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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내린 집중호우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화산리 온곡마을 일대가 완전히 침수됐다. 26일 군인과 주민들이 흙탕물이 빠져나간 집에 있는 가재도구를 도로로 옮기며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는 참혹했다.
 26일 오전 울주군 서생면 연산마을. 전날 서생지역에 유례없는 집중호우로 인해 1.5m 이상 잠겼던 물이 빠져나간 울주군 서생면 연산마을 하천변 주택가와 도로는 처참함 그 자체였다. 물이 빠져 나간 하천변 저지대 가옥은 폭격을 맞은 듯 전쟁터를 방불했다.

# 봉사단 등 200여명 복구작업
이날 오전부터 방역차 2대가 마을 곳곳을 돌면서 수인성전염병 차단을 위해 분무기로 소독에 나서는 바람에 마을은 희뿌연 연무로 가득했다. 한전 측은 전봇대가 넘어지면서 전기가 끊긴 피해 가구를 찾아 전력복구 작업에 온종일 매달렸다.
 

5개 마을 99세대 시간당 131㎜ 물폭탄에 속수무책
1.5m 이상 잠겼던 연산주민 갈아입을 옷도 없이 대피
   주민 "원전 설립후 효암천 매립 하천 폭 좁아져 피해 키워"


 공무원과 봉사단체 등 200여 명이 긴급 투입돼 움푹 패인 도로 복구작업 등에 나섰지만, 마을로 진입하는 다리(연산교 길이 25곒)는 전날 내린 엄청난 수마를 견디지 못한 채 유실돼 교통은 통제됐다.
 70가구가 거주하는 이 마을은 집중호우로 20가구 60여 명이 큰 수해 피해를 입었다. 지대가 낮은 가옥들이 줄줄이 물에 잠긴 탓이다. 이들은 갑작스런 호우로 집이 침수돼 갈아입을 옷가지조차 챙기지 못한 채 불어난 물을 피해 '경로당으로 대피하라'는 긴급 방송을 듣고는 긴급히 몸을 피했다.

# 넋 잃은 마을주민들
26일 오전부터 피해 주민들은 그나마 남은 집기라도 건지기 위해 나섰지만, 폭우가 삼킨 자신의 터전을 보고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침수 당시의 상황을 전해준 탓에서다.
 물에 쓸려 버린 터전을 퀭한 눈으로 바라보던 김모(60)씨는 온통 흙탕물로 뒤덮인 가재도구에 눈시울을 적시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주민들이 흙투성이 물품을 밖으로 끄집어내자 골목은 금새 쓰레기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 마을 신동대(69)이장은 "태풍 사라호가 덮친 이후 마을이 집중적으로 침수 피해를 입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 이장은 전날 갑작스런 폭우로 침수한 집안에서 빠져 나가지 못하다 긴급출동한 경찰에 몸만 간신히 빠져 나왔다.

# 도로 유실·산사태·침수 잇따라
그는 마을 앞 효암천 범람이 침수 피해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원전이 들어선 이후 하천이 매립돼 하천 폭이 30여곒로 좁혀진 데다 바닷물이 역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 이장은 원전이 들어서기전 효암천의 강폭은 100여곒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번 집중 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가옥들은 하천변에 집중돼 있다.
 군 내에서 집중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서생지역 마을은 5곳에 이른다. 연산외에도 온곡, 신리, 신암, 나사 등 마을이다.


 울주군에 따르면 서생지역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두 시간 동안 131.5mm의 장대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져 내렸고, 이 바람에 침수 피해를 입은 5개 마을 99세대 270여 명이 명곡초등학교와 마을회관 및 경로당으로 긴급 대피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지만, 도로 유실과 제방붕괴, 산사태, 주택 및 농경지 침수가 잇따랐다.
 도로 6곳이 파손돼 교통통제에 들어간 데다 서생 발리, 위양천, 진하천 등 하천 5곳은 제방이 크게 붕괴됐다. 온산 화산리 산 70의 7 등 산사태도 2곳에서 발생했다.
 주택은 연산마을 20가구 등 총 105가구가 침수피해를 입었고, 농경지는 180㏊가 침수됐다.
 정두은기자 jde03@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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