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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경주로 가는 길 내내 신선한 바람의 결이 느껴졌다. 봄은 애써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찾아온다. 사람만 애가 타 기다렸을 뿐이지 자연은 섭리대로 찾아왔다가 물러간다. 7호 국도, 그 복잡하고 더딘 길을 견디게 해준 것은 벚꽃이었다. 가로변에 늘어선 늙은 고목들이 품은 여린 꽃잎들이 싱그럽게 흔들렸다. 불국로와 보불로를 스치면서 봄은 절정으로 달해 온 천지 연분홍 꽃 대궐로 장관을 이루었다. 몇 번의 굽이를 돌아 보문호로 내려서자 꽃 속에 묻힌 경주엑스포공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 6년만에 무료입장으로 전환한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은 신란 천년의 문화를 현대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했다.
#6년 만에 무료입장 전환
한때 10명 중 4명이 둘러봤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던 공원이 6년 만에 입장료를 없애고 그 빗장을 활짝 열어 젖혔다. 지난 1998년 첫 세계문화엑스포를 개최한 이후 2~3년마다 한 번씩 열리던 행사를 2008년 상설개장으로 바꾸고 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영국이 산업박람회를 통해 20세기 산업사회를 이끌었듯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문화엑스포를 통해 21세기 문화 아이콘을 선점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문화융성으로 새 시대를 열자는 창조경제와도 그 맥이 닿아있다.
 선견지명의 눈 밝은 이들이 만든 지방 소도시 행사가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는 국제행사로 발돋움 한데는 고단한 노력과 끊임없는 열정이 있었을 것이다.
 
#경주타워 그 정상에 서면
엑스포공원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경주타워다. 신라 삼보三寶 중 하나인 황룡사 9층 목탑을 거대한 유리 건축물에 투각 한 형태로 그 높이만 아파트 30층에 해당하는 82m로 웅장함을 자랑한다.
 1층 로비에는 지난해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 '코리아 실크로드 탐험대'의 활약상과 감동의 순간을 사진,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엮은 '코리아 실크로드 사진전'이 눈길을 끈다.
 특히 '코리아 실크로드 탐험대'가 지난해 3월 경주에서부터 중국 시안을 거쳐 이스탄불까지 2만여km를 달린 투싼 자동차가 전시장 한가운데 자리해 기념 촬영과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평일 오후 2시에는 '이야기가 있는 도슨트'로 이해를 돕는다.


▲ 2만여그루의 나무들이 어우러진 왕경숲은 사시사철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온갖 꽃들이 만개하는 봄날의 숲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 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쪽에선 '세계의 우체통' 전시도 열리고 있다. 독일, 덴마크, 스위스, 캐나다, 일본, 중국 등 10여 개 나라의 독특하고 이색적인 우체통을 한자리에 모은 이 전시는 '메일 로드(Mail Load)'를 따라 걸으며 각국의 우체통에 얽힌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관람객이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 '나만의 엽서'를 만들어 보낼 수 있도록 우편서비스도 제공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면 지상 65m에 조성된 신라문화전시관이 맞이한다. 8세기 신라 왕경王京 모형과 석굴암 본존불까지 그대로 옮겨놓은 실제 절반 크기의 미니어처는 천 년 전 신라의 땅으로 시간여행을 안내한다.
 멀리 봄빛 완연한 보문호와 명활산성, 엑스포 공원의 곳곳이 한눈에 들어와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정갈한 봄 꽃과 어울린 왕경림
'신라-숲-문화'를 주제로 꾸며진 18만㎡의 숲인 신라 왕경림王京林은 경주타워를 품고 있는 형상이다. 2만여 그루 나무들이 만드는 연초록의 여린 손길들이 앙증맞고 싱그럽다. 시간이 갈수록 울울창창해질 이 깊은 숲에는 신라 육부촌을 형상화한 '육부림'과 계림을 재현한 '왕경림', 그리고 안압지 모형의 연못인 '계림지'를 담아냈다. 또 포석정 모양의 분수대인 '곡수원' 등이 주제별로 조성돼 봄 햇살 아래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 동양과 서양의 조화로움이 돋보이는 시간의 정원은 키낮은 초목들과 조용함에 데이트코스로 적격이다.
 왕경림을 나와 벚꽃 터널을 지나면 언덕 위에 '시간의 정원'이 드넓게 펼쳐진다. 시간의 정원은 서양의 전형적인 정원 구조에 동양의 전통적인 문양들을 꽃과 나무로 수놓았다. 키 작은 초목들이 멀리까지 펼쳐지고 천마상, 십이지신상, 신라 시대 놀이기구인 주령구 등이 군데군데 서 있어 호젓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데이트 코스로 적격이다.
 '시간의 정원' 아래는 우리 문화유산을 모티브로 한 20여 점의 작품들을 전시한 '아사달 조각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광활한 잔디광장을 천천히 걸으며 봄빛 아래 드러난 조각품들을 하나둘 엿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공연·전시는 별도 관람료 내야
경주엑스포공원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공원 입장료는 무료다. 찬기파랑가, 플라잉, 세계화석박물관, 3D 애니메이션 등 전시공연 일부 관람료는 별도로 내야 한다.


◆놓치면 후회할 전시·공연
#찬기파랑가
신라 향가인 '찬기파랑가'를 가무극으로 재해석한 대형 상설공연이다. 서울의 정동극장이 만든 이 가무극은 신라 청년 '기파'가 진정한 화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전통춤과 음악을 통해 아름답고 역동적으로 담아낸다. 매주 화~일 오후 7시 30분.
 
#플라잉(FLYing)
'난타'와 '점프'를 연출한 최철기씨가 총감독을 맡아 백결공연장에서 펼쳐지는 화랑과 도깨비의 무無언어 퓨전 무술극이다.
 신라 화랑 유신이 도깨비를 잡기 위해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시작되는 '플라잉'은 예술 공연과 스포츠를 결합해 시종일관 박진감 넘치는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기계체조, 리듬체조, 마셜아츠, 곡예, 비보잉 등이 접목된 이색 무대로 지난 3년간 35만 명이 관람했을 정도로 인기다. 월~목 오후 2시 30분.
 

▲ 코리아 실크 로드 사진전.
#3D 애니메이션 월드
윤소이, 김정훈, 하유미 등 국내 최초로 실제 배우가 출연해 화제가 됐던 '벽루천(碧淚玔, 푸른 눈물 팔찌)'과 신라의 토우 기마 인물상을 의인화한 '토우대장 차차', 화랑의 목숨 건 애국심을 느낄 수 있는 '천마의 꿈' 등을 하루 4편을 2회씩 상영한다.
 
#천 년의 이야기
3D입체기술과 멀티미디어로 신라 천년의 역사와 문화, 삼국유사 속 재미난 이야기들을 짜임새 있게 구성한 영상물이다. '왕의 탄생, 빛을 잉태하다-신라, 달 그리고 로맨티시즘-향가, 달을 노래하다-월하연가(月下戀歌), 달빛에 닿은 신라인아-삼국유사 속으로-정의와 행복, 번영의 황금시대-실크로드, 별빛을 헤며 서역으로' 등으로 꾸며졌다.
 
#세계화석박물관
전 세계 40여 개국 화석 3,500여 점이 전시된 동양 최대 규모의 화석박물관으로 지구의 탄생부터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순으로 전시돼 지구의 변화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준다. 고생대 삼엽충, 중생대 암모나이트, 신생대 매머드 상아 등을 비롯해 일반 박물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1억 년 전 공룡 알, 전신 골격이 완벽히 보존된 5,000만 년 전 거북이 등 희귀 화석 등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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