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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종속되는 삶에서는 더 이상 자유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자유 자체가 사라집니다. 시간의 제약도 받지 않는 삶, 그게 내가 생각하는 '부'입니다. 자유로운 시간,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112~113쪽)


 프랑스 노르망디의 작은 마을 아귀에 사는 평범한 농부 폴 베델. 다큐멘터리와 책으로 소개돼 프랑스 전역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다. 현지 전기작가 카트린 에콜 브와벵이 그의 구술을 듣고 정리한 '농부로 사는 즐거움: 농부 폴 베델에게 행복한 삶을 묻다'가 국내에서 번역돼 출간됐다. 먼 나라에 사는 평범한 농부가 쓴 글이라 치부해 버린다면 쉽게 손이 가지 않을 법하다. 그러나 삶에 대한 성찰과 소박한 마음이 주는 울림은 보편성을 띠고 다가온다. 또한 여행 예능 프로그램으로 지구촌 구석구석이 바로 이웃인양 친숙해지고 있는 그런 시대가 아닌가.


 책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말 그대로 '힐링'이 될 잔잔한 성찰을 곳곳에 담아냈다.
 "나에게 농부라는 직업은 자유를 의미합니다. 내가 원할 때 잠을 자고 내가 원할 때 씨를 뿌립니다. 그리고 내가 원할 때 죽을 겁니다" (104쪽)
 "요즘 담을 쌓는 사람들은 접착제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담을 아름답게 쌓으려면 접착제를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귀의 진짜 아름다운 담은 울퉁불퉁합니다. (중략) 돌의 의미는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스스로 깨닫는 것입니다. 그 의미를 깨달았을 때, 담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280쪽)


 이제는 유명인사가 된 폴. 그에게 많은 손님이 찾아오면서 스스로도 잘못 살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관계가 삶을 만들어간다고 했던가. 그 또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편지를 받으며 마음의 치료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폴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자신의 말에 대해 "농부의 언어, 자연과 더불어 살며 갈고 닦은 자연의 언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집에서 생전 버터를 사가곤 했던 시인 자크 프레베르를 떠올리며 "프레베르 또한 자연을 사랑했다"며 "나의 짐작이지만, 프레베르는 자신이 쓴 시를 읽은 독자들과 교류하며 마음을 치료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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