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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사회를 넘어 지식사회로 들어선 지 한참이다. 지식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돼 모든 이들에게 공개된다는 점이다.
 신간 '혁신지식'의 저자인 박재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73)는 이런 변화를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혜택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누리는 사람은 전체 인류의 20%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의 문제의식이다. 지식사회에서 인생의 승리자가 되는 9가지 지혜를 제시한다. 일생의 비전을 갖추고, 정확한 정보와 외국어를 신속하게 습득하고, 창의력을 갖춰 다른 사람과의 협력을 추구하라는 게 기본적인 뼈대다.
 가장 눈에 띄는 지혜는 '역발상을 도모하라'는 것이다. 모든 일의 주체와 객체를 뒤바꿔 생각하는 주객전도가 훌륭한 혁신 방안으로 제시된다. 뉴튼이 '사과가 땅으로 떨어진다'라는 현상의 주객을 뒤집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밝혀낸 게 대표적 사례다.
 역발상을 이루는 또 다른 방법은 어떤 일에 대한 평소의 선호도나 고정관념을 깨는 선호파괴다. 선호파괴는 실패도 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패자부활의 절묘한 한 수다. 예를 들면 사무실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은 1970년 3M의 연구원 스펜서가 개발하다 실패한 '약한 접착제'에서 나왔다. 접착제는 접착력이 강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더니 초대형 시장을 개척하게 된 것이다.


 또 어린이 시장에 무게를 실었던 게임기 업체 닌텐도는 20~95세의 연령층도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2002년 새로운 게임기를 개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선박사고에서 얻은 뼈아픈 교훈도 있다. 94년 9월 에스토니아에서 스웨덴으로 가던 여객선이 폭풍우 속에서 전복돼 95명이 숨지고 757명은 실종됐다. 갑판에 실려 있던 자동차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무게중심을 잃고 배가 뒤집혔다. 그 뒤 선박회사는 갑판에 구멍을 뚫어 악천후 때 배로 들이치는 해수를 배 밑바닥으로 흘러 들게 해 무게중심을 잡는 방법을 고안했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배로 흘러 드는 해수를 밖으로 빠지게 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데 골몰했지만, 지극히 당연하게만 여겼던 그 생각을 확 바꿨더니 새로운 세상이 나타난 것이다. 역발상의 묘미다.


 책은 요약하건대 지식사회의 생존법이자 성공법이다.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9가지 지혜'라는 부제처럼 생각뿐 아니라 행동까지 능동적으로 바꿔야 지식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올해 일흔셋인 지은이는 이론과 현장을 두루 꿰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21년간 재직하다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과 재무부장관, 통상산업부장관을 지냈다. 부산대·아주대의 총장도 맡았다. 책에는 이런 충실한 경험과 오랜 철학이 촘촘히 들어가 있어 단순한 자기계발서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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