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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타고 유리창까지 넘어온 담쟁이덩굴입니다. 투명하고 가벼운 봄 햇살 아래 놓인 여린 잎들의 속이, 마치 아기 볼의 투명한 실핏줄처럼 훤하게 드러납니다. 매끄러운 유리를 잡고 오르는 저 힘겨운 삶의 터전, 작디작은 흡착판 몇 개로 버텨내야 할 고단한 시간들이 눈앞에 선합니다. 그러나 담쟁이는 작은 바람결에도 잎을 흔들어 화답하고, 환한 햇살을 받아들여 안으로 살찌우며 몇 개의 계절을 건너갈 겁니다.
 
문득, 이런 봄 햇살 속에서는 아무도 날 알지 못하는 낯선 도시로 떠나고 싶은 알 수 없는 충동을 느낍니다. 매일같이 지나는 지루한 길들이 아닌 생경한 도로 위를 빠져나가는 일탈의 그 설렘과 동반되는 두려움까지 감내하고 즐길 수 있는 여행길이 되지 싶습니다. 그러나 출근길 습관처럼 핸들을 꺾고 들어서는 익숙한 길은 현실입니다.
 
가벼운 햇살에도 쉽게 꿈꾸는 여행. 봄은 유혹의 계절입니다. 글·사진=김정규기자 k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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