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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대한민국의 오래된 미래다. 대한민국 국보 가운데 첫째인 반구대암각화가 울산에 있고 대한민국 근대화 50년의 역사가 울산에 있다. 바로 그 두 개의 자산을 지금부터 제대로 울산의 자랑으로 세계에 알려야 한다. 울산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산업수도다. 지난 1962년 공업센터 지정 후 반세기가 넘도록 대한민국 산업 기술 발전과 경제성장을 주도해 왔다. 석유화학단지, 온산국가산업단지,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 산업현장은 지금도 꺼지지 않고 울산의 밤을 밝힌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제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창조경제'로 제시되는 관광, 문화산업 등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이 화두다. 울산 역시 몇 년 전부터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비하다. 그동안 울산의 관광산업은 반구대 암각화 일원과 영남알프스 산악자원, 태화강, 고래 관련 콘텐츠 등 단편 자원들에 의존해 왔다. 도시의 총체적인 관광자원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체류형 관광은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늘 따랐다. 이에 본보는 창간 8주년을 맞아 울산이 앞으로 브랜드 관광의 핵심으로 삼을 수 있는 두 축을 제시한다. 두 축은 울산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축이자 문화·관광업을 연계해 울산 관광산업의 미래를 제시하는 울산의 대표 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


반구대 암각화·천전리 각석 등 세계적 문화유산에
한국 경제발전 근대사 견인한 산업수도 역사 연계


# 한반도 선사문화 일번지인 '대곡천 암각화군'
첫 번째 축은 한반도 선사문화 일번지인 '대곡천 암각화군'을 중심으로 하는 과거의 축이다. 대곡천 암각화군은 국보 제285호인 울주 대곡리 '반구대암각화', 국보 147호 '천전리 각석'외에도 주변 역사, 자연경관이 잘 보존돼 있어 울산의 최고 관광자원이자 대한민국의 보물이다.

 이곳은 단순한 문화재의 보고만이 아니다. 조선 시대 대표 명승지인 구곡이 남아 있고 집청정, 반구서원 등의 문화요소 및 곡류단절지, 공룡 발자국 화석, 향로봉, 구하도와 같은 자연유산도 풍부하다. 두 암각화는 울산이 선사 시대 한반도 정착민의 영험한 영역이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울산은 그동안 급격한 산업화 시기를 거쳐 물질적 가치에 매몰된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선사문화 유적으로 대표되는 이 일대는 울산이 뛰어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공존하는, 국내 대표적인 복합유산의 도시임을 보여준다.

 '대곡천 암각화군'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도 올라 있다. 세계문화유산 제도가 규정하는 조건 중 '세계유산의 유형에 부합하는 기념물' '탁월하고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진정성(authenticity)'과 완전성(integrity)을 갖춘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 학술·관광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관련 기관과 학계, 지역사회의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이곳을 제대로 된 관광지로 키우기 위해서는 그동안 문화재청 등 관계전문가들이 제시했듯 개별 문화유산을 점(點)적으로 관리하는 대신 유산과 주변 자연 및 인문 경관을 아울러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암각화 관련 유적 중 대곡천 암각화군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이탈리아 발카모니카 유적만 봐도 그렇다. 이 유적은 관리개방(사적 공원화) 형태의 보존관리를 택하고 있는데 탐방로와 안내인, 안내시설이 마련돼 있으며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많은 관람객의 방문에 따라 방문범위와 개방시간 등을 제한 중이다. 그러나 울산은 이런 제한이 없고 관광 인프라도 부족하다.

# 대한민국 근대화의 심장 '국립산업기술박물관'
두 번째 축은 울산의 오늘, 아니 대한민국 근대화의 심장을 보여주는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이다. 울산 남구 울산대공원에 들어설 이곳은 한국의 산업수도로 지난 50년간을 이끌어온 울산의 현재와 대한민국 산업의 현주소는 물론 미래의 울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최근 전국 지자체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관광산업을 핵심 아젠더로 부각하고 있다. 비슷비슷한 문화자산과 부족한 자원으로 관광을 새로운 산업으로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울산은 1만 년 전부터 바로 오늘에 이어지는 두 개의 관광자원이 중심축으로 버티고 있다. 울산에 새 관광자원이 될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은 그래서 더욱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박물관은 어떻게 지어져야 할까.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은 우선 울산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산업기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줄 첫 박물관이다. 이에 산업기술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한편 가치 있는 산업유물에 대한 보존, 연구기능이 필수다. 창의적 기술문화 확산과 산업기술 분야의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첨단기술을 제시하고 관람객들이 이를 체험할 수도 있어야 한다.

 두 요소를 절충하되, 박물관이 성공하려면 후자 쪽에 최신 동향을 많이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최근 많은 박물관이 교육·체험기능을 확대하고 과거 수장고에 모셔뒀던 유물들을 최대한 전시, 활용하는 트렌드는 산업기술박물관에도 요구되는 부분이다.

 신성철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는 "최근 해외 주요 산업기술박물관들은 유물 보존 업무보다 기술 혁신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전시주제, 기법도 설명적인 연대기적 전시 대신 산업기술의 현재와 최신 지식을 보여주는 테마식 전시 기법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기술이 일상생활에 적용되는 과정을 전시로 구현하고, 관람객이 기술 발전상을 직접 체험하는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실제 연간 260만 명(2011년 기준)이 찾는 파리 19구에 위치한 '파리 라빌레트 과학산업관'은 원본 유물 소장품 개념은 사용하지 않는다. 과학과 산업기술의 혁신 전시장을 비롯한 기초과학전시장 등 5개의 전문 전시시설 공간을 꾸리고 있으면서 전시기법은 주로 체험전시를 택한다. 연간 51만 명(2011년 기준)이 찾는 프랑스 파리 8구에 위치한 '발견의 전당'도 체험·교육 위주의 공간으로만 운영돼 소장품 개념을 아예 사용하고 있지 않다.

