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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바위교 위에서 바라본 선바위일대. 강을 가로질러 길게 이어진 보와 어도, 그리고 그뒤로 펼쳐진 선바위까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울산의 강'의 참모습이다. 보 위로 늦여름을 즐기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지역주민 쉼터 범서생활체육공원서 출발
점촌 1교 기점 태화강변과 본격 어우러져
선바위 절경 바라보이는 선바위교 반환점
2시간여 코스 걷다보면 초가을 느낌 물씬

# 상전벽해 구영리
'선바위에서 힐링하다. 2014 울주사랑걷기대회'의 출발점은 울주군 범서읍 천상리 범서생활체육공원이다. 범서생활체육공원은 축구장과 인라인스케이트장까지 갖춘 대규모 공원으로 옛 범서초등학교 부지에 조성했다. 인조잔디와 수목이 어우러진 깨끗한 시설로 뒤편 울주문화예술회관과 더불어 주민들의 쉼터로 자리매김했다.

 울산고속도로 위를 지나가는 천상구름다리에서 보면 남북으로 쭉 뻗은 도로가 시원하다. 부산~울산 고속도로의 진출입로가 만드는 교각과 상판이 어우러진 선들의 조합이 이색적이다. 구름다리를 내려오면 옛 24번 국도와 만난다. 예전 무궁화 가로수 울창하던 국도는 이제 4차선 넓은 길을 열었지만, 그때의 오붓함은 사라져 아쉬움이 남는다. 국도 밑을 통과하면 점촌1교와 만난다. 눈앞에 고층 아파트들이 빼곡하다. 상전벽해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예전 작은 마을이던 구영리는 논과 밭을 메우고 산을 깎아 들어선 신도시로 변모해 인구 7만 명을 돌파한 범서읍의 중심이 됐다.

선바위교를 지나 돌아오는 길의 나무데크.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걷는 사람들의 눈길을 잡는다.
 
# 십리대숲의 시작
점촌 1교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태화강과 어울린 길이 이어진다. 수 천 년을 흘러온 강의 힘은 깊고 완만하다. 그 아늑한 흐름을 따라 길은 차분하고도 곱게 이어진다. 우레탄으로 포장된 편안한 걸음은 코스모스와 야생화들이 함께한다. 작은 바람에도 쉬이 흔들리는 여린 꽃들의 향연 속 작은 대숲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선바위 일대가 원래 태화강 십리대숲의 시작점이지만 대부분 사라지고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먼 훗날 태화동 일대의 대숲과 이어지면 그야말로 십리대숲의 이름값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길 한편으로는 감과 대추가 알차게 열렸다. 지난여름 그 뜨거웠던 태양 볕을 건너온 열매는 달고 풍성할 것이다.

 점촌교를 지날 때까지 길은 단조롭지만 지겹지 않고 완만해 지치지 않는다. 선바위교 아래에 가는 여름이 아쉬운 사람들이 모였다. 반바지와 슬리퍼로도 충분할 만큼 가깝고, 가벼운 먹거리로 하루를 보낼 여유의 공간이다. 다리 아래에서는 바람의 움직임이 넉넉하다. 두툼한 콘크리트가 보호막처럼 볕을 가리고 가까이서 흐르는 물줄기는 더위를 식힌다. 차단과 냉각의 효과로 바람이 부지런해진다.
 
내년 개관을 위해 공사가 한창인 태화강 생태관 조감도.

# 선바위교 옆 '태화강 생태관' 공사 한창
선바위교 옆에는 태화강 생태체험관 공사가 한창이다. 태화강 생태체험관은 선바위공원 내에 150억 원을 들여 1만 여㎡ 부지에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내년 중 완공할 계획이다.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를 형상화한 모습으로 전시관과 배양관으로 나눠 운영된다. 전시관에는 '태화강 120리, 생명의 기억'을 주제로 태화강 생태계를 보여주는 31개의 대형수족관이 설치된다.

