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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다. 어린시절부터 길들여진 독서습관이 운명을 바꾸고 삶을 바꿀 수 있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가슴 뻥 뚫리듯 시원하게 인생을 탐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네 권의 책을 소개한다.
 

# 최고의 석학들은 어떤 질문을 할까 ∥ 미하이칙센트미하이, 필립 코틀러, 권터 슈미트 등 지음·허병민 엮음·웅진지식하우스
"사람들의 인생을 변화시키거나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문을 하나만 던진다면, 당신은 어떤 질문을 하겠습니까"라는 물음에 세계적인 석학 90명이 답한 내용을 엮었다.
 베스트셀러 '몰입'의 저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나는 왜 지금 이걸 하고 있지", 마케팅 대가 필립 코틀러는 "새로운 기술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전념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기술을 선택할 것인가", 귄터 슈미트 베를린자유대 명예교수는 "다른 사람이 아프거나 낙심하거나 가난에 시달리는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에 책임감 있는 행동을 했는가", 필립 짐바르도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긴박한 상황에 닥쳤을 때, 영웅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은가"라는 답을 내놓았다.


영화음악계 거장의 주옥같은 인생사
# 엔니오 모리코네와의 대화 ∥ 엔니오 모리코네, 안토니오 몬다 지음·윤병언 옮김·작은씨앗
'황야의 무법자' '미션' '시네마천국' 등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와의 인터뷰를 담은 책. 안토니오 몬다 뉴욕대 영화과 교수가 인터뷰어로 나섰다.
 약 450편의 영화음악을 만든 모리코네는 작곡가로서의 삶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이탈리아와 미국을 오가며 영화음악을 만든 뒷이야기,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배우 제인 폰다 등 영화계 유명인사들과 나누었던 우정 등을 진솔하게 전한다.
 "영화음악을 만들면서도 영화의 성공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일해야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어요. 그건 제게 많은 부분을 단순화시켜야 한다는 걸 의미했습니다. (중략) 레오네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영화 줄거리를 제게 들려줬습니다. 저는 그런 식으로 영상을 예상하면서 곡을 썼어요. 레오네와 일을 할 때는 촬영이 다 끝나기 전에 음악을 녹음했습니다."(57쪽)


개콘 주역들의 깨알같은 삶의 조언
# 행복한 수업: 개콘 웃음군단의 가슴 찡한 성장기 ∥ 김준호 외 지음·크리스마스북스
KBS 2TV '개그콘서트' 주역인 김준호, 김준현, 김영희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개그맨들이 전국 80개 학교에서 진행해 호응을 얻은 13개 강연을 모아 에세이로 엮었다.
 김준호는 '생각하는대로 운명이 된다'고 믿는다. 생각하는대로 행동하게 되고, 행동하는대로 습관이 되고, 습관이 성격이 되고, 성격이 운명이 된다는 소신이다. 김준현은 당장 꿈이 없다고 조급해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김준현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검도만 하느라 성적이 바닥이었지만, 우연히 만난 한 여대생과의 인연으로 대학 진학의 꿈을 갖게 됐고, 결국 뜻을 이뤘다고 말한다. 같은 조언이라도 이들, 개그맨들이기에 청소년에게 더 친근하고,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간다.
 노경실 작가는 추천사를 통해 "이들의 꿈과 노력은 반짝반짝 빛나는별로 이뤄진 것이지요. 이 세상에 거저는 결코 없습니다. '뿌린 만큼 거둔다'고 하는데 여러분은 지금 자신의 삶의 밭에 무엇을 심고 있나요"라고 말했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선택
 
