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추석 연휴에 지역구인 울산 동구 재래시장을 찾았을 때 반가운 분을 만났다. 오랫동안 장사를 하시며 뵐 때마다 반갑게 맞아 주시던 분이었는데, 이번에는 얼굴을 보자마자 '일하라고 뽑아놨는데 도대체 뭘 하는 거냐?'고 호되게 야단을 치셨다. 부끄러움에 죄송하다고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한 후 도망치듯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5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국회는 그 사이 단 한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정치가 실종되었다는 비판이 들려온다. 9월 정기국회가 열렸지만, 국회는 여전히 공전중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서는 수사권·기소권 부여가 필요하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형사사법체계에 반하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논란 속에 모든 민생현안은 뒷전이 되었다.

 경색된 정국을 되살리기 위해 여야 원내대표가 2차례나 세월호 특별법 협상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협상안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는데 실패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고, 추인 실패의 여파로 야당은 구심점마저 잃고 흔들리고 있다.

 민생이 정말 어렵다. 추석 기간 동안 지역구에서 만난 분들은 모두 입을 모아 어려움을 얘기하셨다.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넘었고, IBK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중소제조업 생산지수는 4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담배값 인상과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 소식에 서민들은 한숨만 내쉰다. 하지만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논란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자들이 모여 행정부를 감시하고 민생을 살펴야하는 곳이다. 인상되는 세금의 적정성을 살펴야 하고, 중소기업 활성화 대책마련을 주문해야 하며,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성을 정부에 경고해야 한다. 국민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고,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하는 곳이 바로 국회다.

 추석 기간 동안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 자문해 보았다. 지난 4개월 동안 국민들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했는가? 아니다. 제대로 대변하기는커녕 아예 '일'을 하지 못했다.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반성한다. 통렬한 자기반성 끝에 상여금 전액을 수재의연금으로 기탁했다.

 국민은 성나 있다. 민생을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한 국회가 동료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것을 보고 분노했다. 여도 야도 사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에 국회를 해산하라고까지 얘기한다. '무책임한 여당, 무능한 야당', 이것이 국민의 눈에 비친 정치권의 현 주소다. 오죽하면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가 늘 최 하위권에 머물러 있겠는가?

 이제는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한다. 先 세월호 특별법, 後 민생이 아닌,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을 별개로 하여 모두를 챙겨야 한다. 우리를 지지해준 국민들이 후회하지 않도록 일을 해야 한다. 아직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따끔한 비판을 아끼지 않을 때, 그리고 정치에 대한 절망이 무관심으로 변하기 전에 진심을 다해 일을 해야 한다. 이제는 정말 국회가 일해야 할 때다. 일 좀 하자!!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