 태화강에 사는 민물고기 44종, 수생생물 4종, 수중식물 등을 생육, 전시해 강 속에서 물고기를 관찰하는 듯한 느낌을 줄 예정이다. 배양관에는 연어 50만 마리를 부화할 수 있는 배양동과 부화장, 태화강 토종 어류를 연구하는 연구실, 실험실이 마련된다. 야외에는 태화강을 그대로 옮긴 듯한 생태연못과 치어 방류 행사를 체험할 수 있는 실개천, 족욕장이 조성된다.
 
# 푸른 물속에 우뚝 선 선바위
선바위교 오른편으로 물속 깊이 발을 담근 선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예전 백룡이 살았다는 백룡담 가운데 깎아 세운 듯이 선 30여m 높이의 바위다. 물  속으로 10여m가 잠겼으니 물위로 20여m가 드러난 셈이다. 예전 입암마을에 아리따운 처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탁발승이 마을에 들렀다가 보고 첫눈에 흠모하고 만다.
 스님은 처녀의 집에 들러 탁발하다 바랑에 쌀을 넣는 처녀 손을 잡고 인연을 맺자고 제의하지만 거절당한다.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배회하던 스님은 어느 날 빨래터에 숨어 처녀를 기다렸다.
 마침 강물에 떠밀려오는 큰 바위를 보고 처녀가 "어머! 정말 이상도 해라. 바위도 장가가는가 봐?"라고 하니 바위가 처녀 쪽으로 다가왔다. 지켜보던 스님이 급히 처녀를 구하려 했으나 둘 다 바위에 깔려 죽고 말았다. 다음날 시체가 백천마을까지 떠내려왔는데 사람들은 이곳을 옹달샘이라고도 불렀다.
 쉽게 보기 힘든 절경에 이야기가 따르는 것이 당연하지만, 여러 이야기들이 혼재돼 그것을 증거 할 수 있는 것은 남아있지 않다. 다만 날이 궂을 때면 선바위에 처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고 큰 물난리가 났다고 전해지니 자연의 재앙에 경고하는 이야기로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산책길과 자전거길이 어울려 함께하는 선바위길은 페달을 밟는 건강함이 자주 스쳐간다.

# 마주 선 벼랑 위의 용암정
선바위를 마주 보는 벼랑 위에는 학성이씨의 정자인 용암정과 선암사가 있다. 1796년 울산부사 이정인이 2칸 정자를 짓고 입암정이라 했으나 보존되지 못하고 허물어지자 1940년 후속들이 새로 짓고 이름을 고쳐 지어 현재에 이른다. 강을 가로지른 보 위로 물이 가득하고 그 위로 길을 낸 어도로 흐르는 물이 경쾌하다. 선바위교를 건너면 선바위공원으로 이르는 새 길이 시원스레 열린다. 길은 이제 원점으로 돌아간다.
 
# '함께하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올 때와 별다를 것 없는 풍경이지만 군데군데 지류를 건너가는 나무데크가 설치돼 새롭다. 강은 지난 폭우의 흔적으로 일제히 누워버린 물풀의 기억을 끌어안고 유유하다. 강가에는 정물처럼 왜가리가 자리를 잡았다. 미동도 없이 응시하는 그 우아한 몸짓은 숭어 치어인 모치가 수면위로 튀어 오르는 생명의 첨벙거림으로 금세 깨어난다.

 길은 다시 점촌1교와 만나고 범서생활체육공원으로 향한다. 쭉 뻗은 자전거길 위로 페달을 밟는 힘이 스쳐 지나간다. 수풀과 콘크리트는 서로 배척하지 않고 어울린다. 바람이 긴 호흡으로 다가온다. 2시간여의 짧은 길이 끝난다.

 선바위길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모범적인 도심하천의 전형을 보여줬다. 인간의 터전과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한 채 강은 강대로 저 혼자만의 길을 간다. 함께하되 간섭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사람과 자연의 공존이다. 친환경 생태도시 울산의 길이다.                          글·사진= 김정규기자k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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