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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경상도 개도 700년 기념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경남북도와 부산 대구, 울산광역시의 지난 역사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전시회다. 울산박물관의 지난해 '울산 정명 600년 기념 특별전'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두 특별전을 관람한 소감을 말하자면 마음이 심히 편치 않다. 그것은 여전히 두 지역의 역사문화를 대하는 시각과 역사문화의 우열이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의 앞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난 역사의 물적ㆍ정신문화적 성과물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기록이 뒤따라야 한다. 당연히 현재의 공동체 삶에 대한 중립적ㆍ객관적 기록 역시 남겨야 한다. 아무리 보잘 것 없고 초라한 지난 삶의 발자취라도 잊지 않아야 나날이 진일보한 삶을 이룰 수가 있을 것이고, 그래야 공동체의 자존과 명분도 지킬 수가 있다.

 울산이 지난해 '울산'이란 이름을 갖게 된 정명 600년 기념사업을 마련한 뜻도 다르지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수년 전 2013년이 정명 600년이 되는 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준비해야 했다. 별로 내켜 하지 않다가 여론에 등 떠밀려서 부랴부랴 나서는 바람에 알찬 기념사업을 마련하지도, 정명 600년인 지난해에 13개 기념사업을 끝내지도 못했다. 물론 기념비적인 일이라면 수년에 걸쳐 사업을 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뒤늦게 정명 600년 기념사업을 벌이는 바람에 어떤 행사에서나 추진하는 심포지엄이나 명사초청 강연회, 문예작품 공모, 퀴즈왕 선발대회, 시티투어 등과 같은 일반적인 사업이 포함될 수 밖에 없었다. 콘텐츠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보다 많은 시민에게 제가 살고 있는 울산의 역사를 바로 알리는 강좌를 연초부터 마련하여 1년 내내 지속적으로 펼쳤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또 이미 개별적으로 추진되던 것을 정명 600년이라는 타이틀 아래 함께 묶는 일도 벌어졌다. 13개 사업 중에 알짜라고 할 수 있는 울산문화원연합회의 '울산지리지' 발간과 울산 웅촌 출신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신기상 명예교수가 저술한 '울산방언사전'이 그것이다. 방언사전은 지난해 10월 말에 나왔으나, 울산지리지는 해를 넘겨 이달 초 발간됐다. 이런 사업이라도 없었다면 정명 600년 기념사업은 그 뜻이 반감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간에 쫓긴데다 예산부족으로 허술하게 치러진 사업도 있었다. 울산박물관의 '울산, 역사 속에서 그 지명을 찾다' 특별전이었다. 울산광역시의 졸속 추진 때문에 울산박물관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부족하나마 특별전을 열어야 했다. 울산 지명의 개요와 우시삼국에서 울주까지, 역사기록에서 찾는 울산 지명, 울산 산업수도에서 친환경 생태도시로 등 네 분야로 나눠 마련됐다. 

 특별전이라면 기획전시실에서 보다 많은 유물자료를 갖추고 버젓하게 열어야 하는데, 옹색하게도 2층 로비에서 작은 전시회로 열었다. 그러다 보니, 유물 자료도 태화루 부지 출토 굴화명 기와와 울산 인수부명 분청사기편, 울산부 여지도, 언양현 호적대장 등 20여점이 전시됐을 뿐, 패널을 활용한 설명이 주류를 이뤘다. 무려 1억원이나 되는 사업이 있었는가 하면, 특별전 예산은 불과 1천500만원이었다. 가장 중요한 사업이 무엇인지를 모른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바로 이런 것들이 지금 경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경상도 개도 700년 기념 특별전과의 차이점이다. 경주박물관이 상주박물관과 함께 마련한 이 특별전은 고려 충숙왕 원년(1314)에 경상도가 등장한 이후의 과정을 수많은 유물자료와 함께 패널을 활용한 설명문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때마침 여름 휴가철을 맞아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들로 경주박물관은 인산인해다. 아이들에게 지난 역사를 알게 하는 부모들의 열정이 청량하다. 

 한 지역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것에는 역사기록에 대한 인식도 빠지지 않는다. 울산이 지난 시절 애타게 박물관을 갖고 싶어했다는 사실이 증명한다. 박물관이 제 고장의 역사문화를 기록하고 보존하여 시민에게 낱낱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울산박물관이 울산의 유물을 풍부하게 갖추고 전시와 연구ㆍ교육기관으로 올곧게 설 때만이 울산 또한 미래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더욱 성장할 수 있다. 울산이 이제는 전국 최고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역사문화의 체력을 향상시키는 일에 적극 나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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