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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출신의 근대인물 가운데에서 크게 돋보이는 인물로 김홍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천만장자(千萬長者)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큰 부자이면서 일찍이 언론과 육영사업 금융 분야에 크게 공헌한 사람이었다. 독립운동을 뒷바라지하며 개화운동가 김옥균, 박영효 등과 교류하면서 몸소 개화사상을 실천한 보기 드문 선각자였다. 김홍조의 자(字) 는 경옥(京玉)이며 호는 추전(秋田)으로 본관은 금녕이다. 고려 때 평장사(平章事)를 역임하고 금녕군으로 봉하였던 김시흥의 25세손이면서 사육신 김문기의 16세손이 된다.

 나는 향토사에 관심을 두고부터 이 김홍조에 대한 연구랄까? 일대기에 관심을 기울인 적이 있었다. 그것은 일찍이 약관의 나이에 개화사상을 실천 했던 것과 이를 뒷받침할 초석으로 언론에 뜻을 두었다는 점에서였다. 그의 개화사상에 대한 실천 사례를 보면 그 시대로서는 나라 전체의 대표적인 선각자만이 실행할 수 있는 일을 울산이란 변방의 한 시골사람이 당차게 그것도 결연하게 실천했던 것이다.  그는 먼저 양반이나 상놈이란 말과 차별을 없애고 평등주의를 주장하며 자신의 집에 있던 노비들부터 이를 실천하며 모범을 보였다. 그의 집에는 두 사람의 종이 있었는데 이들의 문서를 태워버리고 친손과 같이 아버지 어머니로 부르게 하였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들을 서울로 보내 신식교육을 받는 학교에 유학 시키고는 모두 사회의 큰 일꾼으로 자라게 만들었다. 또한 울산에서 어릴 때부터 천재소리를 듣던 박관수, 설두하 등을 일본으로 유학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그의 문중에도 이렇게 인간을 차별하는 일을 절대 금지시킨 일화도 남겼다. 또 의복개량에도 자신이 먼저 실천하면서 이웃에 권장하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또한 교육을 권장하는 정신이 워낙 컸었던 이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아들 김택천(울산제헌국회의원)이 이어받아 추진 하던중 병사하게 되자 후손이 또 이어받아 학교를 세웠다. 그 학교가 일신여학교로 출발 했던 지금의 진주여자고등학교이다.

 다음으로 김홍조는 국내 최초의 일간신문인 경남일보를 창간하고 초대 사장겸 발행인을 맡으면서 주필로 장지연선생을 앉혔다. 또 김홍조는 민족지 동아일보의 발기인이 되기도 했다.

 이와 같이 김홍조가 걸었던 일생은 민족개화에 있었다. 하루속히 유교의 인습에 젖은 낡은 문화를 청산하여 시대에 적응하는 개화정신을 일깨우기 위해서 교육을 통해 신문명에 열중하는데 힘썼다. 그리고 이를 더욱 가속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언론을 바르게 세우는데 혼신을 다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대중이 바라보는 언론관도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시각차에 따라서 각기 다른 견해를 보일 수 있겠지만 그러나 언론은 민주사회에서 꼭 있어야 하는 것이고 절대로 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울산신문이 오늘로 창간 8주년을 맞게 되니까 선각자 김홍조가 생각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각자 김홍조는 왜 언론을 뒷받침하고 키우려 했을까? 혹자는 지역에 지방 신문사가 많다고 한다.

 울산 정도의 타 도시에 비한다면 적었으면 적었지 결코 지방지가 많은 것도 아니다. 지방 신문사는 지역과 함께 공존 공생하는 운명을 갖게 된다. 아직도 비평문화수준이 낮은 도시민들이 신문을 두고 흔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러나 역으로 놓고 생각해보자. 만약 과거와 같이 울산에 지방지가 전혀 없었던 때를 생각해보자. 우리의 주장을, 우리의 견해를, 시민의 욕구를 어떻게 나타낼 수 있었을 것인가?

 울산광역시의 승격을 추진할 때도 그랬고 KTX 울산역을 만들어 내는데도 그랬다. 그밖에 크고 작은 지방의 현안문제가 생길 때 마다 지역신문의 역할은 실로 큰 가치를 나타내곤 했다. 지역신문은 어느 손 큰 독지가 보다도 비록 손은 작지만 애정과 사랑을 아끼지 않는 한사람, 한사람의 성원이 더 소중한 것이다. 공익을 위한 시민들의 애정이 크면 클수록 우리고장도 지역신문사도 같이 성장하게 될 것이다. 뜻을 같이 할 독자들이 늘어날 때 비로소 타 도시의 지방지보다 앞서갈 수 있고 다른 도시보다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방의 신문사가 먼저 정론을 부르짖을 수 있는 권위와 실력을 갖추고 구성원 모두가 그러한 사명감을 실천할 때만이 가능해질 것이다.

 지역과 공생 공존하는 신문사가 있을 때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고장의 크고 작은 소식이 오롯이 담겨있는 신문을 펼쳐들며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독자가 많이 질 수 있게 알찬 신문으로 꾸며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창간 8주년을 맞는 울산신문에게 전하고 싶다. 그러한 바람을 이루어줄 수 있는 울산신문임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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