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순의 언저리에 등단해 이 년 만에 신춘문예 당선 등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소식을 이어가고 있는 류현서씨가 첫 수필집 '지워지지 않는 무늬'를 펴냈다.
 

#류현서 작가 첫 수필집

류현서 작가가 첫 수필집 '지워지지 않는 무늬'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10일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늦은 나이에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다작하는 원천은 어린 시절부터 늘 이야기와 책을 가까이 여겨온 습관 때문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으로 글을 쓴 건 2년전 수필부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지만 아주 어릴때부터 늘 어디서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는 걸 재밌어했어요. 이건 눈과 입이 야물었던 할머니 덕분이예요. 할머니는 비록 '까막눈'이셨지만 본인이 겪으신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서 저한테 늘 얘기해주셨어요. 예로 마을에서 굿판이 벌어지거나 하면 무당의 인상착의부터 몇 시간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토씨하나 빼놓지 않고 전하셨죠. 그러면 전 또 들은 그 얘기를 집안 사람들 앞에서 그대로 옮겨서 얘기하곤 했죠"
 

 그가 스스로를 재담꾼이라고 할 정도로 클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할머니의 영향이 컸다.
 "한 날은 시집 간 큰언니가 시집살이한다고 하도 친정에를 못 오자 할머니는 저한테 편지를 쓰라고 했어요. 제가 편지에 언니 공사가 황망해 집에 오지 못하십니까처럼 틀에 박힌 글을 쓰니 이를 보던 할머니가 답답해 하시며 그렇게 쓰면 편지 읽는 사람이 재밌겠니. 다시 써라. 경주 남산 소나무에 당거미가 줄을 쳐서 거미줄에 걸려 친정에를 못 오나 하고. 참 재밌는 분이셨죠"


#"예순에 등단…쌓아온 경험 도움돼"


다작의 원천에는 이같은 이야기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에 독서를 통한 내공도 더해졌다.
 "초중고 시절엔 각종 글짓기 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어요. 결혼하고 나서도 책벌레인 동생 덕에 틈틈히 독서를 이어갔어요. 이번 책에서도 밝힌 것처럼 힘든 일들이 생기면 글을 쓰면서 그 무게를 내려놓기도 했어요. 특히 수필은 자전적 체험이 바탕이 되는 것이라 어찌보면 온 몸이 발가벗겨지는 거라고도 할 수 있는데, 늦은 나이에 글을 쓰다보니 실제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이 글을 쓰는데 있어선 큰 도움이 됐어요"
 그래서인지 이 책은 류 씨의 인생이 통째로 담긴 것이나 다름없다. 1부 '씨의 꿈'에선 삶 중에서 가장 숨기고 싶은 흉과 아픔을 솔직히 담았고, 2부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바디와 북'에서는 중년의 모습을, 3부 '감성의 나무'는 사유에 대한 글을, 4부 '만지동근(萬枝同根)'에는 아들을 낳지 못해 아픔을 겪은 어머니 등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집의 표제인 '지워지지 않는 무늬', '뜸부기', '열암계곡을 찾아서', '영지' 등의 작품 역시 십 년 넘게 아이를 가지지 못해 생긴 자신의 생채기가 소재가 됐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삶의 아픔을 다루고 있음에도 충분히 해학적이다. 이번에 수록된 '춤추는 장롱'에서는 그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한 부부가 있었다. 그러나 그 집 아내는 폐결핵에 걸려 몇 년을 시난고난 앓아 오던 중 결국 숨을 거두고 만다. 그러자 숨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남편과 시어머니는 장롱부터 돌려놓는다. 상처를 하면 쓰던 장롱을 돌려야 재혼할 사람이 빨리 생긴다는 말에 모자는 장롱을 이렇게 돌려놓고서야 대소가에 장례소식을 전한다.
 그를 지도한 수필가 홍억선씨 역시 발문을 통해 "류현서 작가는 폭넓은 체험과 해학성, 구수한 문장 등을 겸비한 장점 많은 수필가"라며 "그의 수필에는 해학이 짙게 깔려 있어 깨알 같은 일상도 너끈히 미소를 짓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2년만에 숨 한번 고르지 않고 다작을 이어가는 이유도 궁금했다.
 "어차피 한번 가는 인생 제가 살았다는 흔적을 작품에 남기고 싶어요. 단 한 작품이라도 문학을 하는 이들이나 세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기억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힘이 닿는 한 앞으로도 제가 글을 써야할 이유이기도 해요"


#오늘 오후 출판기념회
한편 류현서 씨는 경북 경주 출생으로, 중앙시조백일장 입상과 월간문학 신인상, 부산일보 신춘문예(수필) 당선, 울산문학신인상 (시조), 제1회 등대문학상 수상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
 이번 수필집의 출판회는 오는 11일 오후 6시 30분 울산 중구 남외동 MBC컨벤션 아모레홀에서 열린다.  김주영기자 uskjy@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