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87년 8월 나는 어느 잡지에 칼럼 한 편을 실은 적이 있다. '신(神)이여 힘을 주소서!'였다.

 태풍 셀마의 피해가 예상외로 컸었는데 또 곧 이어서 중부지방이 엄청난 수해를 당한 뒤였다.

 우리나라 기상대가 생긴 이래 최고의 강우량을 보인 폭우로 수백명의 귀한 생명을 잃었는가 하면 셀 수도 없을 정도의 재산을 송두리째 물과 바람 속으로 날려 버린 뒤였다.

 세월호의 어이없는 참사를 당하면서 그때를 다시 기억하게 된 것은 그 비참한 수해를 당하고 나서도 우리가 털고 일어나던 모습을 새기기 위해서였다. 돌아보면 우리민족은 처참하고 암담한 수난을 당할 때 마다 꿋꿋하게 일어서는 강인한 민족이었다. 역사학자들은 우리나라가 외침을 당한 것이 수천여회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마다 우리는 힘을 모으고 오뚜기처럼 일어나곤 했다. 위기를 기회로, 절망을 환희로 돌려 놓고 마는 민족의 특성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임진왜란이 그랬고 병자호란, 가깝게는 일제의 침략, 6·25, 아이엠에프가 그랬다. 신문마다 방송마다 온통 울음을 삼키는 슬픔뿐이다. 아직도 희생자들의 상당수가 묘연한채로 물속에 남아있다. 목숨을 걸고 밤을 새며 사력을 다하고 있는 구조모습 뿐이지만 그러나 마냥 슬픔에 잠겨 있을 수많은 없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에겐 미래를 기약할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으로 학생들에게 "걱정하지 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 하면서 죽음을 맞은 최혜정교사,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양보하고 죽어간 정차웅군, 갑판까지 나왔다가 친구를 구하러 배 안으로 도로 들어간 양온유양, 선원은 맨 마지막이라며 끝까지 승객들을 챙기다 죽어간 박지영승무원, 그들이 빤스바람으로 도망쳐 나가버린 밉고 비겁한 선장에 비해 얼마나 아름다운 희생인가? 이 의인들이 있는 한 아직도 우리에게는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다. 세월호 참사는 어른들 아니 우리 모두가 저지른 범죄다. 다시는 이러한 슬픔을, 과오를 되풀이 말자는 다짐만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사랑하는 아들딸을 보내고 황당하게 주저앉은 유족들이다. 이들의 가슴을 달랠 수 있는 묘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다. 이른바 김신조사건, 1·21사태 이후 박정희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부르짖고 향토예비군을 만들고 국방을 다진 계기를 만들었다. 이제, 그 강인했던 아버지의 의지를 본받아 박근혜 대통령은 이 나라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적폐를 도려내 세월호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했다. 현직 대통령으로 사고 현장을 달려가 위로하며 수습에 나섰던 대통령에게 사과를 졸라댄 야당의 지도자들 어찌 그분들도 자식 키우는 부모로 유가족의 슬픔을 헤아리지 못하랴? 슬픔은 헤아리고 아픔은 나누어 가져야 한다. 여당도 야당도 이번만은 슬픔을 헤아리면서 이 아픔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지혜를 모아 국민들을 이끌어 주었으면 한다. 정치인들만이 슬픈 게 아니다.

 우리 모두가 비통하게 슬프기만 하다.
 우리 모두가 죄인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우리의 슬픔을 같이 하고 있다. 멋쟁이 교황님이 한국을 위해 기도하면서 머지않아 한국을 방문하게 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방한하여 애도의 묵념을 올렸다. 모두가 남이 아플 때 그 아픔을 헤아려준 이 나라의 베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은 결코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딸을 바다 속에 남겨둔 채 가슴을 치고 있는 유가족의 아픔을 헤아리며 다시는 진정 다시는 이런 슬픔이 우리 것이 될 수 없도록 안전제일의 국가가 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이 모든 것이 정상적이여야 할 것을 비정상의 자리에 놓고 누대에 걸쳐 어둔하게 살아온 우리 모두의 무지였음을 깨닫고 반성하자.

 누가 그 통한의 배를 세월호라 명명했는지 모른다. 그 배에서 아름답고 숭고한 죽음을 맞은 그 의인(義人)들이 있는 한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작전구역에 있는 통한의 진도 바다와 남해를 지켜낼 적에 어선 몇 척으로 구름 떼같이 몰려오는 왜적을 무찔렀다. 우리는 이 슬프고 한 맺힌 바다의 아픔을 다시 환희의 바다로 만들어야만 한다.

 생의 꽃을 미처 피우지 못하고 죽어간 귀여운 우리의 아들 딸을 위하여!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