    물론 그동안 산업기술박물관이 전혀 없는 한국의 상황상 절충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은 한국 산업기술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유물 수집, 전시를 통한 박물관의 기본기능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산업기술의 현재와 과학성을 충족하는 전시·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배봉균 신세계상업사박물관 관장은 "유럽 국가들이 산업발전에 필요한 기능과 창의성을 박물관에 연계하는 사례는 국립산박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다. 하지만 우선 유물 수집과 연구가 이뤄져야 하고 특히 유물수집을 위해 지금부터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한국산업기술사학회 회장인 남문현 건국대 교수는 "울산이 한국의 근대산업을 이끈 자동차·조선·항공 등 운송분야와 제철·석유화학 등 에너지분야 산업발달사를 주로 보여주되, 21세기 환태평양 시대 거점도시로서 한국의 세계화 관문인 지역적 중요성도 강조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 교수는 또 "울산 실정에 맞게 대형 박물관보다 최근 개관한 과학산업박물관 중 울산과 유사한 세계최초 공업도시 영국 맨체스터의 과학산업박물관 등을 참고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신라문화 발원지·고래·천혜 절경 등 명품테마 즐비
울산만의 진가 담아낸 '체류형 新관광도시'로 조성
 
# 산업·선사문화 두 축 접목 체류형 관광산업 개발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의 성공적인 건립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유물수집 운동 등 다양한 행보를 시작해야 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애초 계획면적보다 줄어들거나 예산이 줄어드는 것을 막는 범시민 운동도 중요하다. 특히 유물수집은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연간 관람객이 300만 명에 달하는 영국 런던 국립 과학박물관(소장품 30만 점)이나 연간 130만 명이 찾는 독일 뮌헨 도이치 박물관(소장품 10만 점)은 많은 유물 수를 자랑한다.

 산업사 유물은 구하기가 어려운 만큼 지금부터 관련 유물을 모으는 기증, 수집 운동을 펼쳐야 한다. 또 설사 이런 움직임이 유물 수집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의 존재와 울산 설립을 대내·외에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립산박이 울산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거점시설이 되도록 다양한 국내외 박물관과 교류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보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울산이 산업관광을 주제로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가 조금씩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국민들의 여행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2013 국민 여행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여행 참가자 수는 229만 7,000명으로 광주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는 211만 5,000명이었다.

 문제는 여행일수인 이동 총량은 489만 2,000일로 전국 최하위로 조사됐다. 서울이 3,573만 일로 가장 높았고, 부산이 2,244만 일, 대구 948만 일, 인천 885만 일, 대전 838만 일, 광주 636만일 등이었다. 한마디로 울산을 찾는 국내여행객은 늘고 있지만, 체류형 관광객의 비중은 여전히 낮다는 이야기다. 숙박시설 확충 등 관광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동 총량이 가장 높은 곳은 강원으로 2,566만 일이었으며 제주 1,407만 일, 부산 610만일 등이었다.

# "산업박물관-산업현장 관람 잇는 나이트 투어 개발해야"
실속 있고 내용 있는 관광은 체류형 관광이다. 스쳐 지나가는 관광은 제대로 된 관광이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울산의 지난해 관광여행 전반적 만족도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여행만족도 조사에서 가구여행의 경우 3.95(전국 평균 4.07), 개인여행도 3.93(4.04)으로 나타나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울산시도 이 같은 추세 때문에 관광산업을 체류형으로 변화하기 위해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는 지역이 가진 천혜의 관광상품을 극대화해 오는 2016년에 500만 명이 체류하는 신 관광도시를 조성하기로 계획을 짠 상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울산을 찾는 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보려고 하고 어떤 것을 얻어 가는가에 있다.

 울산은 동해를 끼고 있는 천혜의 해안 절경과 신라문화 발원지이자 고대 원시인의 고래잡이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독특한 테마 관광지이기도 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울산의 관광자원을 재구성해야 한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지역민들의 애향심이 넘실거리는 고장이야말로 관광도시를 위한 정책의 활성화와 무관하게 관광객들이 스스로 모여들기 마련이다. 울산의 진가를 알리고 울산을 다시 보게 만드는 일에 매진해야 할 때다.

 반구대암각화와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축을 이으면 울산은 관광산업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갖게 된다. 한마디로 체류형 관광이 쉽게 가능해진다. 부·울·경 등 인근 관광객뿐 아니라 전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방안도 마련되기 때문이다.

 대곡천 암각화군 유적은 우선 KTX울산역에서 가깝다. 외지 관광객이 KTX를 타고 왔을 때 동선을 고려해 보자. 우선 울주 언양불고기 단지나 봉계한우단지 등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대곡천 암각화군을 본 뒤 남구로 와서 산업기술박물관, 울산박물관, 장생포 고래마을이나 중구 시립미술관 혹은 동·북구의 해안 절경을 둘러볼 수 있다. 특히 대곡천 암각화군과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은 타 도시는 물론 세계 어디에서 찾을 수 없는 울산만의 독자적인 관광지다.

 울산발전연구원 유영준 박사는 "두 축을 중심으로 고래, 생태, 산악관광이 어우러지면 산업과 문화관광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울산만의 특화 관광이 가능해진다"며 "특히 산업기술박물관의 경우 이곳에서 전시물을 본 뒤 산업현장을 방문하고 주변 지역의 관광자원도 볼 기회를 갖게 돼 자연스레 체류형 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울산의 나이트 투어가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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