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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차의환 울산상의 부회장은 "울산의 역사적, 지리적, 경제적, 산업적, 문화적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되면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더더욱 많은  도시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유은경기자 usyek@

'아름다움의 집합체' '자신의 가치를 규명해주는 곳'
 이만큼 고향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강조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울산상공회의소 차의환 부회장 말이다. 그가 최근 두번째로 펴낸 자서전 제목도 '회야강의 달'이다. 그의 고향은 굽이치는 회야강을 끼고 있던 울산시 울주군 청량면 중리마을. 지금은 회야댐으로 수몰된 곳이다. 그래서 더 그립고 애달픈 심정이리라 짐작케 한다.

 현재 울산식수 공급원 역할을 하는 터라 협소한 의미의 고향엔 갈 순 없지만, 큰 틀에서 내고향 울산에서 소임을 다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는 그. 오죽하면 고향과의 특별한 인연을 대여섯가지로 정리하며 의미 부여할까.

나고자란 중리마을 회야댐 아래 수몰돼
그래서 내게 울산은 더없이 소중한 고향
공업센터 지정·울산역·UNIST 유치 등
굵직한 역사의 순간마다 함께해 더 애틋
각별한 고향 사랑 '회야강의 달'에 담아

# 36년간 국가공무원 재직…2009년 38년만에 귀향
차 부회장이 꼽는 그와 고향과의 '뗄레야 뗄 수 없는 운명같은 관계'가 된 이유는 이렇다.

 첫째, 태어나고 자라면서 내 몸과 정서의 토대를 이룬 곳. 둘째, 청소년 시절 울산공업센터 지정이라는 역사적인 기념식에 참석. 셋째, 정부 경제기획원 외자관리국에서 차관투자 및 기술도입 업무를 수행. 넷째, 고향 수몰이라는 희생으로 조성된 회야댐을 통한 울산지역 식수·공업용수 제공. 다섯째, 울산숙원사업인 KTX 울산역과 울산국립대(현 UNIST) 유치에 사력을 다한 것. 여섯째,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으로서 울산경제발전사 50년·울산상의 창립 50주년사 편찬.

 또 하나 덧붙인다. 가장 중요하고 절대적인 이유라면서.

 "자신이 살아온 길을 더듬는 것, 이는 내가 과연 어떤 사람인가라는 자신의 가치, 자기 삶의 의미를 규명하기 위해서다."

 자신의 호'회월'을 딴 자서전 '회야강의 달'을 연작으로 기획·발간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이쯤되면 어느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겠다.

 차 부회장은 1971년 3월 서울행 기차를 타고 상경한 뒤 36년간 국가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2009년 3월 울산에 내려왔다. 꼭 38년만의 귀향이었다.

 그가 다시 고향으로 오기 위해서는 나름 자신만의 명분과 논리가 필요했다. 귀향을 결정하게 한 그 명분과 논리는 △고향을 떠날 당시부터 항상 마음 깊숙한 곳에 존재했던 수구초심 △그리고 공직생활이 아닌 또다른 삶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에서의 삶 이 세가지였다. 그러니까 고향에서 제2, 아니 제3의 인생을 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렇게 유년기와 소년기를 보냈던 고향에서 또다시 시작된  삶. 내고향 울산을 그는 어떻게 또 만났을까.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울산이 실체적 모습으로 다가온 것이 달라졌다면 달라진 점이다. 덕분에 울산을 재발견하게 됐다. 울산의 역사적, 지리적, 경제적, 산업적, 문화적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되면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더더욱 많은  도시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그러면서 이 같은 울산의 재발견은 결국 '고향의 재발견'이고, '나 자신의 재발견'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렇게 '재발견한 고향' 울산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한 물음에 그는 '발전 주체의 재설정'이라는 답을 내놨다.

 "지난 50년 동안 울산 발전의 주체가 '국가'였다면, 앞으로의 50년은 '울산' 스스로 그 역할을 해야 한다."

# 미래 50년은 울산 스스로가 발전 주체 돼야
지난 50년간 국내 경제 견인차 역할을 했던 울산의 성공이 대규모 공업단지를 조성해 3대 주력산업을 육성한 국가 주도의 거시적 정책에 따른 것이라면, 미래 50년은 울산 스스로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석유화학·조선·자동차 등 3대 주력산업의 성장이 정체하고 있으며, 곧 그 한계가 다가올 수도 있다. 기존 산업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금융 등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와 산업을 확충해 기업과 지역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우리가 닦아야 한다."

 지역사회 뜨거운 감자인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반구대 암각화를 '비운의 주인공'이라 칭하면서 "반구대 암각화의 문명적 가치를 경제적으로 자원화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할수록 문명의 자원화가 함께 진행된다. 가령 하나의 문명이 탄생하면 그 가치가 처음에는 정체하지만, 경제 발전과 함께 가치 역시 상승하는 '동시화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차 부회장은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의 라스코동굴벽화를 꼽았다. 이 벽화는 1940년 발견된 이후 8년 만에 일반에 공개돼 관광명소가 됐고, 23년 만인 1963년에는 똑같이 만든 복제물로 대체되고 원형은 보존하도록 조치됐다. 이 기간 프랑스의 1인당 국민소득은 400달러(1948년)에서 1,700만 달러(1963년)로 증가, 꾸준한 경제성장을 보였다. 즉 경제성장 정도에 따라 문명의 자원화가 순조롭게 진행된 것이다.

 반면에 반구대 암각화는 정반대의 경향을 보였다. 1971년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사연댐 상류에서 처음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는 24년이 지난 1995년 국보로 지정된 것이 전부다. 일반에 공개하거나 보존을 위해 복제물을 만드는 등의 시도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발견 이전인 1965년 암각화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 때문에 아직도 댐 수위에 따라 한해의 절반가량은 물에 잠겼다가 드러나기를 반복하고 있다.

# 문명적 가치 큰 반구대 암각화, 제대로 보존해야
울산의 경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꼽히는 반구대 암각화의 가치는 하향곡선을 그리는 '비동시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다시 말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 부회장은 "반구대 암각화는 문명적 가치를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지 않고 오히려 그 실체가 훼손됐다"면서 "자원화된 부의 창출은커녕 앞으로의 미래손실을 확대시킬 가능성도 크다"고 진단했다.

 이 같이 내고향 울산 발전을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지역 성장에 동참하겠다는 이야기를 할 때, 지긋한 눈매 속에 꿈에 부풀어 한껏 들떠있는 소년의 눈망울을 보았다. 즐거움이 묻어났다.

 연륜과 소년의 즐거움. 묘하지만 잘 어우러지는 두가지 속성을 갖고 있는 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가 맛집 순례자임을. 그래서 물었다. 울산은 물론이고 전국 맛집을 줄줄 꿰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미식가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음식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자 하는 의지 때문으로 보면 될 듯하다. 맛이 주는 일차적 경험 뿐만 아니라, 음식을 만들고 준비하는 이의 철학과 인생, 경험, 가치관을 맛보는 시간이기에 내겐 더없이 소중한 부분이다. 눈 떠 있는 동안(살아있는 동안) '남다른 의미'를 찾는 것. 그게 인생의 참맛 아니겠는가."
 우문현답이다.            
                       
▶ 차의환 울산상의 부회장은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석사와 프랑스 보르도대학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고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국무조정실 심사평가조정관실 등을 거쳐 청와대 정책실 혁신관리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지난 2008년 3월 울산상의 상근부회장으로 부임했으며, 지역경제 및 상공계 발전을 선도하는 '혁신의 리더'로 통하고 있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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