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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 이충걸·예담

10년 전 저자가 펴낸 '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로부터 시작된 이 책은 그 후 10년간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고 있다. 어머니라는 우주를 조촐하게 기록한 아들의 글을 만나볼 수 있다.
 아들의 눈으로 세세하게 관찰한 엄마의 정면, 어딘가  엇박자이지만 묘하게 리듬이 맞는 엄마와 아들의 즐거운 생활을 모두 담고 있다. 낯선 이미지와 생경한 언어들을 조합해 모자지간보다는 친구 사이, 보살피고 공양하기보다는 서로의 삶을 지켜보고 기억해주는 동지로서 함께하고 있는 모자의 삶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 더 늙고 조금 더 아프게 될 엄마와 여전히 철들지 않은 아들이 어떻게 서로의 삶을 보듬고 있는지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생전 처음 털게를 맛보게 되는 경험이나 엄마가 무릎 연골 수술을 받는 장면 등 모자가 함께 겪어가는 다양한 일상은 우리 일상을 들여다보게 하는 한편 우리에게 엄마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조용히 일깨워 준다.
 

가시밭길 위에서 깨닫는 가족의 소중함

# 지금은 행복한 시간 ∥ 테리 고든·이종인 옮김·세종서적

테리 고든 박사와 그의 아들, 가족이 교통사고라는 갑자기 닥쳐온 시련을 극복하고 희망을 갖게 되는 과정이 담긴 책이다.
 저자는 자신이 겪은 일을 담담히 일기 형식으로 써내려가며 폭풍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거나 피하지 말고 그 한가운데서 평화와 사랑을 발견하라고 말한다. 더불어 가장 가까이 있지만 깨닫지 못하고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심장 전문의인 저자는 날마다 위급한 상황을 목격하기에 인생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 타일러가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되고 가족은 인생의 불행이라 여길만한 상황을 겪게된다. 3부에 걸쳐 사고에 대한 상황 묘사와 아들의 부상이 회복되어 가는 과정, 심리적 갈등, 그리고 사고를 겪은 아들 곁에서 묵묵히 조력자가 되어주는 가족의 도움을 그린다. 이러한 고든 가족의 기나긴 성찰 과정을 통해 역경 속에서도 성숙한 깨달음이 고통을 이해하는 깨달음을 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책은 한 가족의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는 감동적 실화를 통해 어떤 도전이든 자신의 힘으로 맞서야 함을 깨닫게 해 준다. 이야기를 읽어 갈수록 동정과 공감의 감정은 재앙에 맞서 이겨내기 위한 의지를 발동시키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승리의 감정으로 바뀔 것이다. 더불어 어려운 상황에 빠진 이들은 '왜 나인가?' 라는 불평에서 '왜 나는 안 된다는 것인가'라는 긍정을 갖게 될 것이다.


그 시절 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 아버지의 일기장 ∥ 박일호, 박재동·돌베개

박재동 화백이 그의 아버지가 박일호씨가 남긴 수십 권의 일기장을 읽으며 아버지의 속마음을 들여다 본 책이다. 박 화백은 40대였던 아버지가 20년간 살았던 세월을 일기장을 통해 하루하루 되짚어보고 미처 몰랐던 아버지의 속마음과 마주한다.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아버지가 건강 때문에 만화방에 앉아 있게 됨으로써 삶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밤낮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커가는 자식들을 향한 그리움을 어떻게 달래 왔는지가 모두 담겨 있는 일기장에서 좌절된 꿈과 그래도 남아 있는 꿈으로 자신의 철학대로 '생각하는 삶'을 살아간 우리 시대의 한 사람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1971년부터 1989년까지 격변의 시절을 보낸 아버지가 들려주는 시대상과 우리 만화계는 물론 문화예술계에서 전방위로 활동하는 박재동이 오늘이 있기까지 어떤 모습이었는지 들여다 볼 수 있다.
 저자는 병든 몸으로 만화방 한쪽에서 고요히 앉아 책을 보던 모습만 기억되던 아버지를 20년의 일기를 통해 다시 만난 후 그토록 아버지의 마음을 몰랐던 그때의 자신이 몹시 부끄럽다고 고백한다. 가난하고 힘든 일상 속에서 자식 셋을 키운 아버지가 남긴 일기장 수십 권엔 가난한 삶 속에서 자식들을 키우며 느낀 일상의 진솔함, 고단한 삶을 함께 견뎌내는 아내에 대한 연민과 중년에서 노년으로 접어들며 한 사람이 느끼는 인생에 대한 애환까지 모두 담겨 있다. 아버지의 일기를 통해 아버지의 사랑, 옛 시절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애절함 덧입힌 중국판 '온달과 평강공주'

# 후예 ∥ 예자오옌·김은신 옮김·문학동네

모옌·위화·쑤퉁과 함께 1980년대 중반 이후 중국문학을 이끌고 있는 작가 예자오옌(57)의 장편소설. 오랜 옛날 중국의 하늘에 열 개의 태양이 떴다. 태양이 내뿜는 열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자 천하의 궁수 예가 하나의 태양만 남기고 아홉 개의 태양을 쏘아 떨어뜨려 인간 세상을 구했다.
 하늘에서는 그 포상으로 불로장생의 선단을 예에게 내렸다. 예에겐 항아라는 부인이 있었는데, 예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항아는 혼자 영생을 얻겠다고 선단을 먹어버렸다. 남편을 배신한 항아를 괘씸하게 여긴 하늘은 항아에게 영생을 주되 달에서 혼자 외롭게 살게 했다. 중국의 신화로 전해 내려오는 후예와 항아의 이야기다. 장편소설 '후예'는 이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예자오옌의 펜 끝에서 이 신화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되살아났다.
 예자오옌은 신화의 기본 줄거리를 그대로 살려 '상편: 후예, 태양을 쏘아 떨어뜨리다'에선 예가 항아를 만나 그녀의 도움으로 영웅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하편: 항아, 달나라로 가다'에선 사랑 때문에 흔들리는 예에게 버림받아 떠날 수밖에 없었던 항아의 이야기를 그렸다.
 예자오옌은 우리나라로 치면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쯤 될 이 초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인 신화를 신화 같은 소설, 소설 같은 신화로 완성했다. 문학동네 세계신화총서 아홉 번째 작품이다. 연합뉴스·반디앤루니스 서지정보 참고                                 정리=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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