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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쯤이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질환이 있다. 쯔쯔가무시병이다. 쯔쯔가무시병은 쯔쯔가무시균에 의해 감염되는 병인데, 매년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감염에 의한 사망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쯔쯔가무시증 발생건수는 2003년 1,415건에서 지난해 1만365건으로 10년 새 10배가 늘었다. 사망 건수도 2011년 6건에서 지난해 23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조기에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합병증 발생 없이 잘 치료되므로, 몇 가지 특징적인 역학 및 임상소견을 알아두면 감염에 의한 중증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이에 쯔쯔가무시병의 발생원인, 증상, 치료법 등을 울산대학교병원 감염내과 전재범 교수에게 들어봤다.  


10년새 발병건수·사망자 크게 증가
10~11월 기승 고령 여성 주로 발생
고열 동반 검은 딱지 '가피'로 진단
재감염 위험 커 물리지 않도록 주의


# 발병 원인
일본어로 '재난(쯔쯔가)'과 '벌레(무시)'란 뜻을 가진 쯔쯔가무시는 쯔쯔가무시병을 유발하는 병균이다. 쯔쯔가무시병은 이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려 발생한다. 털진드기의 유충은 크기가 0.2mm로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데, 주로 기생할 수 있는 쥐들이 많고 토양에 수분이 적당한 수풀이나 삼림지역, 강둑에서 서식한다. 털진드기가 많이 서식하는 수풀이나 산림지역을 사람이 지나가게 되면 유충이 우발적으로 피부에 부착하게 되는데, 이 때 유충이 사람의 피를 흡입하면 균체가 주입되어 쯔쯔가무시병이 발생하게 된다.

# 발병률 높은 시기·지역·대상
쯔쯔가무시병은 연중 발생할 수 있으나, 90% 이상이 늦가을인 10월과 11월에 발생한다. 같은 가을철에 발생하는 신증후출혈열이나 렙토스피라증은 야외 활동이 많은 남성에서 많이 발병하는데 반해, 쯔쯔가무시병은 고령의 여성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또 농촌 주민과 같이 야외에서 활동하는 사람에게 발병하기 쉽다.

# 증상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리면 보통 10~12일 정도가 지나서 발열, 오한, 두통, 결막충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첫째 주에는 심하게는 섭씨 40도까지 열이 난다. 발병 1주일 정도 후에는 붉은 반점 모양의 피부 발진이 몸통에서부터 나타나 사지로 퍼져나가며 수일 내로 사라진다. 유충이 피부에 붙어 피를 빨아먹은 부위에는 딱지와 궤양이 나타는데, 이 때 생긴 검은 딱지를 '가피(eschar)'라고 한다.
 쯔쯔가무시병 발생 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고열, 두통, 발진은 다른 리케차 질환이나 신증후출혈열, 렙토스피라증 등에서도 나타나는 공통적인 증상으로 원인질환을 감별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가피는 발병 초기 쯔쯔가무시병을 진단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게 된다.
 가피는 몸 전체 어디에서든지 발견될 수 있는데, 겨드랑이, 음부, 둔부, 유방 밑과 같은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서도 흔히 발견되므로 이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쯔쯔가무시증에 걸린 일부 환자들은 기침,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며, 심한 경우 의식을 잃거나 전신발작을 하는 경우도 있다.

# 치료법
치료제로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을 사용하면 대부분의 환자는 빠르게 회복된다. 하지만 환자가 고령자이거나 치료를 늦게 시작한 경우, 적절한 치료 약제를 사용했음에도 패혈성 쇼크, 호흡부전, 신부전, 의식저하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합병증 없이 치료된 환자라도 전신 쇠약감, 무기력증을 수개월간 지속적으로 호소하기도 한다. 또 유행지역에서는 한 번 쯔쯔가무시병을 앓았던 환자라도 여러 차례 재감염을 겪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예방법
쯔쯔가무시병의 예방백신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쯔쯔가무시병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를 위해 가을철엔 풀밭 등 쯔쯔가무시병이 유행하는 지역에 가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업 종사자들에겐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직업적인 이유로 야외활동을 피할 수 없는 경우엔, 잔류성 살충제를 진드기 만연지역에 살포하는 방법으로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 또 야외 활동 시 긴 옷을 입고, 바지 끝, 소매 끝, 허리띠 부위에 진드기 기피제를 뿌리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야외활동 시 풀밭 위에 옷을 벗어 놓거나 눕지 말 것, 작업 중 풀숲에 앉아서 용변을 보지 말 것, 소매와 바지 끝을 단단히 여미고 장화를 신을 것, 야외활동 후 샤워나 목욕을 하고 작업복을 세탁할 것 등이 예방 수칙으로 요구된다.
 
쯔쯔가무시병은 초기에는 대부분 가벼운 몸살증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나, 치료가 늦어지면 중증 합병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의심되면 즉시 병·의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1∼2주 이내에 쥐가 많은 삼림지역이나 논·밭에 노출된 적이 있는 데, 몸살증상이나 열이 2∼3일 이상 지속된다면, 쯔쯔가무시병을 포함한 가을철 발열질환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기에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정리=최나영기자 usc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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