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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역할을 단순히 이분법 적으로 나누고 성별화된 사회에 의문을 던지는 책들이 최근 잇따라 출간했다. 이 책들을 한 자리에 소개한다.
 

# 젠더, 만들어진 성
젠더, 만들어진 성'도 여성은 감성적이고 세심하고, 남성은 이성적이고 분석적이라는 세간의 인식에 의문을 던진다.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저자 코델리아 파인은 남성과 여성의 뇌가 태생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한다. 이는 연구자의 시선이 반영되고 사회적·문화적 편견이 낳은 결과물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 책은 남성과 여성의 뇌가 태생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는 이론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이를 입증할 과학적 증거가 전혀 없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다.


 일례로 남자아이에겐 파란색, 여자아이에겐 분홍색을 구분 지어주는 개념은 20세기 중반에나 자리잡았다. 분홍색은 열의와 용기를 상징하는 빨간색에 가까워 남자아이들이 선호하는 색이었고, 믿음과 지속성을 뜻하는 파란색은 여자아이들의 것이었다. 결국 태어나면서 남녀의 차이를 주입받은 아이들은 객관적으로 자신의 성별을 인식할 수 없게 된다.
  저자는 사람들이 남녀 간 뇌의 차이를 주장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사회에 퍼져 있는 성적 불평등을 설명하고 싶어하지만 그 이유를 불공평한 사회보다는 남성과 여성의 타고난 차이 탓으로 돌리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 이런 인식이 신경 성차별 또는 뇌 성차별을 뜻하는 '뉴로섹시즘'(neurosexism)을 만들어낸다.

# 모성애의 발명
남성과 여성에 대한 성역할 뿐 아니라 모성애 역시 사회문화적으로 규정된 인식이라고 말하는 책이다.
 오늘날 저출산과 고령화는 현대의 중요한 사회문제로 지적됐으며 한국의 합계출산률은 OECD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과 유사하게 독일에서도 저출산의 문제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이 책의 독일인 저자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은 뜨거운 저출산의 문제 상황을 역사적인 것으로 보고 모성의 사회사를 통해 이해하고자 한다.


 저자는 출생률의 감소는 21세기에 새삼스럽게 등장한 것이 아닌 근대화가 시작되면서부터 발생된 오래된 역사가 있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기초 양육이 전부였던 전근대와는 달리 근대와 함께 어린이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면서 여성에게는 아이를 잘 길러야 한다는 부담과 육아와 자녀교육은 전적으로 어머니의 일로 규정되었고. 이렇듯 근대적 개인이 확립 된 이후 여성은 더 이상 공동체를 위해 출산을 하지 않게 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저출산의 해결책으로 여성의 더 평등해지는 것이라 말하며 여성이 엄마라는 딜레마와 모성애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저출산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 다시 보는 미디어와 젠더
오늘날 미디어의 젠더 재현이 개선된 듯 보이지만 아직도 남성 중심의 시각과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책이다. 미디어에 필요한 주요 논점과 시각을 제공하여 비판적으로 미디어를 해석하고 적극 개입하는 자세를 갖도록 하고 있다.
 이 책은 오늘날 더욱 다양해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재현된 젠더의 모습을 바로보기 위해 필요한 핵심적 이론과 지식, 이슈를 담고 있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교재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학생들이 젠더 문제를 적극 인식하고 올바른 눈으로 미디어를 읽어내고 비판하는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주요 논점과 시각을 제공한다. 각 장 말미에는 같이 생각해볼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으며, 더 읽고 볼 만한 자료들을 소개해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다.
 그동안 시청자들이 보여준 무감각과 무관심은 남성 중심적 미디어 재현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져왔다. 저자들은 이제 수용자인 우리 스스로가 좀 더 비판적으로 미디어를 해독하고 더 나아가 생산 문제에도 적극 개입하는 자세를 갖춰야 할 때라고 말한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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