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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에 매일 신문을 본다. 그 이야기에는 좋고, 재미난 이야기보다 그렇지 못한 이야기들이 더 많아 늘 가슴이 답답할 때가 많다. 그러나 어쩌라, 그것이 우리의 삶인 것을.

 최근 신문에도 안타까운 이야기가 있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사건의 내용을 간락하게 살펴보면 이렇다.
 담배를 피우던 청소년을 훈계하던 50대 가장이 이들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해 중태에 빠졌다가 6일 만에 숨졌다. 동네 주민의 신고로 병원으로 옮겨진 마모(58)씨는 이마가 크게 붓고 온몸에 피멍이 든 상태였다.  

 마씨는 중환자실에서 "10대 후반~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학생 세 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길래 '몸에 해로우니 커서 피는 게 좋겠다'고 했는데 '네가 뭔데 참견이냐'며 마구 때렸다'고 말한 뒤 의식을 잃었다. 하지만 범인들은 CCTV에도 잡히지 않았고 목격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은 CCTV 사각지대에서 마씨를 폭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7월15일)

 마씨는 개인택시 운전기사로 일하다 간경화가 심해져서 택시를 팔고 현재 요양 중이었는데 몸이 나빠지는데도 평생 태운 담배를 끓지 못해 괴로워했고,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훈계를 하다가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숨진 마씨와 그를 폭행한 청소년들이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많아 언제 그런 불상사가 일어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나 역시 어느새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면 못 본 척 그냥 지나가게 되었다. 괜한 참견으로 그들이 순순히 담배를 끄면 다행이지만, 만약 '네가 뭔데 참견이냐' 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비단 나만이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사회에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다.

 답답한 마음으로 업무를 시작하는데 도서관에서도 별의별 사건이 다 일어난다. 지난 일요일에 도서관주차장에서 차량의 접촉사고가 있어 경찰서에서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CCTV를 보러 경찰관 3명이 방문하였다.

 녹화된 비디오를 확인해 보니 다행스럽게도 주차장에서 접촉사고가 난 것은 아니었다. 경찰이 차량주인에게 연락을 하여 상황은 종료가 되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크게 쉬었다. 만약에 CCTV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면 CCTV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사회가 불안해지면 질수록 CCTV의 설치는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들은 설치에 따른 장·단점을 늘 기억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것은 나의 안전과 나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바른생활을 생활화 하여야 한다. 

 그런 생활은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해 준다. 이는 CCTV가 없는 곳에서는 어떤 일을 해도 괜찮다는 아주 위험한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오히려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피의자들은 무조건 오리발을 내밀게 된다. "증거가 있느냐고, 있으면 내놔."라고 큰 소리를 친다. 이럴 때 CCTV에 현장이 녹화되어 있으면 범죄사실을 부인 못 하지만 만약에 그렇지 못하다면 범죄자는 무죄가 되기 쉽다. 그래서 여기저기에 CCTV의 설치를 요구하는 민원이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불신(不信)의 사회에서 살기 때문이다.       

 우리말에 '완전한 비밀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이는 하늘과 땅이 알고, 너와 내가 알고 있기 때문인데 이제는 하나 더 추가를 해야 한다. CCTV도 알고 있다고 말이다. 이제는 안전과 내 프라이버시를 맞바꾸어야 하는 사회인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본성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그것은 옛 성현의 말씀이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일찍이 공자(孔子)는'하늘에 죄를 얻으면 빌 곳이 없다(獲罪於天, 無所禱也)'라고 했다.

 끔찍한 범죄에 비록 증거를 찾지 못한다고 해도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하늘은 분명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 사회는 그 하늘을 가리고자 하고 있다. 아무리 많은 CCTV가 우리 곁에 설치되어 있다고 해도 하늘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범죄예방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에서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CCTV를 설치하고 이를 범죄예방과 재난대비 및 각종 시설물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통합관제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를 볼 때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청소년의 잘못을 지적하지도 못하는 사회가 될 것이고, 세대 간의 갈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이제는 왜, 먼저 하늘이 있고, 선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만이 이 어려운 난관(難關)을 극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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