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보가 지난 14일~22일 기획보도한 '울산시립도서관 부지 재선정 하자'는 기사가 연재되자 각계 시민들로부터 의견이 잇따랐다. 부지를 재선정할 경우 행정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우려를 보인 이들도 있었지만, 현재 건립예정지인 여천위생처리장은 시립도서관 입지로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절대적으로 우세했다.

시민들 마음놓고 가기 힘든 도서관이라면 본래 목적과 모순
제대로 지어 시민들 지식 보고이자 도시 품격 높이는 계기로
지금이라도 행정적 손실 감수하고 재 선정해 활용도 높여야
보여주기식 행정보다 시민 편의성 고려한 실질적 노력 필요

#공단 가깝고 주변 문화시설 없어
여천위생처리장 이전지는 석유화학공단과 직선거리 200m에 들어서 있으며 인근에 연계할 만한 문화시설이 없다. 오히려 장례식장이 있으며 향후 농수산물도매시장까지 150m거리에 들어설 계획이다.
 이에 대해 울산시는 야음공원 조성, 버스노선 증편 등 대책을 내놨지만 접근성과 대표도서관으로서의 상징성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접근성이다. 시민들 역시 이에 대한 문제점을 많이 꼽았다.
 울산지역 한 네이버 포털 카페에 글을 남긴 '사놀라면'이란 네티즌은 "다른 관공서는 1년에 한 두 번 가지만 도서관 책은 2주내 반납해야 하는 등 자주 이용해야 한다. 자가용 있는 성인뿐 아니라 어린이, 학생들이 한달에 한 두 번은 찾아야 하는데 이 위치는 정말 아니다. 외형은 돈을 바르면 되지만 그 시설을 그림의 떡으로 만들면 안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미소빵끗'이란 네티즌도 "공공기관 중 도서관이 가장 신경써서 지어야 할 핵심시설인데 접근성과 이용편의를 무시하고 대충 부지 싼곳에, 전임 시장 지역구에 지으려는 거 보니 참 안타깝다"며 "쾌적하고 접근성이 좋은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몽마르뜨언덕'이란 네티즌은 "여천천 끝쪽 지나갈때마다 냄새나고 공기도 안좋던데 하필 왜 거기에 지어지는지 모르겠다", 네티즌 'ouk0038' 역시 "위치를 왜 그런곳에 할까. 공기, 접근성 떨어지는 곳에, 예산이 아깝다"며 의문을 나타냈다.

 이밖에도 "하필 이런 곳에다 짖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적정부지가 이렇게도 없는지?"(네티즌 울나이스), "학생들이 이용하기에 교통수단이 불편하다. 공단과 가깝고 하수종말처리장이라 환경면에서도 부적절"(네티즌 글로벌CEO), "산책도 하며 머리도 정화시키는 곳이 도서관인데 분뇨냄새에 공해있는 곳에 짓는 게 왠 말. 돈이 더 들더라도 다른 데 짓자"(네티즌 힘내자), "2면이 접근할 수 없는 곳. 다시 검토함이 좋을 듯"(네티즌 인더갭맨)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울산대표도서관 상징성 가져야
특히 시민들은 시립도서관은 또 하나의 도서관이 아닌, 울산의 대표도서관으로서 상징적인 건축물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hoyhoy87'라는 네티즌은 "시립도서관은 시의 가장 큰 대표도서관으로 상징성이 크다"며 "접근성, 환경 모두 안 좋은 저런 곳에 처박아두는 게 말이 되냐. 처음 갖는 시립도서관을 그렇게 지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2727kjran'이란 네티즌도 "남구도서관이라면 몰라도 울산시립도서관은 울산의 얼굴이다", '봄이오면'은 "시립도서관은 시민들의 높아진 지적욕구를 최소 100년, 200년간 충족할 지식의 보고"란 의견을 남겼다.
 
#예산절감이 가장 큰 이유
이처럼 접근성이나 환경면에서 떨어지지만 울산시가 이곳을 도서관 부지로 선정한 표면적인 이유는 예산절감이다. 시유지다보니 부지매입비가 들지 않기 때문이다.

 도서관 건립비용은 정부가 20%, 자치단체가 80%를 부담한다. 하지만 이는 건축비에 지나지 않는다. 부지매입비는 100% 자치단체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뛰어난 '금싸라기 부지'는 매입이 힘들다. 울산 역시 땅값이 싼 곳을 고르다보니 그동안 대중교통과 잘 연계되지 않은 곳이나 고지대에 도서관이 들어서는 경우가 허다했다.

 남부도서관을 자주 이용한다는 최종홍(63)씨는 "구립도서관이나 작은 도서관은 그렇다쳐도 시민들에게 가장 열려 있어야 할 시립도서관이 접근하기 힘들다면 본래 목적과 모순된 것 아니냐"며 "남부도서관처럼 도심에 있어 시민들이 자주 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 이용률 높이는게 더 이득
많은 전문가들 역시 예산절감 보다 접근성을 높여 이용률을 높이는 게 오히려 '남는 장사'라고 한결같이 지적한다.

 본보가 지난 주 인터뷰 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472억의 혈세를 들여 외관만 번듯한 도서관을 짓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곳에 지어져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시민들의 지식의 보고이자, 도시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축 전문가는 "부지가 확정된 지 시일이 지난 시점이라 표면화 하지않아 그렇지 건축계에서도 많은 이들이 현 부지에 대해 반대 입장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시가 행정손실을 감수하고 재선정한다면 활용도를 높일 뿐 아니라 상징성 있는 지역의 랜드마크를 건립함으로서 도시계획에 있어서도 한발짝 나아가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선희 작가 역시 "조감도를 통해 본 시설 등은 만족하지만 부지결정은 합리적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 여천천 주변은 몇십년전부터 이주지역으로 판명된 공해지역으로 접근성도 좋지 않다. 인근 학교 역시 학생들이 점점 줄고 있으며 봉사인구도 적다"며 "이는 김기현 시장이 주장한 안전 울산, 품격 높은 창조도시와는 정반대 노선이다. 백지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은숙 시인과 최미애 동화작가는 "접근성이 떨어지면 이용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최근 도서관은 복합문화공간이므로 접근성은 더 중요한 문제"라며 "시가 보여주기식 행정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예산확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조도시 울산'과 정반대
한국도서관협회 이현주 전 총무부장은 "주민들은 대규모 도서관이 아니라 다가가기 쉬운 도서관을 원한다. 일본은 시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지하철 통로와 도서관이 연결됐거나 시내 중심에 들어서 있다. 최근 국내 대도시도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서관협회 부울경협의회 부회장인 양재한 창원문성대 교수는 "지식기반시설은 연계시설이 없거나 도심에서 외딴 곳에 설립될 경우 이용자가 적어 애초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립한 도서관이 도시의 대표 복합문화공간은커녕 동네 공부방으로 전락할 수 있으니 접근성과 편의성을 갖춘 곳에 들어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주영기자 uskjy@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