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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웠다. 그 정도 밖에 꾸밀 수 없었을까? 무언가를 빠뜨리고 전시한 것 같았다." 울산 땅에서 살다간 선조들의 삶과 죽음을 표현한 울산박물관의 '태화강인의 삶과 죽음' 특별전을 관람한 여러 사람에게서 들은 말이다. 하나같이 특별전인 만큼 볼거리가 꽤 되리라는 생각으로 잔뜩 기대를 하고 찾았으나, 영 실망했다는 반응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자 궁금했다. 특별전이라면 상당 기간 학예연구직들이 연구·조사한 것을 토대로 관련 유물을 모아 진열해놓고 일반에 공개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어느 박물관이든 특별전 주제에 맞는 자체 소장품이 흡족하지 않으면 다른 곳의 소장품을 빌려서 함께 전시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울산박물관의 이번 특별전에 실망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은가.

 울산박물관은 '울산은 예로부터 선조들의 삶의 터전으로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으로 대표되는 선사문화가 꽃 핀 곳이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 최초로 환호가 발견된 검단리 유적을 비롯한 수많은 선사마을 유적과 농경 유적이 확인됐다. 이런 선사시대 울산에 살았던 태화강인의 마을과 사회생활과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이번 특별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전이 울산박물관의 기획의도대로 꾸며졌을까. 제1전시실은 구석기와 신석기, 청동기시대 사람의 삶에 관련한 전시물로 꾸며졌다. 울산의 역사는 신석기부터 출발된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후기 구석기시대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그 때 울산에 사람이 처음 살았다는 것이다. 언양 대곡리와 신화리, 남구 옥현 유적이 그 때의 유적이라고 했다.

 그러면 울산에 사람이 처음으로 살기 시작한 구석기시대의 유물이 적절하게 진열돼 있어야 했다. 박물관의 전시라면 당연히 유물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별전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야 특별전으로서 값어치를 충실히 할 수가 있는 게 아닌가. 석기 15점이 전시돼 있었다. 그것으로는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만족감을 주기에는 모자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울산의 신석기 유적은 일반에 널리 알려진 우리 나라에서도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성암동 패총과 온산 우봉리 유적 등 8곳이라고 했다. 진열된 유물은 토기조각 16점과 발형토기 1점, 패각류 9점, 화살촉과 어망추 1점씩 모두 31점에 불과했다. 유물의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 초라하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울산은 청동기시대 유물의 보고(寶庫)라고 했다. 특히 전국에서 청동기 주거지와 마을 유적이 가장 많이 조사된 지역이라고 했다. 농경의 중요한 증거라고 할 수 있는 논 흔적이 여럿 확인된 곳이라고 했다. 청동기시대 유적분포지도에 유적지가 빼곡하게 기록돼 있었다. 중산동과 서동, 언양 신화리 유적 등 무려 90여곳이라고 했다. 

 외날도끼 4점과 반달돌칼 9점, 심발형토기 6점, 방추차 17점, 청동기 장식석검 10점 등 170여점을 전시해 놓았다. 그것만으로 울산이 청동기시대 유물의 보고라고 할 수가 있을까. 또 나무를 엮어 집을 만들어 놓았으나, 이왕이면 울산만의 특징이라는 '울산형 집자리'를 보다 완벽하게 만들어 관람객의 이해를 도왔어야 했다. 

 아무리 실내 전시장일지라도 유적의 흔적을 원형에 가깝게 재현해 놓아야 특별전의 효과를 한층 높일 수가 있다. 그런 점에서 청동기시대의 집 자리와 마을 유적은 물론 환호 유적을 만들어 전시했어야 했다. 웅촌 검단리에서 발견된 환호 유적이 한반도에서 발견된 최초의 환호 유적이라고 자랑만 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논 유적 또한 마찬가지다. 

 제2전시실에는 죽음과는 불가결한 무덤 양식과 발굴조사와 유물처리 과정에 대한 전시물로 채워졌다. 청동기시대 울산의 선조들은 지석묘와 토광묘, 석관묘 등의 무덤을 썼다고 했다. 하지만 유물이라야 석촉과 토기조각 등 10여점만 전시돼 있었다. 전시실의 대부분을 유적지 발굴과 유물처리 과정으로 꾸몄다. 특별전이라는 이름이 무색했다. 

 전시장을 나와 도슨트에게 왜 이런 특별전을 열었느냐고 물었다. 울산박물관과 울산문화재연구원, 울산발전연구원, 울산대학교 박물관 등 네 곳이 수습한 유물로 마련됐기 때문에 전시유물이 한정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특별전이 볼품없는 의문은 풀렸지만, 특별전이라면 이름값을 해야 하는게 아닌가. 많은 시민이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결코 초라하지는 않다고 알고 있는 울산의 유구한 역사문화를 왜소하게 만드는 이런 특별전이 아닌 제대로 된 특별전을 기대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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