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용문화제 개최에 비상등이 켜졌다. 8년간 실무를 맡은 사무처장 사퇴로 추진위원장이 총감독을, 실무부위원장이 사무처 운영을 맡기로 했지만 핵심 행사는 모두 외부 대행사와 감독 손에 맡기기로 했다. 물론 대행사 체제나 예술감독 영입은 전문화 방안으로 제시돼 왔다. 하지만 축제가 겨우 두달 남은 상황에서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추진위나 울산시가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란 지적이다. 그동안 사무처 내 전문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따랐더라면, 설사 사무처장 한 명이 빠졌더라도 축제는 순탄하게 흘러갔을 것이란 얘기다.
게다가 추진위가 핵심 콘텐츠로 삼은 퍼레이드도 24일 제시된 계획만 봐서는 시민 호응을 이끌어 낼지 미지수다. 향후 처용문화제가 인적구성 및 콘텐츠 면에서 나아가야 할 방안을 고민해 본다.
# 현 사무처 퍼레이드·처용콘텐츠만 담당키로
24일 열린 '처용추진위 3차 회의'에서 김호언 실무부위원장은 "메인행사인 퍼레이드, 개막공연은 대행사 위탁을 추진하고, 에이팜과 월드뮤직페스티벌은 예술감독을 선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 사무처는 퍼레이드 계획과, 처용콘텐츠 관련 업무만 담당할 계획이다.
이는 핵심 행사를 그동안 모두 사무처장 일인에게만 기대왔단 뜻이기도 하다. 이에 이제부터라도 울산시가 전문인력을 양성해 내년부터라도 축제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외부 전문가 선임해도 내홍 여지남아
현 추진위는 각계각층 인사로 구성된 자문위 성격의 위원회지, 축제전문가 그룹이 아니다. 때문에 지역에선 추진위를 조언기구로 성격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 문화계 관계자는 "명예직에 가까운 추진위가 일일이 축제 기획, 예산집행, 결산까지 관여하는 것은 선진화 된 축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사무국 법인화 및 재단화를 통한 선진화된 조직과 전문인력 확보, 기획사 협찬 등을 통한 예산확보로 축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울산시 처용문화제 지원조례 '제4조 처용추진위원회의 기능'과 '제12조 위원회 승인'을 보면 명예직에 가까운 위원장과 부위원장에게 예산의결권, 임명권 등 모든 주요 권한을 주다보니 실제 사무처의 업무 효율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 그런 권한이 있었다하더라도 실제 사무처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은 소홀한 측면도 있었다.
현 체제로 가서는 외부 예술감독을 선임한다 해도 추진위와 외부 전문가가 또다시 내홍을 겪지 않으리란 것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이에 지금부터 법인·재단화 움직임을 시작하되 실무기구를 만들기 위한 준비에도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게 어렵다면 사무처 내에 축제 관련 전문인력이라도 늘려야 한다. 현재 사무처 직원은 운영팀장과 계약직 홍보팀장, 행정 계약직이 전부다.
# "기업체 후원 예살늘리고 차차 법인화 도모"
현 체제로는 축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은 타 지역 축제의 행보에서도 나타난다.
성공적인 축제들은 이미 사무국을 법인화하거나 대행사를 둬 효율성을 높였다. 서울 뮤콘, 인천 펜타포트, 지산 락페스티벌,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전주세계소리축제 등 대표 음악축제들은 모두 법인화되거나 대행사를 둔 한편 예술총감독 체제로 독립성을 확보했다. 문체부 최우수축제인 산천어축제, 유망축제인 보령머드축제, 괴산고추축제 같은 중소도시 축제도 사무국 법인화를 추진했다.
한 추진위원은 "이번 기회로 추진위 전문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위원인 나조차 실감하고 있다"며 "추진위의 성격은 재고가 필요하며 시가 의지를 갖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회의에서 발전방안을 제시한 최현묵 공연문화발전소 대표(전 수성아트피아 관장)은 "당장 사무처를 재단·법인화 하는 게 어렵다면 우선 문화원연합회 등을 주관기관으로 해 기업체 후원을 받는 등 예산을 늘리고, 차츰 재단 법인화에 나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제48회 처용문화제'는 오는 10월2일~5일 움프, 뮤직마켓 에이팜과 함께 사업비 10억(에이팜 별도 국비 2억 8,000만원)규모로 개최된다.
김주영기자 uskjy@ulsanpress.net
- 기자명 김주영
- 입력 2014.07.24 20:48
- 수정 2014.07.2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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