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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학의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하고 시급한 일은 뭘까? 그 무엇보다 울산에 대한 선행 연구결과물의 목록집을 만드는 일이라고 하겠다. 울산의 힘이 미친다면 그 목록집은 역사시대부터의 모든 기록에서부터 가장 최근의 기록까지를 총망라한 것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좋겠다.

 여기서 양해하여 주시리라 믿으며 목록집과 관련된 제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하고자 한다. 수년 전의 일이다. 어느 해 연초로 기억한다. 외솔기념관에서 울산학연구센터의 모임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울산학연구센터가 펴낸 울산학 관련 책을 배포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석했다. 

 울산학연구센터의 지원단체인 울산학포럼의 구성과 활동상황 등이 먼저 소개됐다. 그때 울산학포럼 회원들의 면면을 처음 알았다. 울산 문화예술계의 여러 인사가 망라돼 있었다. 포럼 회장이 난데없이 참석자 중에 회원이 아닌 서너 명을 호명하여 발언을 시켰다. 저도 지명을 당했고, 엉겁결에 이야기를 해야 했다. 

 울산학연구센터나 울산학포럼을 위한 덕담을 해야 하는데, 갑자기 지명을 당한 터라 알맞춤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순간 그보다는 울산학연구센터가 온힘을 기울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울산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오래 전부터 느낀 것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바로 목록집에 대한 것이었다.

 제 이야기의 요지는 이랬다. "울산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울산학의 정립이 절실했다. 때문에 2006년 3월 울산발전연구원에 울산학연구센터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개소 이후 많은 일을 했지만, 가장 필요한 일이 울산에 대한 선행 연구결과물·저서와 논문, 여타 글을 총망라한 목록집을 만드는 일이다. 하루라도 빨리 해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라야 울산학이 더욱 꽃필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학포럼 회장이 다음과 같이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울산학 연구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줬다. 물론 목록집이 있다면 울산학 연구에 더욱 불을 당길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작업이 녹록치 않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울산학연구센터가 장기 과제로 목록집의 발간을 추진해야 하리라고 본다"고 했다. 

 이렇게 수년 전의 일을 소개하는 이유는 얼마 전 우연히 경남학 논저목록이란 경남학 관련 제반 연구성과물의 목록집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곧바로 인터넷을 통해 경남지역 신문에 실린 기사를 찾아봤다. 벌써 2007년 11월의 일이었다. 창원대학교 경남학연구센터가 경남학 학술총서 제1권으로 '경남학 논저목록'을 펴냈다는 것이었다.

 경남의 역사와 문화·사상·정치·경제·사회·교육·과학 등 모두 10개 분야 1만2,000여 건의 자료 목록을 무려 700여 쪽에 걸쳐 집대성한 책이라고 했다. 경남지역의 제반 과제를 연구하는 학자와 시민들이 이 목록집을 활용함으로써 관련 자료를 보다 손 쉽게 찾을 수 있게 돼 경남학 연구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고 했다. 

 지역학 연구에 있어 목록집의 중요성을 인식한 결과였다. 더욱이 경상남도가 만든 경남발전연구원이 아닌 대학교의 연구소가 펴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었다. 창원대학교 경남학연구센터는 경남학 논저목록을 시작으로 일관되고도 체계적인 기획 아래 2007년부터 경남학 학술총서와 '내 손 안의 경남'이란 경남도민을 대상으로 한 교양서도 잇따라 펴내고 있었다. 

 울산은 어떤가? 울산공단 건설이라는 국가적인 과제를 달성하느라 극심한 정체성의 혼돈을 겪은 울산으로서는 울산학연구센터가 개소할 때부터 울산학의 정립에 불씨를 당길 목록집 발간에 매달렸어야 했다. 당시 목록집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인식하고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했다면 지금쯤은 작업이 상당히 진척됐으리라. 그랬다면 개소 10주년이 되는 내후년이면 어엿한 목록집을 충분히 펴낼 수 있었으리라. 

 울산은 역사의 기록에 매우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문헌을 비롯한 관련 자료의 목록집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그 빈 자리를 문화원연합회가 조금은 메우고 있다. '역주 울산지리지'가 곧 나온다고 한다. '삼국사기 지리지'에 실린 울산·언양의 기록에서부터 1880년 경에 완성된 '언양현읍지'까지 15종 25편의 자료를 번역하고 주석한 전2권의 책이라고 한다. 울산의 역사문화를 기록한 고문헌을 번역한 이런 책과 함께 하루빨리 선행 연구결과물의 목록집이 나와야 울산학이 올곧은 제 자리를 찾을 수가 있다. 울산광역시가 전향적으로 나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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