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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볍게 떠나는 당일 여행
늦은 유월의 숲은 온갖 살아있는 것들의 기척으로 가득하다. 햇살을 받은 나무잎은 맨들맨들 윤이 나고, 유월의 따스한 공기 속에서 나무껍질은 말랑거린다. 스폰지처럼 뭐든 흡수할 것 같다. 나무둥치에 서린 이끼마저 생기가 도는 때가 유월이다. 숲에 고인 공기에서는 달콤하고 상쾌한 박하향이 나는 듯하다.
 알고 계신 유월의 숲이 있으신지. 울산에도 신불산 자연휴양림이나 반구대암각화 주변을 중심으로 한실마을, 석남사 숲길, 태화대숲 등 좋은 숲이 많다. 그러나 아쉽게 울산에는 수목원이 없다. 휴양림이 방문객이 잠시 머물며 숲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면, 수목원은 그 기능 뿐 아니라 다양한 수종의 나무를 연구, 보존하는 기능까지 겸한다.
 경남수목원은 경북수목원과 함께 울산에서 찾기에 그나마 가까운 큰 규모의 수목원이다. 지난 12일 가족과 나들이지로 이 곳을 찾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처음 마주친 나무부터 그 위로 휘황한 봄햇살이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며 내려앉고 있었다.

   
▲ 경남수목원 내 잔디밭 모습.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사열하듯 양 옆으로 도열한 풍경을 뒤로 넓게 자리한 잔디밭 풍광은 이국적인 정취를 전한다.

1993년 반성수목원 개원 2000년에 개명
56㏊ 1,500여종 10만여본 심은 식물낙원
식물원·박물관·동물원 등 볼거리 풍성

 
# 이국적 풍광 자랑하는 메타세콰이어 길 일품
경상남도 진주시 이반성면 대천리에 위치한 경남수목원은 지난 1993년 도립 반성수목원으로 개원, 2000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그래서 진주사람들은 이곳을 여전히 반성수목원이라고 부른다. 진주 사는 지인이 진주에 가면 꼭 반성수목원에 들리라 했는데, 그곳이 바로 경남수목원이었던 것이다.
 전체 면적은 56㏊. 총 1, 500여종 10만여본의 식물들이 이곳에서 조용히 숨을 내쉰다.
 매표소를 지나 숲 길에 들어서자, 팔을 벌리고 깊은 심호흡을 해본다. 맑은 공기가 몸 속 깊이 스민다. 어디선가 아카시아향이 나는듯도 하고 라벤더 향 같기도 하다.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곧 작은 다리 하나를 지나니 이 곳의 자랑인 메타세콰이어 길이 나온다. 총 4개의 메타세콰이어 길 중 하나로, 비교적 짧은 길이다.
 가장 긴 메타세콰이어 길은 방문자센터와를 지나면 나오는데 총 300m 가량 이어진다. 커다란 나무가 사열하듯 양 옆으로 도열한 풍경은 마치 우리나라가 아닌 듯한 풍경을 선사한다. 천천히 걸으면 20분 정도 걸리는 짧은 거리지만 걷는 내내 바람이 나무를 흔들어 대고 나무는 향기로운 냄새를 풍긴다.

   
▲ 산림박물관은 어린이들의 체험장소로 인기가 높다.


# 낮은 평지 길 아이부터 노인까지 편하게 이동
경남수목원의 장점은 등산로로 올라가지 않는 이상 낮은 평지로만 이루어져 있어 어린 아이부터 노약자까지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자가 이 곳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아직 돌이 채 안 된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 곳곳을 돌아다녀도 전혀 어려운 점이 없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다양한 식물원과 산책로, 동물원도 이곳이 다양한 연령층에 인기를 얻는데 한몫한다.
 메타세콰이어 길의 끝에서 만날 수 있는 잔디원을 시작으로 봄에 특히 아름다운 장미·철쭉원, 연못 등이 아름답게 꾸며진 화목원, 열대식물원, 수생식물원, 약용식물원, 민속식물원 등이 이어진다.
 특히 야생동물관찰원과 산림박물관은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체험장소로 인기가 높다. 이날 찾은 산림박물관에서도 유치원에서 온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경남수목원 하용식 담당은 "우리 수목원은 자녀가 있는 가족 관람객에게 체험장소로 인기가 많다"며 "온 가족이 찾아 휴식을 즐기는 한편 자연학습도 할 수 있어 주말에는 잔디밭에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 경남수목원의 자랑 메타세콰이어길.

# 걷을 수록 청청한 숲의 기운 만끽
전망대 가는 숲길도 빼먹으면 아쉬운 곳이다. 길섶 나무 듬성듬성하고 인적 분명한 평범한 길인데도 발길 잡는 구석이 있다.
 전망대 위쪽으로 난 산책로까지 가보진 못했지만 하 담당은 이곳을 꼭 가봐야 된다고 했다. 활엽수원, 침엽수원 등 테마에 맞게 조성된 수종들은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온 길을 되돌아갈 시간. 걸음은 느리게, 느리게 앞을 향해 나아간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또 다시 나타난 메타세콰이어 숲길. 그 사이로 왔던 길이 보인다. 드문 드문 늦은 봄에 피어난 꽃들이 숲 속에 깃들어 있다.
 문득 대학시절 탐독했던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분명 오늘 이 산책에 어울리는 한 구절이다.
 "나는 자유롭게 살기 위해 숲속에 왔다. / 삶의 정수를 빨아들이기 위해 사려 깊게 살고 싶다. / 삶이 아닌 것을 모두 떨치고 / 삶이 다했을 때 삶에 대해 후회하지 말라."
 숲 속 나무들은 이렇게 삶의 지혜를 전한다. 다가올 7월은 또 새 마음으로 시작해야지. 귀갓길에 힘을 얻는다.

함께 가볼만한 곳-거창 금원산 생태수목원
경남수목원을 한여름과 같은 무더운 날에 찾는 것은 '비추'다. 그럴때 찾기 좋은 곳이 바로 경남 거창에 위치한 금원산 자연휴양림 내에 생태수목원이다. 둘 다 공립이라 입장료도 저렴하다.
 거창군 위천면 금원산길 648-210번지에 소재한 금원산생태수목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산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다양한 고산지대 식물과 야생화가 만발해 있으며 100년의 전통을 뚝심으로 지켜온 나무들이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다.
 또 금원산 도립공원의 계곡도 해발 750~900m에 위치하고 있는데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한여름의 더위를 잊게 해줄 쿨한 나들이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7,8월에는 자연휴양림에서 운영하는 숲속교실, 환경음악회도 열린다. 문의 경남수목원 055-254-3811. 금원산생태수목원 055-254-39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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