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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살아온 우리는 예로부터 활발한 해상활동을 통해 배 만들기에 능숙했고,  그 전통은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조선기술 강국이 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근대 조선산업은 1973년 현대중공업(주) 울산 조선소가 300만DWT 규모의 조선소 건설과 동시에 초대형 유조선인 VLCC를 수주,건조함으로써 한국 조선산업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후 두차례의 석유파동으로 인한 장기 침체기도 있었으나, 정부의 수출정책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만 하여도 국내 조선산업은 물론이려니와 기자재산업은 기반이 매우 척박하였고, 기자재 생산기업체 수도 손으로 헤아릴 정도로 많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세계의 선주들은 우리가 만들어 낸 제품에 대한 신뢰란 전무한 상태였으며, 한국 제품을 선박에 탑재한다는 것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길 바라는 것과 같다.'는 영국언론이 우리나라 7,80년대의 국내사정을 보고 평한 내용과도 흡사한 실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은 척박한 땅을 일군 많은 분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지금은 명실공히 세계 제 1위의 자리에 올라섰으며,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가는 리딩( Leading )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00년 들어 급신장세를 보이던 국내 조선산업은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기인한 수주 격감으로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으며, 국내 조선산업과 기자재산업 모두 크나큰 시련을 겪게 되었습니다.
 일부 대형조선소는 신조 수요 급감의 타개책으로 고부가가치 특수선종과 해양플랜트 부문으로 전업율을 70% 이상 끌어 올리는 반면, 기술력을 보유하지 못한 상당수의 중·소형 조선소는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게다가 기자재산업계도 중소조선소 및 일부 대형조선소의 도산 영향으로 극심한 경영난과 대형조선소의 해양플랜트산업으로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여 패닉 상태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경쟁국인 중국은 국가 차원의 막대한 지원정책에 의거 우리나라에 대한 도전의 강도가 더욱 거세졌으며, 꺼져가는 불씨로 여겼던 일본도 아베노믹스를 앞세운 엔화 약세와 조선소의 합종연횡을 통한 자구책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감으로써 세계 조선시장의 판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금년 4월에 조선수주 부분에서 중국, 일본에게도 밀리는 일시적인 현상을 초래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30여년의 내공을 축적한 국내 조선해양관련 산업계는 현재의 위기를 업계의 체질 개선 및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 가 일층 발전할 수 있는 전환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의 요체이며 브랜드인 '조선해양산업 클러스터'를 더욱 조직화, 세분화, 전문화하여 조선소와 기자재업계 모두 공생할 수 있는 기틀을 새로이 다듬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기자재업계로서는 지속적인 R&D투자를 통해 핵심기술을 확보해야 하고, 그동안 취약했던 지식재산권 확보에 대한 노력도 반드시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해양플랜트 및 고부가가치선박에 탑재되는 생산제품에 대한 안전성을 담보 받고자 하는 선주 및 오일메이져 등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API, ASME, NORSOK등 해외인증에 대한 획득 기반 조성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조선산업 역사와 괘를 같이하고 있는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은 국내 조선해양기자재 생산 제품 및 기업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세계 유수 조선해양분야 전시회 한국관 운영, 글로벌 A/S 네트워크 구축, 온라인 기술제품 판매시장 구축, 마케팅 확대를 위한 수출상담회 개최 및 홍보매거진 발간등 선순환 구조의 마케팅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금년부터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과 함께 울산지역 기자재업체에 대한 해외 인증 및 벤더등록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울산지역 조선해양업체 기자재 시험, 인증 등 기업지원 사업 및 지역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선해양기자재 장수명기술지원센터' 구축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입니다. 더 나가 조선.해양플랜트밸트지역(울산,경남,부산,전남)을 중심으로 지역 발전사업과 연계하여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올 해로 여덟 돌을 맞이한 울산광역시의 '조선해양의 날'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제정 취지가 '울산 최초 초대형 유조선이 완성된 날을 기념' 한 것처럼 앞으로 '세계 최대의 해양플랜트 구조물 건조', '세계 최첨단 에너지 절감 선박 건조' 등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조선의 메카로서의 역할을 다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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