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소나무의 기운에 감응해서 생긴다고 한다" 이수광(1563-1628)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 있는 말이다.

 "지리산 속에 연못이 있다. 그 위에 소나무가 죽 늘어서 있어 그 그림자가 언제나 연못에 쌓인다. 못에는 물고기가 있는데 무늬가 몹시 아롱져서 마치 스님의 가사와 같으므로 이름하여 가사어(袈裟魚)라고 한다. 대개 소나무의 그림자가 변화한 것이다. 잡기가 매우 어렵다. 삶아 먹으면 능히 병 없이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묘한 여운이 남는 얘기다. 이덕무(李德懋,1741-1793)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 가사어 내용이다.

 이러한 가사어를 우리나라 담수 어류학의 석학 최기철(崔基哲, 1910-2002)박사는 '민물고기를 찾아서'란 책에서 가사가 탐(貪), 진(瞋), 치(痴)의 욕심을 버렸다는 표시로 승려들이 빨간색의 세 띠를 어깨에 걸치는 의복이라 하고, 물고기에 빨간 줄 셋이 있고 상류로 회유하는 물고기는 황어뿐이라며 가사어의 정체를 황어의 일종으로 추정한 바 있다.

 조선시대 승려의 가사는 붉은 색이다. 이를 홍가사(紅袈裟)라 불렀다. 현재도 태고종 가사로 전승되고 있다. 황어는 봄철이면 산란기가 되어 암수가 붉은 혼인색이 나타난다. 다홍치마처럼 붉을수록 건강한 개체이다. 권상일의 <학성지(1749)〉에는 황어(黃魚)는 울산의 토산으로 기록되어있다.

 황어를 범서 사람들은 '쑥국어'라 불렀다 고한다. 그 이유는 쑥과 황어를 함께 끓인 국을 말한다. 쑥국어를 구태여 한자로 쓴다면 애갱어(艾羹魚)가 되겠다. 애는 쑥, 갱은 국, 어는 고기를 나타낸다. 그렇다고 해서 애갱어라는 고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황어와 쑥을 함께 끊인 국을 울산 범서 태화강 주변 지역 자연마을 사람들이 말한 민간언어이다.

 50여 년 전 어른들은 방바닥에 가만히 귀 기울이면 '쑥국쑥국'하는 소리가 앞거랑 자갈밭에서 들린다고 했다. 쑥국쑥국은 황어가 앞 거랑을 찾아오면서 내는 소리란다. 지역 사람들에 의하면 봄철 쑥과 황어를 함께 끓이면 구수한 냄새가 미각을 자극 시킨다 고했다. 저녁 무렵 약주한잔하신 아버지가 새끼에 붉은 빛의 황어 한 마리 끼어 오시면 의젓하게 보이시더란다.

 마을 사람들은 황어, 가사어라는 말보다 쑥국어가 더 친근하단다. 황어는 잉어목 잉어과의 물고기로 30 ~ 45cm 정도의 크기이다. 황어 한 마리와 쑥을 함께 끓이면 대가족 한 끼 저녁은 만족했으리라. 올해 울주군은 황어 산란기 포획 금지기간(3월24일~4월14일)을 정했다. 중점 단속대상은 투망 및 작살 등을 이용한 유어행위와 면허·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어업, 배터리·유독물 등을 사용한 수산동물 포획 등이다. 황어를 포획하다 적발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쑥국어는 태화강변 사람들의 추억 속에서 점차 사라져간다. 잊혀 지기 전에 황어, 가사어에 이어 울산 민간어원 '쑥국어'를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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