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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소생하고 겨울동안 움츠려있던 마음도 활짝 피어나는 계절 봄. 여성이라면 나들이는 어디로 갈지, 나들이를 가면서는 어떤 옷을 입을지, 또 어떤 어울리는 신발을 신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그 중 '하이힐'은 여성들의 미적 아름다움에 보탬이 되는 액세서리 중 하나다. 하이힐은 각선미를 한껏 뽐내줌과 동시에 전반적인 비율까지 조화롭게 만들어 여성들에게는 이제 없어선 안될 신체 일부에 가까울 정도로 친숙한 물건이다. 그런데 이러한 하이힐 때문에 족부질환을 겪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하이힐이 무지외반증의 원흉인 것이다. 무지외반증에 대해 울산굿모닝병원 손수민 병원장에게 들어봤다.

굽 높은 구두 즐겨신는 여성 주로 발병
발목·무릎·골반 등 신체 전반 악영향
교정기 등 보존치료 효과 없을땐 수술
평소 족욕·마사지 등으로 피로 풀어야

# 하이힐 등으로 서서히 발 균형 무너져 발생

무지외반증 수술 전 후 사진.
주부 김모(45)씨는 5년 전까지만해도 구두를 자주 신어왔다. 작은 키가 컴플렉스였던 그에게 20년 전부터 하이힐은 구세주와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5년 전부터 구두를 신고 조금만 다녀도 발이 퉁퉁 붓고 통증이 있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인가 발가락 모양이 이상해졌다.

 두번째 발가락이 엄지발가락을 덮으면서 비정상적인 발모양을 갖추게 된 것이다. 통증이 있을 때부터 발가락 보조기를 사용하고, 기능성신발 등을 신어왔지만 증상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종합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아 현재 보존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씨와 같은 증상이나, 엄지발가락의 뼈가 튀어나오는 질환을 두고 '무지외반증'이라고 한다. 무지외반증은 엄지 발가락의 제1중족 발가락 관절을 기준으로 발가락 쪽의 뼈가 바깥쪽으로 치우치는 변형이다. 이 변형은 발의 수평면에서의 변형을 의미하는 용어이지만 실제로는 발가락이 발등 쪽으로 휘거나 회전하는 변형을 동반한 삼차원적인 변형이다.

 무지외반증은 증상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매우 서서히, 아주 조금씩 진행된다. 따라서 평소 본인의 발에 관심이 없다면 증상이 시작되는 것을 인지하기 조차 어려울 수 있다. 이렇게 발가락의 변형이 서서히 진행되면서 발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고, 보행하는 것 또한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불안정한 습관이 지속되어 발목이나 무릎, 골반 등 하체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지외반증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무지외반증은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먼저 원위 중족 관절면 각이 과다한 경우, 평발과 넓적한 발, 원발성 중족골 내전증, 과도하게 유연한 발 모양을 가지고 있다면 무지외반증을 앓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개 20~40대 여성들은 후천적 요인때문에 병원을 자주 찾는다. 하이힐 등의 신발코가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을 자주 신어왔기 때문이다.
 
# 무릎·허리관절 등 2차 질환 유발 가능
무지외반증 증상이 악화되면 엄지발가락의 변형이 심해져 다른 발가락에도 영향을 미치게되고, 발가락의 배열이 흐트러지면서 소건막류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무지외반증은 무릎관절, 허리관절 등 2차 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에 증상의 초기 발견과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무지외반증은 외형적 변형만으로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 방침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진찰 및 방사선 촬영 검사가 필요하다. 의사는 안쪽 돌출 정도, 관절 자체의 통증 여부,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발가락 아래의 굳은살 및 통증 여부, 관절 탈구 여부, 새끼 발가락 쪽의 돌출 여부, 관절 운동 범위, 아킬레스 건 단축 여부, 편평족 여부, 전체적인 관절 유연성 여부 등에 대해 진찰한다.

 일반적으로는 발에 체중이 실린 상태에서 단순 방사선 사진을 촬영한다. 변형된 각을 측정하고 관절의 퇴행성 변화 여부를 관찰한다. 평소 자신의 발이 자주 붓고 통증을 빈번하게 느낀다면 자가진단으로도 병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맨발로 종이에 발을 올려 놓고 선 뒤, 본인의 발 모양을 종이에 그린다. 이어 엄지발가릭의 각도가 0~15로 정상, 15도 이상이면 무지외반증이라 할 수 있다. 외관상 무지가 제2족지 중첩될 경우 중증도에 해당하는 무지외반증이라 할 수 있다.
 
# 발볼이 넓고 굽이 낮은 신발 신어야
무지외반증 환자의 치료 여부는 환자의 불편함 정도와 의학적 소견을 종합해 결정하는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불편함의 정도다. 아무리 변형이 심하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외관상의 개선이나 예쁜 구두를 신고 싶어서 수술 받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수술 부위에 흉터가 남으며 수술 후에도 하이힐 등의 불편한 신발은 신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보존적인 치료는 안정감 있는 쿠션, 발볼이 편안한 신발로 돌출 부위를 자극하지 않는게 좋다. 일반적으로 발가락쪽이 넓고 굽이 낮은 신발이 추천되며 엄지 발가락의 돌출 부위 및 두 번째 세 번째 발가락 아래가 자극되지 않도록 신발 안에 교정 안창을 넣기도 한다. 그 외 재활치료, 주사치료 등 비 수술적 치료를 시행한다. 엄지발가락의 튀어나온 정도가 심하고 보존적인 치료에도 효과가 없을시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수술은 매우 다양하지만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환자의 나이, 변형의 심한 정도, 환자가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부분 등을 고려해 수술 방법을 결정한다. 수술법은 일반적으로는 돌출 부위의 뼈를 깎아내고 내외측으로 치우친 뼈를 잘라서 각을 교정하며 짧아진 근육 및 연부 조직을 늘려주는 것이다.

 외적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데 효율적인 하이힐, 하지만 발에 무심하고 관리에 소홀하다면 결과적으로 무지외반증과 같은 족부질환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평소 발이 불편하거나 굽이 높은 신발을 장시간 착용하는 것을 지양하고 발에 쌓인 피로는 족욕이나 마사지를 통해 그때 그때 풀어주는 것이 무지외반증과 같은 족부질환을 예방하는 작지만 소중한 방법이다.  김은혜기자 ryusor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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