# 사회인문학의 길 ∥ 백영서 지음·창비
연세대 국학연구원장인 저자가 가속하는 인문학 위기 속에서 학술체계를 쇄신하고 인문학의 본 모습을 회복할 '학문론'을 구상한 책이다. 저자는 단기간에 계량화된 성과를 내도록 강요받는 지금의 대학사회 분위기에서인문학은 본연의 정신을 훼손당하며, 제도권 인문학은 계속 파편화되고 고립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그는 이런 현실에서 '인문학의 사회성과 사회의 인문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비판적 학문활동'인 '사회인문학'을 제안한다.
 저자가 말하는 사회인문학이란 사회과학과 인문학의 단순 결합이 아니다. 학문의 분과화에 맞서 파편적 지식을 종합하고 인간다운 삶에 대한 이해와 감각을 기르며, 현재의 삶에 대한 비평 역할을 하는 총체적 인문학이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사회인문학을 역사학 혁신에 접목해 '공공성의 역사학'이라는 그림을 그려내고, 지방·지역·지구적인 것을 하나의 차원으로 파악하는 통합학문 '지구지역학'으로 한국학의 재구성 방안을 구상한다. 한국 동양학계가 국가를 분석 단위로 한 기존 지역학을 지양하고, 역사학과 문화연구를 결합한 비판·역사적 동아시아학을 추구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한다. 


지식을 공유하고 싶은 대중들의 심리 분석
# 사람들은 어떻게 광장에 모이는 것일까? ∥ 마이클 S. 최 지음·허석재 옮김·후마니타스
상대방의 선택이 나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의 게임이론은 현실을 분석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이론은 경제학 외 다른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경제학자 마이클 최는 권위적 지배, 국가의 대중 동원, 대중운동의 성공과 실패, 기업의 마케팅 등이 게임이론이 적용되는 조정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공유 지식'의 개념을 도입해 이 같은 다양한 사회현상을 설명하고 게임이론을 문화적 영역까지 확장시킨다.
 그가 말하는 공유 지식은 '내가 안다는 사실을 당신이 알고, 당신이 안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나도 알고 당신도 안다는 사실을 서로가 아는' 상태를 의미한다. 공유 지식은 사회적 네트워크의 성격에 따라 형성의 정도가 결정된다. 책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한 집단 구성원 간의 관계를 '강한 연계'와 '약한 연계' 두 가지로 유형화한다.
 

서구문물을 적극 수용했던 근대 일본에 대한 해석

#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 박훈 지음·민음사
일본은 19세기 산업혁명과 헌정을 함께 이뤄 동양에서 유일하게 근대화에 성공한 나라였다.
 사람들은 이를 가능하게 한 메이지 유신을 운운하며 조선의 근대화 실패 원인을 조선의 열등함에서 찾는다.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는 조선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이 특이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헌법, 의회, 국민국가, 자본주의 등 서유럽이 발명해낸 낯선 제도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 근대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당시 일본인의 대외 인식, 막부 세력과의 영향 관계, 개항을 둘러싼 정치 세력의 입장 등을 살펴보며 정치사적인 관점에서 메이지 유신을 접근한다. 일본의 지식인들이 메이지 유신 이전부터 해외로의 팽창을 주장했고, 서양 열강이 일본을 노리고 있다는 과장된 위기 의식이 일찍부터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고 개혁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시각이 흥미롭다.
 

대한민국의 성공배경엔 전통 선비정신이 있다? 

# 미래와 만나는 한국의 선비문화 ∥ 한영우 지음·세창출판사
원로 한국학자인 저자가 한국의 전통 선비정신을 조명한 대중 역사서다. 저자는 서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해당하는 한국의 미덕으로 선비정신을 꼽으면서, 대한민국의 성공 배경에도 한국인 전체의 선비정신이 있었다고 본다. 저자는 선비정신을 치열한 교육열, 성취욕, 근면성, 협동정신, 인문사회·자연·예술의 통합학문을 추구한 유교적 전통, 신바람의 에너지 등으로 구체화한다. 이는 과거 조상이 물려 준 우수한 문화적 유전인자라는 것이다.
    해방 이후 한국에서 급속한 서구화가 진행됐고, 자본주의 경제와 서구식 자유민주주의가 나름의 긍정적 결과를 낸 것이 사실이지만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 강자위주의 사회질서 등 어두운 면도 보였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책은 우주관·윤리·예술·정치로 살펴본 선비정신,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선비정신 전통의 변용, 광복 후 서양 문화 수용 과정에서 나타난 빛과 그늘을 살펴보고 오늘날 선비정신의 회복 필요성을 강조한다.                                                                                                                                     정리=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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