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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은 내면의 공간이다. 구도를 향한 절집 사람들의 시선은 늘 안으로 향한다. 바깥세상의 번잡함도 산문을 넘어서지 못하며 공부하고, 깨닫기를 갈망하는 수도자의 자세는 늘 조용해 지나는 것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절집은 스스로 단속하며 절제해 세상의 풍경과 구별된다.
저기 섬진강 줄기 어디쯤 구례 들판에 우뚝 솟은 산 절벽에 절집이 있다 했다. 벼랑에 매달린 듯 위태로운 그곳에 신라 고승 4명이 한 시절 화두를 붙들고 용맹정진해 사성암(四聖庵)이라 이름을 가졌다.
사성암은 오래된 절이 아니다. 백제 성왕 22년에 연기조사가 세웠다는 기록은 존재하나 그 시간을 증거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20m 절벽에 새겨진 마애여래약사불만이 천 년이 넘는 시간을 묵묵히 건너왔을 뿐이다. 텅 빈 역사를 가졌음에도 꾸준히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것은 지리와 섬진을 품어 만든 깊은 탄성과 넓은 위안의 풍경이다.
사성암을 찾아가는 길, 비구름이 낮게 깔렸다. 글·사진=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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