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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가을 국회에서 개최된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울산지역 국회의원이 울산에 본사를 둔 성진지오텍이 본사를 경북 포항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출석한 포스코 경영자에게 "포스코가 인수한 성진지오텍은 울산의 최대 향토기업으로서 4,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액과 3,00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성진지오텍 본사이전을 반대하는 지역의 목소리를 전했다.

    울산지역 상공계도 세수 감소와 자금의 역외유출, 협력사의 일감 감소, 인구유출 등이 예상된다며 본사 이전 반대 건의서를 인수기업인 포스코에 전달했다. 이런 일련의 지역 기업이전 반대 움직임은 연말 대선 정국과 맞물려 고삐를 늦추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결국 성진지오텍은 사명을 '포스코플랜텍'으로 바꾸면서 지난해 7월 본사를 포항으로 옮겼다. 지역 주요 신문은 최대 향토기업이었던 성진지오텍의 사명은 사라지고 성암동 사업장은 포스코의 '생산기지'로 전락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기업이 어디에 위치하느냐는 기업이 소재한 지역의 고용, 소득·소비수준 등 지역경제 전반에 걸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지역균형발전 및 국토의 효율적 활용과도 관련돼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사업장 이전을 통해 투입요소의 생산성 향상을 기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

    이처럼 중요한 기업입지가 왜 이전되는지를 분석키 위해 지난해 8월말 기준 전국의 외부감사 대상 기업(주권상장법인 및 자산총액 100억 원 이상인 기업) 1만 8,690개 중 최근 3개년 간 본사 소재지를 이전한 829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전 사유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이전기업들은 노동생산성(시간당 생산) 및 효율성(임금대비 생산), 공장부지 및 지가와 제조업 등 산업을 원활하게 하는 관련 서비스업의 발달 등 직접적 요인과 지자체의 기업이전보조금 정책, 생활환경, 유사 또는 관련기업의 집적 등 간접적 요인으로 이전 결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경제를 위해 기업 이전을 반대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당황스럽다. 이전반대 쪽에서는 그만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울산의 기업입지 경쟁력을 살펴본 결과 울산은 노동생산성·효율성에서는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업이 집적돼 있는 클러스터 발달정도와 생활환경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외 분야에는 타 지역과 유사하거나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공장부지는 2010년 이후 154만㎡(46.6만 평)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인근 경북은 640만㎡, 경남 562만㎡, 부산은 290만㎡ 증가했다. 지가도 분양 중인 울산의 공장부지는 울산도심 기준 경주의 분양 중인 산업단지보다 원거리임에도 분양가는 높게 형성돼 있어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환경과 관련해 '생산자서비스업' 발달정도도 울산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문제를 아는데서 해결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 우선 울산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 클러스터를 고도화 하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기업이 모여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클러스터는 기업의 투자활동 없이도 편익을 누릴 수 있는 외부경제효과(시장거래에 의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또한 부수적으로 제3자의 경제활동이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를 준다.

    클러스터 육성을 위해 울산의 클러스터에 대한 현황을 먼저 파악한 후, 이를 바탕으로 각종 공공재를 지원하고 산학연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급사슬 구축 등을 하는 체계적인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공장부지 지가가 낮은 인근지역의 용지 활용방안을 포함한 광역 클러스터로 시야를 넓혀 공장부지 부족 문제와 지가로 인한 비용문제를 해결해보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울산을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생산자서비스를 육성하는 것도 울산을 지식기반 명품도시로 만드는 도시계획과 맞물리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방안이다.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를 지원한다고 하여 '생산자서비스업'이라고 불리는 이들 서비스업 발전을 위해 먼저 울산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하고 그렇지 못한 분야는 타 지역의 발달된 서비스업과 연계해 지원하는 등 지원 그물망을 촘촘하게 짤 필요가 있다.

 행복한 사람들은 같은 이유로 행복하고, 불행한 사람들은 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한다. 문제를 알고 이를 풀기 위해 해법을 찾다보면 어디서 본 듯한 해결책이 도출되지만 평범한데서 해법의 정수와 본질이 있음을 알 때 놀라게 된다. 우리가 늘 알고 있는 해결책이 정답일 가능성이 높다. 196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 이후 괄목하게 성장한 울산을 이제 다시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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