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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오후 파도마저 잠든 한가로운 포구의 풍경입니다. 부산에서 시작한 해파랑길이 울산을 거쳐 감포로 가기 전 전촌항에서 머문 발걸음에 늘 푸른 바다와 물오른 신록 아래로 이어지는 길들 사이로 가끔 이런 한 폭의 그림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정물처럼 앉은 두 사람의 뒷모습이 눈길을 잡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나란히 앉았지만 서로 다른 시선을 가진 채 각기 다른 생각으로 각자의 시간을 영위합니다. 어떠한 중대한 결정을 필요할 때 눈앞이 텅 빈 공간이 제격입니다. 그 공간은 세상의 간섭을 배제하고 사고의 폭과 깊이를 증대해 더 신중하고 치밀하게 해 도움을 줍니다. 때로 혼자 내린 그 결정이 위험할 수는 있어도 그 결과를 후회 없이 책임지는 배경이 됩니다.

권한이 주어지면 책임도 뒤따라야 하는 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책임만 있고 권한이 없다면 무사안일주의로 흐르고, 권한만 있고 책임을 물리지 않는다면 무소불위의 권력만 난무합니다. 작든 크든 책임소재가 분명하고 그 공과에 대한 확실한 평가가 뒤따라야 합니다. 그것이 건강한 사회입니다.
 
당신의 사회는 건강하십니까?
햇살 아래 졸고 있는 빈 배가 삐걱거리며 묻습니다.
글·사진=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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