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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서너살 쯤 되는 꼬마가 카트를 부여잡고 울고 있다.
 "장난감, 장난감"이라고 연신 울어대는 아이의 목소리가 온 마트를 뒤흔들었다. 몇몇은 그런 아이가 귀엽다는 표정이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를 달래지 않는 부모는 무슨 생각으로 저러나 하면서 불쾌해했다.

 아이 엄마는 애가 우는걸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아이 엄마의 입장에서는 애가 떼쓰는 대로 달래주었다간 버릇이 나빠짐을 걱정해 그러는 것이었겠지만,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시끄럽게 우는데 가만히 두기만 하는 것 또한 아이에게 좋은 영향은 주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일도 있다. 울산의 한 음식점에서 있었던 일이다. 갓난 아이가 볼 일을 봤는지 심하게 울어대자 아이 엄마가 그 자리에서 아이 기저귀를 갈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참다 못한 다른 손님과 직원이 당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른척 자신의 일만 묵묵히 하던 아이 엄마는 자기 아이의 기저귀(응가를 누인 후 돌돌 말았음)를 올려두고 아무렇지도 않게 나가 버렸다. 음식점 주인이 보다못해 '아이의 기저귀를 가져가라'고 했단다. 그랬더니 아이 엄마가 화를 버럭내며 '기저귀 버리는게 그렇게 힘드냐?'고 삿대질 하며 음식점 주인과 대판 싸웠다. 아이 엄마는 급기야 '우리 아이 기저귀는 더럽지 않다'는 궤변으로 주변 사람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공연장에서도 이런 일을 심심찮게 본다. 어린이 영화를 보다 아이가 화면이 안 보인다고 하자 신발을 신긴 채 시트 위에 아이를 올리는 아버지, 공공장소임에도 아이들을 제멋대로 뛰게 하고 다른 이들과 수다를 떨다가 아이가 넘어지면 담당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어머니, 아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면 우리 아이 기죽이지 말라고 더 큰 소리로 핀잔주는 부모.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친 사람들이 오히려 더 큰소리 내니 쉽게 말도 꺼내기 힘들다.

 사람들도 안다. 아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아이가 뭘 알겠느냐고. 중요한 것은, 그런 아이들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다. 무조건 어르고 달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부모의 태도가 주변인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무엇보다 예절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어려운 것도 아니고, '내가 생각하는 만큼 다른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아주 조금이라고 가지고 있으면 된다. 내가 이런 일을 당했을 때의 불쾌함을 생각한다면 다른 이를 배려하는 마음을 어렵지 않게 생긴다.

 지난 주에는 참으로 유쾌한 광경을 봤다. 버스정류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한 아이가 내 앞으로 쏙 들어와 선다. 통행로를 위해 앞사람과 간격을 두고 서 있었는데, 아이가 그걸 맨 뒷 줄인줄 알았나보다. 그러자 멀리 저쪽에서 걸어오던 아이 엄마가 깜짝 놀라며 나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인사하며 아이를 뒷자리에 세우고 '새치기는 나쁜 것'이라고 타일러 준다. 아이 엄마는 버스에 탄 후에도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무거운 짐을 들고 있던 학생의 짐을 들어줬다. 아이도 엄마의 모습이 익숙한 듯이 엄마 옆에 의젓하게 서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며 "저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얼마나 반듯할까!"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배려와 존중. "내가 부모라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당연한 행동'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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