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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조 관장이 내년이면 20주년을 맞는 울산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앞으로 시민에게 더 좋은 공연과 전시로 다가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울산문화예술회관에 은근한 변화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문화예술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지역 근로자들이 단체로 회원으로 등록하는가 하면 전시장 한 켠 창고처럼 있던 자료실은 '예술전문도서실'로 탈바꿈했다. 심지어 직원들조차 공용물품이라 대여는 절대 안된다고 만류했던 '예술단 의상 빌려주기'까지. 지역 문화예술 발전의 밑거름이 될 시도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하 주차장 한 켠을 지역 작가들의 전시공간으로 만든 '갤러리 쉼' 역시 마찬가지다.

누가 지하 주차장을 지역작가를 외부에 알리는 창구역할이 될 것이라 생각했을까.
얼핏 사소해 보이는 이같은 변화는 갸냘픈 나비의 날갯짓이 큰 태풍이 돼 돌아오는 나비효과처럼 시간이 지나면 분명 지역 문화예술 지형도를 바꿀만한 것들이다. 작지만 꾸준한 이 변화의 중심에 있는 이형조 관장(56)을 만났다.

# 비전문가 관장 우려 불식 문턱 낮춘 회관으로
8일 울산문예회관 관장실에서 만난 이 관장은 인심좋은 넉살로 기자를 맞았다.
2013년 1월 이 관장이 첫 부임했을 때,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행정직 공무원이 또한번 수장 자리를 맡게 됐다는 다소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취임 2년차를 맞은 지금 이형조 관장에 대한 대내외 평가는 긍정적이다.
우선 간혹 전문예술인이 관장이 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직원들간의 마찰이나 불협화음이 없다. 소통을 무기로 내세웠던 관장은 직원들과 지역 예술인들과의 관계를 물흐르듯 맞춰가고 있다.
예로 취임 후 시작했던 다양한 단체와의 협약은 어느덧 16개 5만 3,000여명의 회원 확대로 나타났다. 여전히 회관 문턱이 높다는 인식을 깨기 위한 자구책이 어느정도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 관장은 "이용하는 시민만 회관을 계속 찾는다는 의견이 있어 문화예술과 거리가 있는 기관, 또 문화예술교육이 중요한 청소년 단체를 우선으로 협약을 맺고 있는데 성과가 생각보다 크다"며 "개관 20주년인 내년까지는 10만명까지 회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동, 사회복지 업무로 쌓은 경험은 회관 내 매점 운영 등을 다문화가정과 장애인에 우선 위탁하는 등 따뜻한 행정 배려로 나타났다. 이 관장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나 다문화가정에 작은 관심을 보이는 노력은 따뜻한 인성을 함양하는 목적을 갖고 있는 문화예술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회관 내 레스토랑 쉼터 역시 운영방식을 바꾸고 가격을 내린 결과 찾는 이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평가다.

# 열린 마음으로 문화예술계 의견 적극 수렴
사실 그는 구청 문화체육계장을 거치며 문화예술행정의 기본기를 닦기도 했다. 그럼에도 스스로가 행정직 출신이다보니 한 해에 두 번씩은 울산예총 및 민예총 단체장 등 지역 예술인들에게 회관의 한 해 공연과 전시계획을 미리 소개하고 의견을 듣는다. 개선해야 할 점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짧은 시간동안 회관이 틈새없이 알찬 기관으로 변해오고 있는 비법이 여기있는지도 모른다.
이 관장은 "직원들과 예술인들의 의견을 반영해 바꿀 건 바꾸고 좋은 건 더 키웠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전문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회관의 전시공연, 서비스 만족도가 90퍼센트에 달했다. 조직의 리더로서 의견을 듣는 건 참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시민 곁으로 다가선 시립예술단
그의 자랑 중 하나는 회관이 운영중인 시립예술단이다.
전국의 일부 시립예술단이 낮은 객석점유율과 시민참여로 '세금먹는 하마'라고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과 달리 울산시립예술단은 시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교향악단과 합창단의 경우 지난해 객석점유율이 63%, 무용단은 95%이상의 객석점유율을 보였다. 특히 지역 합창단과 무용인들과의 협업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행보는 지역 예술인들이 시립예술단에 가졌던 상대적 박탈감 등을 어느정도 해소하는 한편 지역 예술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이형조 관장은 "시립예술단 공연은 대중가수 공연 등과 달리 순수예술 공연이다보니 시민들이 어렵게 생각하고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것은 사실이지만 꾸준히 관람층이 늘고 있다"며 "시민 참여를 늘리기 위해 찾아가는 예술단 공연이나 해설이 있는 음악회, 아트 클래스 운영확대, 새로운 시도의 기획공연 등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소화해야 할 일정에 비해 예술단원들이 열악한 대우를 받는 측면도 인식하고 있다. 이 관장은 이 부분이 더 개선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참신한 시도는 올해도 이어진다.
이 관장은 "올 하반기에는 '2014 예술단 아트 인 시네마'를 계획중"이라며 "시민 눈높이에 맞게 영화 속 명장면, 대사, 음악 등을 한 무대에 연출하는 복합예술 무대를 선보일테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또 수준높은 공연을 위해 오는 7월 국립합창단으로 자리를 옮기는 구천 지휘자를 대신할 지휘자 섭외에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내년 개관 20주년 기념행사 추진 만전
내년은 특히 회관이 개관 20주년을 맞는 의미있는 해다. 이에 이 관장은 직원들과 구체적인 사업들을 구상중이다.
"우선 회관 20년사를 발간한다. 회관 역사는 곧 울산 문화예술의 역사란 마음으로 직원들이 애정을 갖고 제작중에 있다. 또 시민들이 가장 기대하는 부분인 기획공연은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수준높은 공연으로 구상중이다. 7월 뮤지컬 '미스 사이공', 10월 체코 프라하 필하모닉 초청 내한공연, 12월에는 시민들의 반응이 좋았던 나윤선 째즈공연을 우선으로 고려중이다. 시립예술단에서도 의미있는 프로그램들로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획전시의 경우 대한민국미술전람회(1949~1981), 소위 국전 대통령상 수상작가의 작품전시와 울산지역작가 초대전 등을 계획중이다. 애정을 갖고 지켜봐 달라"

끝으로 남은 임기동안 회관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포부도 밝혔다.
"시민과 예술인으로부터 더욱 사랑받는 회관이 되면 더없이 좋겠다.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는 낭비가 아니라 사회를 건강하게 가꾸는 밑거름이라는 인식에 시민들이 공감하려면 그만큼 좋은 전시와 공연을 통해 시민을 감동시켜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타 기관에선 찾을 수 없는 회관만의 양질의 전시와 공연, 시민 참여공간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이 부분을 최대한 지원해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높여 회관이 울산문화예술의 요람이 되도록 애쓰겠다. 기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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