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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미술관] 나는 오늘 금식인데!
김덕진 서양화가
2014년 09월 02일 (화) 18:30:23 김덕진 webmaster@ulsanpress.net
   
 

지난주 건강 검진을 받았다. 점심은 간단하게 먹고 저녁은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처음에는 '뭐 하루 한 끼면 문제없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먹으면 안 된다고 하니 배가 더 고픈 것 같았다. 내 머리에는 순식간에 맛있는 차와 음식들로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 배가 고프니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먹는 걸 아주 좋아하던 사람인데 위가 좋지 않아  몇 년째 음식을 마음대로 먹지 못해 힘들어 하는 친구, 암으로 고생하시는 선생님, 그리고 진실을 알고 싶어 단식을 하던 세월호 유가족들의 모습도 생각났다. 잠시의 배고픔도 참기가 힘든데 그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을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의 마음이 이해가 되니 마음이 통하고 통하면 서로가 행복해질 것이다.

 1996년 그때 나는 대학원 진학을 위해 나름 빠듯하게 살고 있었다. 대부분의 청춘이 그러하듯, 공부만 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아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와 그림을 병행했다. 아침에는 영어 학원, 오후에는 미술 학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저녁에는 그림을 그렸다.

   주말에는 새벽부터 경치 좋은 중앙도서관에서 온종일 영어와 미술사 공부를 했다. 도서관에서는 좋은 자리를 잡으면 행복하고, 우연히 친구를 만나도 반갑고, 그렇게 공부를 하는 것이 늘 힘들지만 즐거웠다. 맑은 공기에도 감사했고 밤에 보이는 영도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지만 나에게 기회는 오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큰 실망을 하고 좌절의 쓰라림이 뼛 속까지 스며 들었다. 그래서인지 늘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과 소주를 좋아하나 보다. 적어도 시린 속은 따뜻하게 해주니까 그런가 보다.

   
김덕진 作 '나는 오늘 금식인데!' Oil on canvas, 112x145cm(2009)

 대학원 진학 실패 앞에서 내가 선택한 길은 개인전이었다. 대학원에 못가면 그림 못 그리는 것도 아닌데 그림을 마음껏 그려보자. 그림은 순수하게 나의 노력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 이후 나는 개인전 비용을 마련에 나선다. 아침에 영어 유치원에 출근해서 오후 과외까지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밤 10시쯤 되었다. 그때부터 새벽까지 그림을 그렸다.

   늘 버스에서는 졸기가 일쑤였으며 수면이 부족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작은 방에다 그림을 펼쳐 놓으니 비어 있는 공간이라고는 내가 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 밖에 없었다. 몸이 피곤해도 붓을 잡으면 어느새 마음이 풍요로워 지는 힘이 그림에는 있다. 그림을 그리다가 동이 트면 새우잠을 달게 자곤 했다. 그런 일상이 반복되던 어느 청명한 날 출근길에 뒷차가 갑자기 우리 차를 심하게 박았다. 이유는 어이가 없었다. 운전석 옆의 주스 병을 두었는데 그 병이 운전석에 떨어져 브레이크 아래로 들어가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고 한다.

 아침이고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있어 명함만 받고 출근했다. 그 당시 운전을 했던 원장 선생님과 나는 몸에 근육과 살이라고는 없는 깡마른 체형이었다. 그래서 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몸을 지탱하고 서 있는 것마저 힘들어졌다. 빠듯한 일정에도 할 수 없이 병원에 입원을 하고 종합검사를 받기위해 금식을 해야 했다. 병원의 밥은 내 짧은 경험에 늘 맛이 없었으므로 별 신경 쓰지 않고 책을 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 부끄럽기도 하고 배도 고파왔다.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저녁에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니 이 생각 저 생각 마음까지 산란했다. 집에 말씀드리면 걱정하실까 학원에 일이 많다고 말씀드리고 혼자 병원에 있으니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병실의 환자들은 일찍 잠들고 밤이 늦었을 때 어디선가 나는 맛있는 냄새가 나의 신경을 자극했다. 내 옆에 아저씨가 컵라면을 그 시간에 병실에서 먹기 시작한 것이다. 맛있는 냄새를 피우며 주위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 개걸스럽게 후루룩 후루룩 소리를 내며 탱글탱글한 면발을 빨아 당기며 시원한 국물 까지 얼마나 맛있게 드시던지! 나는 주린 배를 잡고 한동안 침만 삼켜야 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비슷한 경우가 많이 일어난다. 행동하기 전에 반드시 주위를 살펴볼 일이다. 나의 욕구를 채우느라 행여나 타인에게 의도 하지 않은 민폐를 끼치고 있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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