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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튀튀(발레리나가 입는 스커트)를 입고 우아하게 춤추는 발레리나, 이것이 보통 '발레'를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만큼 오늘날 발레는 아름답고 기품있는 장르로 널리 인식되고 있지만 정작 대중이 쉽게 다가가 접하기에는 왠지 어렵고 멀며, 때로는 고리타분한 '그들만의 예술'이라는 인상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발레의 기원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발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들, 중요 발레 작품을 총체적으로 살펴 발레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키고 발레를 새롭게 인식하도록 도와줄 책이 나왔다.


 미국의 역사가이자 비평가이며 한때 무용수이기도 했던 제니퍼 호먼스의 '아폴로의 천사들: 발레의 역사'다.
 2010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논픽션 부문 '올해의 책'으로 오르기도 했던 이 책은 프랑스 궁정에서 예법으로 시작된 발레의 400년 역사를 치밀하게 추적해 꼼꼼하게 담았다. 저자가 10년에 걸쳐 조사하고 기록한 결과물이다.
 고전 발레는 유럽 궁정에서 성장했다. 왕에 대한 충성과 귀족들의 서열을 나타내는 예법이자 정치 행사이기도 했다. 귀족들은 귀족다움을 뽐내기 위해 발레를 배웠다. 프랑스 루이 14세는 발레에 직접 출연해 자신의 위업과 위세를 높이는 데 활용했다.


 프랑스의 발레 마스터들은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궁정으로 가 발레를 유럽에 전파했다.
 원래 발레는 남성 중심의 예술이었으나 마리 탈리오니라는 발레리나의 출현으로 여성이 무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르네상스와 프랑스 고전주의에 의해 형성된 발레는 이후에도 혁명과 낭만주의, 표현주의와 볼셰비키주의, 모더니즘과 냉전에 따라 변천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발레에 일관된 기록은 없지만, 이 사실이 발레에 역사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 반대로, 사람들은 최소한 400년 동안 발레를 연습하고 공연했다. 발레의 역사는 왕, 궁정, 국가의 운명과 다른 어떤 공연 예술의 역사보다 더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썼다.


 저자는 발레의 역사를 생생하게 재구성할 뿐 아니라 발레의 미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과거 20년간 발레는 사멸 중인 언어와 비슷해졌다. 운이 좋다면 고전 발레는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잠자는 숲 속의 미녀처럼 깊은 잠으로 빠져들고 있으며, 새로운 세대에 의해서 다시 깨워질 것이다. 만일 예술가들이 이 잠자는 예술을 다시 깨울 길을 정말 발견한다면, 그 입맞춤은 대중문화나 연극, 음악, 미술 등 예기치 못한 외부 손님에게서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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