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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1=여 취객 왈 "난 잘못이 없어! 왜 내 탓만 하느냐구? 저 인간이 날 이렇게 만들었다니까!" 경찰 왈 "아줌마 일단 파출소 안으로 들어와서 말씀 하이소! 밖에서 이렇게 소란 피우면 또 민원 들어와요" 여 취객 왈 "당신들 뭐야? 저 인간은 콩밥을 먹게 해야돼! 놔! 이것 놓으라구!"

# 장면 2= 택시 기사 왈 " 아니 글쎄 저 손님이 택시 요금을 안주고 내리려 하잖아요! 그래서 바로 파출소 앞으로 데려왔죠!" 승객이였던 취객이 혀 꼬부라진 소리로 왈 "아니 내가 언제 택시비 안 준다 했나? 집 도착해서 준다 했잖아? 근데 파출소 앞이라니? 이런? 야! 시장 나오라 해!" 

 필자의 집 앞 파출소에서 밤이면 밤마다 들려오는 소란이다. 마치 연극 무대 위의 한 장면들을 보는 것 같다. 주말 밤이 깊어 갈수록 더 하다. 취객들의 저마다 하소연 섞인 목소리들로 귀가 따갑다 못해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다. 한번쯤 유심히 창문을 열고 들어보면 참 별것 아닌 사소한 다툼으로 파출소까지 오게 된 일들이 부지기수다. 훈방 조치된 취객이 파출소 옆에 있는 놀이터 벤치로 이동해 또 중얼거리며 고성방가로 유행가에 욕질을 섞어 부르며 소란이다. 이쯤 되면 파출소 직원들도 참 난감 하다는 듯 애로가 말이 아니다.

 파출소 뒤편으로는 오늘도 고층 아파트들이 혁신을 거듭해 위로만 치솟고 있다. 소시민들은 마치 줄 끊어진 풍선처럼 외롭다. 진짜 영웅은 아니어도 믿음직스런 시장과 구청장을 원하고 있다. 이 소시민들의 다 말할 수 없는 속앓이들이 어느 순간 얼토당토않은 상황 속에서 파출소까지 불려 온 것이다. 그리고 애꿎게도 취기어린 방어기제로 표출되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려 온다. 그래서 작은 파출소에서 일어나는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때론 마음이 씁쓸하다.

 영국의 한 신문사에서 영국 끝에서 런던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에 대해 현상 공모 한 적이 있다 한다. 독자들은 저마다 비행기, 기차, 도보 등 여러 수단과 방법들을 제시 했다. 하지만 1등 당첨자는 바로 '좋은 동반자와 함께 가는 것'이라 했다. 아울러 뜻을 같이 하는 사람과 같이 가면 지루하지 않고 빨리 갈 수 있다는 것에 동감했다 한다. 동반자를 영어로 하면 'companion' 이 말은 빵(식사)를 같이 한다는 라틴어에서 유래 했다고 한다. 영어 사전을 보면 '길동무' '말동무' 라고 쓰여 있다.

 6·4 지방 선거의 열풍이 대단하다. 선거하면 떠오르는 것이 비방, 흑색선전이다. 아직도 여전한 것 같다. 하지만 투표권을 지닌 시민들은 냉철하고 냉정하다. 이제는 각 후보들 간의 비방과 흑색선전에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 후보자에게 비방을 일삼는 선거 후보자들이 있다면 곤란하다. 지금은 80년대 구태의연한 독재 시대의 정치판이 아닌 21세기 들어 깨끗한 민주 화합 시대다. 시민들은 대단한 공약들을 내세우는 후보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앞과 뒤가 깨끗하고 마주 잡은 두 손이 마음과 같이 따뜻한 길동무, 말동무 같은 동행을 원한다. 당선이 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바꾸는 팔색조 같은 단체장을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둘 이상 모인 곳엔 언제나 구린내 나는 비방이 끊이지 않기 마련이다. 그곳이 어디든 뒷담과 파벌과 모함들이 난무하기 마련이다. 가장 대표적인 쓰레기통이 선거판이 되지 않도록 모두들 입단속 좀 하자.

 그래서 지난 세월 갖은 억압 속에서도 민초들의 의연한 외침으로 일궈낸 풀뿌리 민주화가 쓴 뿌리만을 낳게 하는 구태 선거판이 안 되도록 함께 노력해 가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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